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주택시장이 점점 주식시장과 비슷해지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택을 마치 주식처럼 빨리 사고 팔아 치우고 있다. 비워 있는 채로 매매 가격만 오르면서 주인이 계속 바뀌는 주택들도 있다. 단기 매매 차익을 얻은 투자자는 그 돈으로 다른 부동산에 투자한다. 이러한 주택시장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아니라 시장 신뢰도가 지배한다.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라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있는 한 주택 전매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심리가 갑자기 식을 경우 집값 거품은 터지게 마련이다.
오클랜드 주택 거래 투자자 비중 46%로 사상 최고
회계 및 컨설팅 법인 KPMG가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성과조사에 따르면 2012-2015년 오클랜드 주택 거래중 투자자가 구입한 경우가 3만5,196건으로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 (표 참조)
■ 2012-2015년 구입자별 오클랜드 주택거래 현황 (단위: 억달러)
※ 자료: KPMG 금융기관 성과조사
오클랜드 주택 거래에서 투자자들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 42%에서 최근 46%로 사상 최고를 나타냈다.
특히 집값이 저렴한 남부 오클랜드 오타라에서는 주택 거래의 80%가 투자자들에 넘어가는 등 전통적으로 생애 첫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진입 지역들이 투자자들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거래당 시세차익 평균 $114,000
주택 투자자들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주택 투기 대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정보 웹사이트 homes.co.nz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 사이에 오클랜드 카운슬의 주택 매매 기록을 기초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 투자자들이 오클랜드 주택 매매로 얻은 차익만 1억8,77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기간은 정부가 오클랜드 주택 투기를 막기 위한 새로운 세금제도를 시행하고 중앙은행도 추가 대출 규제를 실시했으나, 결국 이러한 대책들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오클랜드에서 1,500채 이상의 주택이 1회 이상 전매되어 거래당 평균 19% 오른 11만4,000달러의 시세 차익을 남긴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오클랜드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특히 주택 손바뀜이 잦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년 안에 2회 팔린 주택이 1,400채가 넘었고, 97채는 3회, 7채는 4회, 2채는 5회나 사고 팔렸다.
이들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들은 거주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집을 비워 두거나 심지어 아무런 수리도 하지 않은 채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집을 되팔기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5개월이 채 안된 143일이었으며 112채는 2주일도 안돼 다시 팔렸다.
14개의 주택들이 최초 구입가격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에 전매됐고 수리 등을 통해 100만달러 이상의 시세 차익을 남긴 주택도 9채로 나타났다.
한 투자자는 집을 구입한지 불과 이틀 만에 되팔아 12만달러의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단기 주택 매매로 챙긴 시세 차익은 모두 1억8,770만달러이고 하루 평균 1,600달러의 양도소득을 올렸으나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납부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이 웹사이트는 전했다.
homes.co.nz의 제레미 오한론(Jeremy O’Hanlon) 마케팅 부장은 “이번 자료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마치 1860년대 골드러시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주 목적의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짧은 기간에 매물로 나온 주택이 제대로 수리가 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노동당의 필 타이포드(Phil Twyford) 주택담당 대변인은 “투기꾼들이 생애 첫 집을 구입하려는 많은 사람들과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빼앗으며 오클랜드 변두리 주택들을 전매하면서 가격을 올려 놓았다”며“조세제도가 주택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최저 금리와 오클랜드 주택시장 조정 관측
주택 투기는 이미 오클랜드를 벗어나 해밀턴, 타우랑가, 황가레이 등 인근 도시들로 확산되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을 크게 올려 놓았다.
이러한 주택 투기가 앞으로도 활발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상반된 두 가지 변수가 주목되고 있다.
하나는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이고, 다른 하나는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했다는 관측이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2%로 결정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지난 3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금리인하다.
이로써 뉴질랜드의 기준금리는 또다시 사상 최저가 됐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분석으론 뉴질랜드 기준금리는 1985년 이후 평균 7.75%를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데도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현재 0.4% 선에 머무는 낮은 인플레율과 높은 뉴질랜드달러화 가치 때문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1.75% 또는 1.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1-3%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2014년 말부터 1%를 밑돌았다.
골드만삭스는 11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함과 동시에 통화정책 성명을 통해 강한 완화 신호를 줬다면서 올해 11월과 내년 2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의 지난 6월 성명은 추가 완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라고 했지만 이달 성명은 “필요할 것” 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는 게 골드만삭스의 설명이다.
최근 발표된 3가지 자료는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정점을 지났다는 관측을 불러 모았다.
오클랜드 최대 부동산중개회사 바풋 앤 톰슨(Barfoot & Thompson)은 지난달 평균 매매가격이 86만7,681달러로 6월 90만8,343달러에서 떨어졌고 거래된 주택 수도 6월 1,168채에서 1,034채로 줄었다며 5년 만에 처음으로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분명한 가격 안정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웹사이트 realestate.co.nz도 지난달 오클랜드 주택을 검색하는 조회수가 줄었다며 오클랜드 주택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쿼터블 밸류(QV)는 7월말 기준 연간 집값 상승률이 오클랜드 16%에 비해 해밀턴은 거의 두 배인 31.5%이고 타우랑가도 25.7%를 기록하는 등 주택 시장의 무게 중심이 오클랜드에서 인근 도시들로 옮겨 갔다고 말했다.
부자되는 유일한 방법은 부동산(?)
지난 2일 ‘보이지 않는 백만장자 - 부동산 가이드’라는 책을 발간한 조나단 비드메드(Jonathan Bidmead, 53세)는 부동산 하락 전망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시급 17달러의 창고 관리원으로 일하다 정리해고되어 부동산 투자를 통해 현재 오클랜드와 뉴플리마우스에 부동산 14개를 소유한 백만장자가 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소유한 부동산 가치만 해도 시가 1,250만달러에 달한다.
그는 컴퓨터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뒤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도 했으나 곧 부자가 될 수 있는 길은 부동산 투자라고 판단하고 6개월 동안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들을 독파했다.
1991년 자신의 돈 4,000달러와 장인한테서 빌린 1만2,000달러 등을 보태 7만9,000달러를 들여 처음으로 마련한 집은 웨스턴 스프링스의 허름한 방 3개짜리 주택이었다.
그는 2001년부터 3년 동안에 아본데일, 뉴윈저, 웨스트미어 등지에 8채의 주택을 구입했다.
현재 그가 매년 벌고 있는 렌트 수입만 해도 거의 40만달러에 이른다.
비드메드는 “나는 하락을 좋아한다. 2007-2010년 사이 집값은 실제로 하락했고 나는 그것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을 10년 정도 가지고 있으면 평생 저축할 수 있는 액수보다 많은 돈을 축적할 수 있다”며 “부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부동산을 통해서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