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과 유학, 관광 등을 목적으로 뉴질랜드를 찾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순 이민자 수는 6만4,930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관광객은 300만명을 돌파했으며 2만7,800여명의 유학생이 뉴질랜드를 찾았다. 어두운 글로벌 경제전망 속에서도 이들이 뉴질랜드 경제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순 이민자 사상 최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년 이상 장기 거주 목적으로 뉴질랜드로 이주한 사람은 12만1,937명으로 2014년에 비해 11.5% 늘었다. (표 참조)
매일 평균 334명이 뉴질랜드로 이주한 셈이다.
반면 1년 이상 장기 거주 목적으로 뉴질랜드를 떠난 사람들은 5만7,007명으로 2014년에 비해 2.4% 줄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로 들어온 이주자 수에서 국외로 빠져나간 이주자 수를 뺀 순 이민자 수는 6만4,930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호주로 떠나는 뉴질랜드인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뉴질랜드로 들어오는 아시아 출신 이주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뉴질랜드의 순 이민자 수 증가는 인도(1만3,292명), 중국(8,877명), 필리핀(5,109명)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순 이민자도 지난 3년간 481명, 722명, 1,06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특히 한·뉴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2월 발효됨에 따라 올 4월부터 시작되는 연간 워킹홀리데이 비자발급 쿼터가 기존 1,800명에서 3,000명까지 확대되고 한 업체에서의 3개월 취업기간 제한이 폐지되는 한편 뉴질랜드를 떠나는 한국인 이민자 수가 계속 줄고 있어 순 이민자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호주와의 이민 숫자 역전
최근 뉴질랜드 이민의 두드러진 특색 가운데 하나는 호주로부터의 순 이민자 수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전에 마지막으로 플러스를 기록한 때는 1991년 6월이었다.
지금까지 뉴질랜드인들의 호주 이주가 현저히 늘어난 1960년대말 이후 경제 상황에 따라 많고 적음만 변할 뿐이지 거의 대부분 호주로의 인구 유출이 유입보다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이민 간 사람들이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민 간 숫자보다 더 많아졌다.
호주에 일자리를 찾아 수많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해마다 타스만 해를 넘던 ‘키위 엑소더스’가 옛말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호주의 전국지 ‘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은 지난해 8월 이를 ‘키위의 복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이민 온 사람은 총 2만5,273명이다. 반대 경우는 2만4,504명이었다. 호주→뉴질랜드 이민자 수가 뉴질랜드→호주 이민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2012년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민 간 사람은 5만3,676명이었고 반대 경우는 1만4,880명에 그쳤다.
불과 3년 사이에 왜 이민 방향이 이렇게 크게 바뀌었을까. 경제 수준은 여전히 호주가 높다.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 순위에서 호주가 세계 12위, 뉴질랜드는 49위다.
판세가 역전된 것은 뉴질랜드의 경제 성장 덕분이다.
호주 경제를 이끌어 온 광산개발 붐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호주 실업률이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뉴질랜드는 영화 흥행에 힘입어 해마다 관광객이 5%씩 늘고 건축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실업률이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5.3%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불황인 호주에서 기회의 땅 뉴질랜드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매시대 폴 스푼리(Paul Spoonley) 교수는 “뉴질랜드는 경제 지표들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호주가 뉴질랜드 시민권자의 사회복지 혜택을 계속 제한하면서 호주로 이민 가는 키위들의 수가 줄어든 것도 판세 역전의 요인이 되었다.
관광객 수 사상 최고
지난해 12월 뉴질랜드를 찾은 관광객 수는 44만4,883명으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5년 연간 기준으로도 2014년에 비해 9.6% 증가한 313만1,927명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적별로 보면 호주(132만6,800명)가 단연 많고 중국(35만5,904명) 미국(24만3,104명) 영국(20만3,952명) 순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은 6만4,992명으로 2014년에 비해 17.1%라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들 한국인 방문객들은 휴가나 여행이 4만4,38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친척이나 친구 방문, 회의 참석 등 사업이나 교육이 주된 목적이었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호황을 맞으며 2010년까지 최대 수출상품으로 군림했던 관광산업은 2013년부터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하면서 40% 넘게 성장해 지난해부터 다시 수출상품 1위에 올라섰다.
뉴질랜드 관광산업협회(TIA)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한 해 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이 쓴 돈이 135억달러로 수출액 130억달러를 기록한 낙농제품을 누르고 5년 만에 최대 수출상품의 지위를 탈환한 것.
뉴질랜드 관광산업협회는 올해에도 관광산업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는 2025년까지 관광산업의 매출 목표를 410억달러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유학생 전년 대비 22% 늘어
사설 어학원들의 연쇄 파산과 잇따른 유학생 연루 사건 등으로 침체를 보이던 유학산업도 유학생 취업 규정 완화와 환율 하락 등에 힘입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학생비자로 입국한 사람들은 2만7,868명으로 2014년 대비 21.9% 급증했다.
국적별로 보면 인도(1만833명)가 가장 많았고 중국(5,302명) 필리핀(2,123명) 순이었다.
531명으로 6위를 차지한 한국인은 2014년 451명에서 17.7%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에듀케이션 뉴질랜드(Education New Zealand)의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 유학산업 규모가 연간 28억5,000만달러에 달해 5번째 큰 수출산업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유학생 수는 지난 2011년과 2013년 사이에 6% 이상 감소했으나 2014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유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오클랜드로 유학생들의 61%가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