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고국을 떠나온 교민들이 아쉬움 속에 그리워하는 게 이민 전 한국의 아파트 생활에서 누렸던 따뜻한 온돌과 중앙난방, 그리 큰 부담 없이 쓰던 뜨거운 물이다.
뉴질랜드 생활에서 겨울 고민 중 하나가 난방인데, 특히 매년 인상되는 전기요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보니 어떻게 하면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을까를 궁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에서 흔히 사용되는 각종‘전기 난방기기(electric heaters)’들에 대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소개한다. (* 본문에서 언급되는 전기료는 고정식 전기요금 체계의 일반적인 가정 전기료 기준이다.)
보조용으로 적합한 패널 히터
‘히트 펌프(heat pumps)’를 제외한 이른바 ‘플러그 인(plug-in)’방식의 난방기기들은 용량이 2.4kW 이하 소형으로 보통 집 안의 큰 공간을 제외한 침실 등 작은 규모에서 사용되며 이들 장비들 간의 효율성 역시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이 중 이른바 ‘패널 히터(Panel heaters)’는 차가운 주변 공기를 흡수해 ‘발열기(heating element)’에서 생성된 열을 상단의 ‘통풍구(vent)’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열을 전달하는데, 2kW짜리는 시간당 60 센트 정도 비용이 발생, 플러그 인 종류의 다른 기기에 비해 낮은 편은 아니다.
이에 따라 패널 히터는 작은 규모의 거실이나 복도, 침실에서 사용이 권장되며 특히 ‘히트 펌프(heat pump)’와 같은 주 난방장치의 보조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고, 또한 ‘온도조절기(thermostat)’가 장착된 경우에는 원하는 온도에 맞춰 놓고 사용하는 게 비용 절약의 요령이다.
주의할 점은 시중에서 “400W‘eco’패널 히터로 간단한 평면패널 히터이고 값도 싸다”고 선전하는 제품들은 전기료가 시간당 10 센트에 불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백열전구 4개에서 나오는 정도의 적은 열 밖에는 방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편 패널 히터의 열 방출 부위는 어린이나 애완동물에게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겁지는 않지만 만약 수건이나 옷을 걸쳐 놓으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 오일 칼럼 히터
상대적으로 낮은 열효율, 오일 칼럼 히터
뉴질랜드 각 가정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난방장치를 꼽자면 단연‘오일 칼럼 히터(oil column heaters)’인데 안에 열을 저장하는‘실리콘(silicone)’오일이 들어 있어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
이 기기가 오래 전부터 주요 난방장치로 널리 사용된 이유는, 우선 소음이 없다는 점과 함께 뜨거운 열기를 직접 내뿜지 않는 방식으로 화재 가능성이나 화상을 입을 염려도 높지 않아 안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그 같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오일 칼럼 히터는 방안의 공기를 움직여주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히터 주변의 작은 공간만 데워줘 난방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천정이 높은 방에서는 효율성이 더 떨어지는데, 이를 보완하려고 일부 제품에는 타이머와 함께 작은 크기 팬도 달려 있지만 팬을 가동하면 소음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공기 순환 효과 역시 그리 높지 않다.
통상 1000W(1kW) 용량의 이 히터를 한 시간 동안 사용하면 30 센트 정도 전기료가 나오며 이는 난방 공간의 규모만을 놓고 볼 때 다른 기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꽤 낮은 편이다.
또한 일반적 크기의 침실에서 1kW의 오일 칼럼 히터를 사용해 실내온도를 8℃에서 10℃까지 올리는데 8분 20초가 걸렸다는 분석 결과 역시 난방기기로써 오일 칼럼 히터를 선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빠른 난방에 적합한 팬 히터
최근 들어 선풍기처럼 날개가 부착된 이른바 ‘팬 히터(fan heaters)’들이 많이 선보인 가운데 특히 요즘에는 리모컨이 부착된 아래 위가 긴 타워 형태로 생긴 제품들도 부쩍 눈에 많이 뜨인다.
이들 팬이 달린 히터 종류는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빠른 시간 내에 공간을 데워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그와 같은 연유로 인해 일찍부터 샤워 부스가 달린 세면장이나 화장실 등에 많이 사용됐다.
반면에 상당한 크기의 소음이 발생해 정숙을 요하는 침실과 같은 장소에는 부적당하며, 일반적인 제원의 팬 히터들이 시간당 전기료가 60 센트에 달하는 등 비용 역시 꽤 비싸다는 것 또한 단점의 하나이다.
이에 따라 풍향 조절 기능이 달린 대형 팬 히터는 상대적으로 소음 영향이 적은 규모가 큰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며, 작은 팬 히터는 가정에서 TV 등을 시청하면서 발 아래 놓아둘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계속 귀에 거슬리는 소음을 참아야 한다.
화상 위험성 있는 마이카서믹 히터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선 이름인 이른바 ‘마이카서믹 히터(micathermic heaters)’는 ‘운모(mica)’을 가지고 만들며, 켜자마자 1분 안에 최대 발열 수준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기기들에 비해 작은 공간을 빨리 덥혀야 하는 경우에 사용하면 굉장히 효율적이다.
무게도 가볍고 두께도 상당히 얇기 때문에 벽걸이용으로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며 에너지 효율도 괜찮은 데다가 오일 히터와 같이 소음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꽤 저렴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장치는 가동할 때 상당히 뜨거워지기 때문에 어른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어린이들이나 애완동물들이 화상을 입을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또한 물이나 음료를 제품에 쏟을 경우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의가 필요한데, 판매업체들이 종종 친환경적 난방장치로 선전하곤 하는 마이카서믹 히터는 사용 비용이 시간당 30~60 센트로 낮은 편은 아니다.
열효율이 가장 높은 히트 펌프
많은 가정의 거실 등에서 주 난방장치로 설치된 ‘히트 펌프(heat pumps)’는 우선 투입되는 에너지에 비해 나오는 발열량이 많아 효율성 면에서는 다른 방식의 전기 난방기기들을 압도한다.
통상 투입 에너지의 2.5배에 달하는 열량을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제는 장비 자체가 고가이고 설치비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또한 한 군데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고정식 난방장치라는 점이다.
한 에너지 관련 기관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매일 6시간씩 히트 펌프를 사용했을 때 6개월 전기요금이 300 달러인 것으로 분석됐는데, 그러나 실제로 요금을 이처럼 낮추면서도 포근하게 지내고 싶다면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이는 에너지 전문가들이 다른 종류의 전기식 난방기들을 이용할 때도 활용하도록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히트 펌프에 달린 타이머의 적절한 이용이 그 첫 번째이다.
즉 저녁에 집에 들어가기 30분 전, 그리고 아침에 기상하기 30분 전에 작동할 수 있도록 타이머를 맞춰야 하는데 이때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실내온도를 너무 높게 조정해 놓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적정 실내온도를 18℃ 정도로 권하는데, 그러나 오래 전부터 추위에 익숙한 뉴질랜드 원주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생활한 교민들 입장에서는 18℃는 포근하게 지낼 수 있는 온도가 아닌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에서도 통상 겨울철 적정 실내온도를 18~20℃로 안내하면서 에너지 절약을 홍보하는데, 실제로 사람이 추위를 느끼지 않는 온도는 22~23℃이지만 실내에서도 적절한 옷만 입는다면 3~4℃ 정도 온도 차이는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다만 가족 중에 아이나 노약자가 있다면 18℃는 너무 낮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적절하게 온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겨울 난방은 습기 제거가 우선
한편 에너지 전문가들은 ‘연통이 달리지 않은 가스 난로(unflued gas heaters)’는 가급적 사용하지 말도록 권하는데, 이는 안전상 문제도 있지만 효과 대비 비용이 비싼 데다가 이산화탄소 배출은 물론 실내 습도까지 크게 높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 전 나왔던 한 통계에서는, 1kWh 당 히트 펌프비용은 12 센트였던 반면 이동식 가스난로는 kWh 당 35~40 센트에 달해 3배 이상 높았으며, 앞서 이야기한 각종 이동식 전기기기들은 17~34 센트 수준이었다.
한편 전문가들이나 ‘소비자협회(Consumer NZ)’에서는 효율적인 겨울철 난방을 위해 천장 부분의 보온재를 강화하고 창문을 가리는 커튼이나 블라인드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한편 집 안의 습기를 제거할 것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실내를 덥히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특히 날씨가 따뜻한 날에는 창문을 활짝 열어 잦은 환기를 통해 집 안의 습기를 밖으로 배출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비가 잦은 뉴질랜드 겨울 기후상 햇빛이 조금이라도 비치면 창문을 여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 당연히 가급적 실내에서의 빨래 건조 역시 피해야 할 생활 습관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정부기관인 ‘Energy Efficiency and Conservation Authority (EECA)’에서 밝힌 각 방의 크기에 따라 권장되는 전기식 난방기기의 용량을 소개한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