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의 부동산 투기 대책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최근 들어 다시 들썩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잇따른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될 기미를 보이자 정부 당국은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과열과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오클랜드 주택 붐의 끝은 과연 언제쯤인지 궁금해진다.
뉴질랜드 집값 3월 이후 반등
뉴질랜드 집값이 지난 3월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에 따르면 3월 주택 중간가격은 49만5,000달러로 2월의 45만달러에 비해 10% 급등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택시장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인 매매건수도 9,527건으로 월간 기준으로 지난 1년 중 가장 많았으며 매매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30일로 2월의 36일보다 줄었다.
3월 오클랜드 주택 중간가격은 82만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80만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월의 75만달러에 비해 9.3%, 2015년 3월의 72만달러에 비해 13.9% 각각 오른 수치이다.
REINZ은 보고서를 통해 오클랜드 집값이 사상 최고가로 반등한 것은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냉각됐다는 최근의 우려가 과장됐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후광효과에 힘입어 와이카토, 베이 오브 플렌티, 웰링턴 등지의 집값도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반등하자 이코노미스트들은 집값 상승 전망을 올려 잡기 시작했다.
웨스트팩은 올해 뉴질랜드 집값 상승 전망치를 기존 6%에서 11.5%로 상향 조정했다.
웨스트팩의 도미닉 스테펜스(Dominick Stephens)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시행된 새로운 주택 관련 세금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일시적인 영향만 미쳤다”며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저금리가 현재 주택시장을 이끄는 주요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드니보다 비싼 오클랜드 집값
오클랜드의 고삐 풀린 집값은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 런던과 호주 시드니를 추월했다.
부동산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에 따르면 오클랜드의 평균 집값은 93만1,000달러로 91만3,000달러를 기록한 시드니보다도 2%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4년 전인 2012년 오클랜드 집값이 55만5,000달러로 시드니의 69만5,000달러보다 25.2% 낮았던 상황에서 역전된 것이다.
오클랜드 집값은 2012년 이후 67.7% 급등, 31.4% 오른 시드니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호주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조사 기간 뉴질랜드달러화의 평가절상을 감안한 집값 상승폭은 94.4%로 호주에서 살다가 귀국하는 뉴질랜드인은 두 배 가까이 오른 오클랜드 집값에 직면하게 됐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뛴 오클랜드에서는 45만달러의 전통적인 주택구입 가능 벤치마크 가격이 60만달러로 올랐으나 주택가격의 20%인 최소 자기자본 12만달러를 마련한다고 해도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은 오클랜드 전체 주택의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같은 금액으로 해밀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은 89%, 타우랑가에서는 77%, 웰링턴 70%, 크라이스트처치 84% 정도로 오클랜드보다 선택의 폭이 휠씬 넓다.
주택시장 추가 규제 방안 검토
쿼터블 밸류(QV)에 따르면 전국에서 구입되는 주택의 45%는 투자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매매가격은 높은 렌트비로 연결되고, 높은 렌트비를 부담하는 사람들은 자기 집을 구입할 종자돈을 저축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오클랜드 주택매매 자료를 분석한 오클랜드 대학의 마이클 렘(Michael Rehm)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매매된 단독주택의 41%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이 저렴한 오타라에서는 매매된 단독주택의 80%가 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갔다.
이 같은 패턴은 아파트 매매에서도 비슷해 오클랜드 전역 아파트 매매의 54%가 부동산 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졌고 아파트가 많은 뉴마켓에서 그 비율은 81%를 차지했다.
렘 박사는 “이 같은 결과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너무 많고, 또한 그들이 낮은 가격대의 주택을 많이 사들이면서 생애 첫 집 구입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클랜드 주택 투기 활동을 잠재우고 집값 상승을 억제할 추가 규제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점쳐지고 있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중앙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이다.
웨스트팩와 ASB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VR, Loan-To-Value ratio)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행 오클랜드 주거용 부동산 투자에 대한 30%의 담보인정비율을 40%로 높이는 것이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이라는 것.
이와 함께 그 적용 범위도 오클랜드를 벗어나 인근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오클랜드 인근 도시들의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고 주택 구입의 상당수가 오클랜드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쿼터블 밸류의 자료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연간 집값 상승률은 해밀턴이 23.3%, 타우랑가 22.6%, 황가레이 14%로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또한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1-3월 오클랜드 사람들은 해밀턴에서 거래된 주택의 17.2%, 타우랑가 19.5%, 황가레이 23.9%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 샤무빌 이큅(Shamubeel Eaqub)은 중앙은행이 주택담보인정비율을 건드리는 것보다는 시중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규모를 제한하고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하는 대책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존 키(John Key) 총리는 중국을 공식 방문 중이던 지난달 과열된 오클랜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세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키 총리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인지세 도입은 불가능하지만 비거주자에 대한 토지세 부과는 가능하다”며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집을 사려고 하면서 뉴질랜드 집값을 올려놓고 있다는 증거가 드러나면 투기 과열 방지를 위해 토지세 도입 방안을 검토할 것” 이라고 말했다.
코어로직의 닉 구달(Nick Goodall) 조사분석가는 “비슷한 세금이 있는 호주의 사례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토지세를 사업의 비용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만 올려 놓을 뿐 외국인 투기 방지라는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토지세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를 규제하기 위한 토지세는 3년 이상 뉴질랜드를 떠나 외국에 있는 뉴질랜드인들에게도 적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 붐 2년은 더 간다
뉴질랜드의 집값은 지난 2001년과 2007년 사이 114% 급등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몇 년 동안 조정기를 겪었다.
2012년 이후 다시 오르고 있는 집값은 특히 오클랜드의 경우 지난해에만 22.5% 상승하는 등 쿼터블 밸류에 따르면 이제 평균 90만달러가 넘어섰다.
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집값 상승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이에 대해 오클랜드 부동산 전문가 데이비드 휘트번(David Whitburn)은 저금리와 기록적인 이민자 유입,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등의 요인들을 고려하면 앞으로 최소 2년은 오클랜드 주택 붐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클랜드부동산투자자협회 회장을 역임한 휘트번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같은 수요 측면의 대책이 단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오클랜드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주택 공급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저가의 아파트와 테라스 하우스가 더욱 많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 시티 카운슬의 크리스 파커(Chris Parker)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단기간에 오클랜드 집값이 하락할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집값이 조정 받기를 기대했지만 최근의 자료들은 1년 전과 같은 지역에 같은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