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주택시장의 조정 국면이 확연하다. 주택 매매량은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고 집값 상승 속도가 둔화하고 있으며 옥션 현장의 열기도 사라졌다. 그 동안 집값이 너무 올라 내집 마련을 미뤄왔던 사람들은 폭풍 후의 고요 같은 지금의 주택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집값 상승폭 둔화 확연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지난해 오클랜드 집값 상승률은 12.2%로 2015년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며 집값 상승 폭이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클랜드 지역 연간 집값 상승률은 8월 15.9%, 11월 12.8%, 12월 12.2%로 상승 폭이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감정회사 쿼터블 밸류(QV)에 따르면 오클랜드의 평균 주택 감정가격은 작년 12월 104만7,179달러로 11월의 105만1,387달러에 비해 0.4% 떨어졌다.
연간 기준으로는 12.2% 올랐지만 이는 2015년의 22.5% 상승에 비해 거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주택매매 거래를 기초로 작성되는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의 자료도 비슷한 추세를 보여 준다.
12월 오클랜드 주택 중간가격은 84만달러로 1년전 77만달러보다 9.1% 올랐지만 11월 85만1,944달러에 비해 1.5% 하락했다.
주택시장을 잘 반영하는 지표인 매매량은 12월 1,873건으로 2015년 12월의 2,225건에 비해 15.8% 줄었다.
오클랜드 최대 부동산 중개회사 바풋 앤드 톰슨(Barfoot & Thompson)의 12월 주택 중간가격은 84만달러로 2015년 12월에 비해 8.9% 상승했지만 매매량은 721건으로 9.4% 감소했다.
자가 소유율 66년 만에 최저
집값이 지난 몇 년 동안 천정 부지로 올랐고 대출이 규제를 받으면서 자가 소유율이 195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가 소유율이 6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내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뉴질랜드의 171만2,400가구 중 자기 집에 사는 가구는 108만1,900가구로 자가 소유율이 63.2%를 나타냈다.
이는 61.2%였던 1951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세입자 비율은 33.1%로 56만6,400가구가 임대 주택에 살면서 내집 마련의 꿈을 꾸고 있다.
나머지 가구는 개인이나 정부기관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주택에 무상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의 자가 소유율은 1951년 이후 꾸준히 개선돼 1991년에는 73.8%까지 올라갔으나 그 이후 계속되는 주택난 등으로 다시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지금 집을 사야 하는 이유
뉴질랜드주택협회 애슐리 처치(Ashley Church) 회장은 “당신이 찾고 있는 주택의 가격이 그 동안의 상승세에서 요즘 안정되고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활동이 위축된 지금 주택 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중앙은행이 주택담보인정비율을 40%로 높인 추가 대출 규제 이후 주택 투자자들에 대한 대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주택 투자자에 대한 대출은 지난해 6월 25억달러에서 10월 14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오클랜드의 경우 전체 대출에서 투자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6월 48%에서 10월 40%로 떨어졌다.
오클랜드 렌트비가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주택 구입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오클랜드 렌트비는 그 동안 집값 상승 폭에 비해 덜 올랐다.
지난해 6월 방 3개 주택의 주당 평균 렌트비가 592달러로 최고 시세를 경신했을 당시 연간 상승률이 5.3%였고 방 2개 주택의 경우 467달러의 최고가를 기록했을 당시 연간 상승률이 6.2%였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주택투자자협회는 지난달 올해 렌트비 상승이 지난 몇 년에 비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계속되는 주택 공급 부족과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렌트 수요 증가에 더해 대출 금리 상승 비용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해 집값이 지난해에 비해 상승 폭이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10%선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주택 구입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이다.
코어로직의 닉 구달(Nick Goodall) 선임연구관은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과 이민자 유입, 그리고 오르고는 있지만 비교적 낮은 금리 수준으로 올해 오클랜드 집값 상승률을 10%로 예측했다.
중국 출신의 주택 투자자 개리 린(Gary Lin, 33세)은 올해 집값 상승률이 5%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지만 집값 조정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며 주택 구입의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아버지로부터 결혼선물로 받은 20만달러로 주택 투자를 시작해 현재 시가 850만달러에 달하는 13개 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500만달러의 모기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연간 렌트 수입은 31만달러이고 비용을 제한 순수입은 3만-4만달러라고 한다.
그가 설명하는 주택 구입의 12가지 이유는
□ 한번 사서 평생 갚으면 됨
□ 렌트 수입
□ 다른 사람이 갚을 수도 있음
□ 돈을 빌려 수익률 극대
□ 양도 소득
□ 인플레이션
□ 부가가치
□ 세금 이점
□ 보안
□ 피난처
□ 공급과 수요
□ 감정 등이다.
지금 집을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
아직 내집을 구입해야 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집값이 아직도 높은 수준에 있고 앞으로 떨어질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올해를 기점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도 주택 구입을 미루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바풋 앤드 톰슨이 지난 12월말 팔지 못하고 매물로 가지고 있는 주택은 3,270채로 10월과 11월보다 줄었으나 연말 기준으로 4년 동안 가장 많은 물량이고 1년 전에 비해 35%나 늘었다.
이는 주택을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지만 주택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지불하려는 가격보다 높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매물이 쌓인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매도자의 기대치는 낮아지고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바풋 앤드 톰슨이 중개한 주택들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8.6% 상승해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는 2015년에 13.9%, 2014년 10.3%, 2013년 11.1%를 각각 기록했었다.
수치상 가격은 2015년에 정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 해 10월 정부는 주택 구입후 2년 이내에 매각한 투자 주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외국인 주택 구입자에 대해 국내인과 똑같이 세법을 적용했으며, 11월 중앙은행은 오클랜드 주택 투자자에 대한 대출 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그 후 여름 동안 조용했던 집값은 작년 3월 이후 반등했다.
올해도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12월과 1월은 전통적으로 주택 거래가 뜸하다.
여름 휴가 이후 주택 거래가 본격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 다른 점은 금리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을 미뤄왔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는 12월 마침내 금리를 올렸고 올해 두 차례 이상 추가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질랜드 시중은행들은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스와프 금리가 상승하면서 모기지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높은 가계 부채에 대한 위험을 줄여야 할 상황이다.
현재 뉴질랜드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약 160%로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전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200%로 뉴질랜드보다 높은 호주의 경우 모기지 금리가 0.5%포인트만 올라도 20%의 가구가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는 한 호주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뉴질랜드경제연구소(NZIER)의 크리스티나 렁(Christina Leung)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가구는 호주보다 양호한 입장이지만 여전히 높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며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모기지 비중이 높은 주택 투자자부터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