변화의 바람 거센 NZ 정계

변화의 바람 거센 NZ 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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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국민당은 당의 새 얼굴로 ‘사이먼 브리지스(Simon Bridges, 41)’의원을 내세웠다. 당 역사상 최초의 마오리계이자 나이 역시 마흔을 갓 넘긴 젊은 제1야당 대표의 등장은 작년 총선 직전에 노동당이 재신다 아던(Jacinda Ardern) 현 총리를 선택한 변혁의 바람이 보수 야당에도 불어닥쳤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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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뉴질랜드 정가에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세대 교체의 바람과 함께 이번에 국민당 대표로 선임된 브리지스 신임 대표를 소개한다. 

 

<젊은 마오리계 새 대표의 등장> 

 

지난 2월 27일 치러진 국민당 의원총회(caucus)는 그보다 앞선 2월 13일에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전 총리이자 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정계 은퇴를 언론에 발표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잉글리시 전 총리는 가족과 함께 하고자 28년에 가까웠던 정치 인생을 마치며 후계로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고 당 대회에서 자신도 한 표를 행사한다고만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는 브리지스를 포함해 주디스 콜린스(Judith Collins, 59), 에이미 아담스(Amy Adams, 46), 스티븐 조이스(Ste ven Joyce, 54), 그리고 마크 미첼(Mark Mitchell, 49) 의원 등 모두 5명이 신임 당 대표 후보로 나섰다.

 

 56명의 소속 의원들은 비밀투표(secret ballot)에 들어갔고 1차 투표가 끝난 후 미첼 후보가 사퇴한 후 이어진 2차 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브리지스 후보가 최종 당선됐다. 

 

1976년생으로 5명의 후보들 중 가장 젊은 데다가 마오리계인데도 불구하고 브리지스 후보가 전격 선출된 데는, 무엇보다도 제 1야당 대표로 맞서야 할 상대가 30대 여성인 아던 총리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 우군이었던 마오리당이 단 한 명의 마오리 지역구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노동당에 전패하면서 국회에서 아예 밀려났다는 사실 역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깜짝 등장, 그러나 예견됐던 변화의 바람> 

 

이번 당 대표 투표를 앞두고 국내 언론을 포함한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상대가 여성 총리인 만큼 국민당이 오랜 정치 경력을 가진 여성 의원들인 콜린스, 또는 아담스 의원을 당의 얼굴로 내세워 2020년 선거에 대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편에서는 당내 서열이 가장 앞섰던 스티븐 조이스 의원의 대표 발탁도 예상됐지만 막상 뚜겅을 연 결과 뜻밖에도 브리지스 의원이 당선되면서 세대 교체라는 변화의 바람이 일반의 생각보다 훨씬 거셌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보수적인 국민당이 이처럼 전격적인 세대 교체를 단행한 경험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도 있었는데, 바로 지난 2016년 12월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존 키(John Key, 56) 전 총리가 처음 등장할 때 모습이 이번과 유사했다. 

 

당시 헬렌 클락(Helen Clark) 총리의 노동당 정부와 맞선 2002년 총선에서 전에 비해 12석이나 의석을 더 빼앗기면서 27석에 머무는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보인 국민당은 2003년 10월에 빌 잉글리시 대표를 퇴진시키고 그 한 해 전까지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던 의원 경력 단 1년에 불과한 돈 브래시(Don Brash, 77) 의원을 대표로 뽑아 클락 정부에 대항했다. 

 

브래시 대표는 이듬해에는 당시 초선이었던 키 전 총리를 경제 담당으로 임명했으며, 2005년 선거에서는 48석까지 의석을 크게 늘려, 비록 50석을 차지한 노동당으로부터 정권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국민당을 당당한 제 1야당 자리로 되돌려놓았다. 

 

그러나 브래시 대표는 2006년 11월에 여성 문제라는 초대형 사고를 치면서 대표에서 물러났는데, 이때 66세의 브래시를 대신해 정권 탈환을 눈 앞에 두고 다시 위기에 처한 국민당의 구원투수로 전격 등장한 인물이 바로 키 전 총리였다. 

 

당시 45세의 젊은 재선의원에 불과했던 키 의원을 대표로 선임했던 국민당의 전략은 잘 맞아 떨어져 2년 뒤 2008년 선거에서는 3번째 임기를 지나며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던 노동당 정부에 의석수 58대 43으로 크게 승리하고 정권까지 탈환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키 총리가 이끈 국민당 정부는 2011년과 2014년 선거에 잇달아 승리한 반면 노동당은 클락 전 총리가 국내를 떠나 유엔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후 여러 차례 대표를 바꾸며 여당에 대항했지만 오히려 갈수록 지지율만 더 떨어지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17773dfce3dca35d01819c259a3276cf_1520923985_8124.jpg ▲ 국회에서 발언 중인 아던 총리와 브리지스 대표

 

<노동당이 잠깨운 세대 교체의 태풍>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12월에 대중적 지지도가 높았던 키 전 총리의 전격 정계 은퇴는 이듬해 9월 실시될 선거를 앞두고 노동당에게는 지지율을 회복하고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키 전 총리의 사퇴로 국민당의 지지율도 일정 부분 하락하기는 했지만 노동당은 지지율 회복이나 반전은커녕 총선 날짜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암울한 상황에 빠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노동당은 선거를 불과 7주 앞둔 8월 1일에 앤드류 리틀 (Andrew Little) 대표가 사임했는데, 1980년생으로 당시 36세의 재신다 아던 대표의 등장은 놀랍기는 했지만 이는 서막에 불과했으며 이후 불어온 바람은 누구도 미처 예견하지 못했던 돌풍이었다.  

 

당시 아던 대표는 이미 2017년 2월, 전 노동당 대표였던 데이비드 시어러(David Shearer) 의원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오클랜드의 마운트 앨버트(Mount Albert) 지역 보궐선거에서 출마, 유권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당선돼 전격적으로 당 부대표에 선출된 상태였다. 

 

아던 대표 등장 이후 불어닥친 바람은 한순간 돌풍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국내 정가는 물론 뉴질랜드 사회 전반에 슈퍼급 초대형 태풍을 몰고 왔으며 이는 국제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결국 2017년 총선은 여야 간 거의 백중세로 끝나면서 노동당은 킹 메이커로 등장한 뉴질랜드 제일당의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대표와의 연립정부 협상에서도 성공, 아던 대표 등장 이전에는 꿈도 못꾸던 정권 교체까지 이뤄내는 대반전에 성공했다. 

 

결국 작년 8월에 아던 대표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벌어졌던 정가를 포함한 뉴질랜드 사회의 급속한 변화 움직임이 이번 국민당 의원총회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젊은 지도자 잇단 등장은 세계적 현상>  

 

현재 전 세계에서는 젊은 지도자들이 잇달아 등장하는 것이 하나의 풍조처럼 자리잡고 있는데, 배경에는 구체제라고 할 수 있는 기성 정치인들과 정치 체제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소셜미디어 등 과거와는 완전하게 달라진 정보화된 사회 모습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정치에 무심하고 전통적으로 투표율도 낮았던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 유권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기성 세대에 맞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작년 5월에는 당시 39세였던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1977년생) 프랑스 대통령이 당선됐고, 10월에는 이웃인 오스트리아에서 31세의 세바스티안 쿠르츠(Sebastian Kurz, 1986년 생)가 오스트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로 탄생했다. 

 

쿠르츠는 현재 세계에서 선거로 뽑힌 가장 젊은 국가 지도자이며 그 전까지 이 기록을 갖고 있던 38세의 아던 총리는 여성으로는 가장 젊은 국가 지도자가 됐는데, 한편 외신에 따르면 3월 4일 끝난 이탈리아 총선에서 정당간 협상 결과에 따라 반체제 정당인 오성운동의 지도자인 31세의 루이지 디 마이오(Luigi Di Maio, 1986년생)가 총리가 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도됐다. 

 

한마디로 이처럼 격변하는 상황 속에 뉴질랜드 국민당 역시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브리지스 대표를 선택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에 올라타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브리지스 대표는 어떤 인물?> 

 

사이먼 조셉 브리지스(Simon Joseph Bridges) 대표는 1976년 10월 오클랜드에서 마오리계 침례교 목사(Baptist minister)였던 부친과 초등학교 교사였던 유럽계 후손인 모친 사이에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의 모계 조상은 티 마니아포토(Ngati Maniapoto) 부족 산하 나티 키노하쿠(Ngati Kinohaku) 소부족 출신으로, 그의 가족은 전 노동당 의원이었던 코로 웨테레(Koro Wetere)와 인척 관계이며 브리지스는 3/16의 마오리 혈통을 지녔다. 

 

서부 오클랜드의 테 아타투(Te Atatu)에서 성장한 브리지스는 러더퍼드(Rutherford) 컬리지를 거쳐 오클랜드 대학에서 정치와 역사, 법률을 전공했다. 그는 고교생 시절(16세)인 1992년 ‘청년 국민당(Young Nation als)’에 동참해 1997년 부대표가 됐으며 오클랜드 서부지역에서 브라이언 니슨(Brian Neeson) 의원의 선거팀에서 일한 바 있다. 

 

대학 졸업 후 오클랜드 대형 로펌인 켄싱턴 스완(Kensington Swan)에서 법정 변호사로 일하던 그는 2001년에 타우랑가 지방 및 고등법원 검사(Crown prosecutor)를 거쳐 휴직 후 영국으로 가 옥스퍼드 대학의 세인트 캐서린스(St Catherine’s) 컬리지에서 법학석사 과정(postgraduate law degree)을 마쳤다. 

 

그는 검사 재직시 배심원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으며 영국에서 돌아와 다시 검사로 있던 중 2008년 6월 총선에 당시 불출마를 선언했던 봅 클락슨(Bob Clarkson) 의원 지역구인 타우랑가에서 국민당 후보로 출마했다.

 

<첫 출마에서 피터스 대표를 원외로 밀어내> 

 

당시 선거에서 그는 2만 1051표를 획득해 9309표의 윈스턴 피터스 제일당 대표를 비롯한 11명의 후보들을 큰 차이로 물리치고 32세의 나이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는데 당시 그의 당내 비례대표 순위는 51위였다. 

 

당시 선거는 피터스 대표의 거취를 두고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는데 결국 피터스는 당시 국민당 돌풍 속에 자신도 지역구에서 낙선하고 당 역시 정당지지율 5%에 못 미친 4.07%로 국회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후 브리지스 대표는 2011년에 비례대표 순위 30번, 그리고 2014년에는 18번을 받으면서 출마해 모두 타우랑가 지역구에서 당선됐으며, 작년 선거에서는 순위 6번을 받고 역시 지역구에서 당선돼 지금까지 4선을 기록 중이다. 

 

그는 두 번째 임기부터 소비자보호부 장관을 시작으로 이후 대표가 되기 전까지 환경, 에너지, 기후변화, 교통, 경제개발부 및 통신부 장관 등을 역임했는데 환경부 장관 시절에는 녹색당으로부터 한때 사임 압력을 받기도 했다. 

 

또한 교통부 장관이던 2015년 3월에는 당시 노스랜드 지역 보궐 선거에 나서 피터스 제일당 대표와 맞서던 국민당의 마크 오스번(Mark Osborne) 후보를 간접 지원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그와 오스번 후보는 노스랜드의 일방통행 교량을 10곳을 6900만 달러 정부 예산으로 개선하겠다고 공동 발표해 야당의 비난을 샀는데, 결국 피터스 대표가 당선되긴 했지만 타우랑가에서부터 그와 피터스 대표와는 악연이 이어진 셈이 됐다. 

 

한편 브리지스 의원은 이전에 TV 토론에 당을 대신해 자주 등장했는데, 당시 노동당 대표로 그와 맞섰던 인물이 바로 아던 현 총리이기도 해 두 사람이 논쟁하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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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리지스 대표와 가족들(Harry, Emlyn, 부인인 Natalie) 

 

<현직 국회의원인 처남과 매형> 

 

브리지스 대표는 영국 유학시절에 영국 출신의 컨설팅 전문가인 나탈리(Natalie)를 만나 결혼했으며 둘 사이에는 2012년과 2014년에 낳은 두 아들 외에 작년에 딸 하나를 더 두게 됐다. 

 

현재 가족들은 타우랑가의 마투아(Matua)에 거주하고 있으며 브리지스는 2008년에 타우랑가의 성공회 교회인 홀리 트리니티(Holy Trinity) 교회에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리지스의 누나인 레이첼 트림블(Rachel Trimble)은 2016년 12월에 현역 국민당 의원인 사이먼 오코너(Simon O’Connor) 와 결혼, 동갑내기인 처남과 매형이 나란히 현직 국회의원으로 재직하고 있기도 하다. 

 

<주목받는 젊은 총리와 제 1야당 대표의 행보> 

 

아던 총리에 이어 제 1야당 대표까지 모두 40세 안팍의 젊은 세대로 바뀐 뉴질랜드 정가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특히 브리지스 대표가 2년 뒤의 2020년 선거를 놓고 어떻게 당내 진용을 구축할지가 정가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잉글리시 전 총리 당시 부대표였던 폴라 베넷(Paula Bennett) 의원이 부대표로 잔류하게 된 가운데 특히 지난 3월 6일(화) 스티븐 조이스 의원이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고 이튿날 아담스 의원이 당내 서열 3위 자리인 경제를 담당하면서 일부 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 대표 선거에서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 중 한 명은 은퇴하고 다른 한 명은 중용된 가운데 브리지스 신임 대표는, 정부를 맡고 있을 때와 야당이 된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진용이 짜여져야 한다면서 대폭적인 변화를 암시했다.

 

 이번 기사가 독자들에게 전달될 즈음인 3월 중순에는 새 대표가 구상한 구체적인 당내 진용과 이에 따른 당내 서열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를 분석하면 국민당의 향후 진로는 물론 더불어 뉴질랜드 정가의 움직임과 함께 변화의 속도도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시대 변화의 속도가 10년 20년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국제 정세 역시 한 치 앞 내다보기도 힘들게 급변하는 불확실의 시대에 지도자로 나선 젊은 세대가, 올바르고 현명하며 또 미래지향적으로 국가를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건 교민들은 물론 모든 뉴질랜드 유권자들의 바람일 것이다.

 

남섬 지국장 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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