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연간 순 이민자 수가 6만7,619명을 기록하며 20개월 연속 최고치를 갈아 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유입이 지속되면서 이민자들이 오클랜드 집값 급등의 한가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집을 구입할 수 있을 만큼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임시 이민자 대부분 렌트 생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년 이상 장기 거주 목적으로 지난 1년간 뉴질랜드에 입국한 12만4,069명을 비자 종류별로 분류한 결과 워크비자가 3만8,620명으로 가장 많고 뉴질랜드 및 호주 시민권자 3만6,355명, 학생비자 2만7,704명 순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영주비자가 1만4,735명으로 워크비자나 학생비자보다 휠씬 적어 대부분이 임시비자로 뉴질랜드에 정착한 후 영주권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클랜드 대학이 학생비자 소지자 457명,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170명, 워크비자 소지자 158명 등 891명의 임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지난달 발표한 ‘오클랜드의 임시 이민과 도심 흡수’ 보고서에 따르면 88.1%는 렌트로 거주하고 있고 36%가 오클랜드 CBD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실시한 오클랜드 대학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강사는 “조사 대상자 가운데 17명만이 본인 소유 집에 살고 있었다”며 “언론의 보도나 대중의 인식과 달리 최근의 임시 이민자들은 집값 상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부채에 허덕이는 임시 이민자들도 예상외로 많았다.
특히 인도와 필리핀 출신 이민자들의 40%는 뉴질랜드로 이민 오면서 빚을 진 것으로 조사됐다.
부채를 가진 상태에서 영주비자를 신청하겠다는 응답도 28%로 나타났다.
임시 이민자들의 40%는 숙박업, 요식업, 소매업 등에 종사했고 20%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거나 실제 받는 임금보다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뉴질랜드가 이 같은 이민자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수익 중심의 접근에서 보다 인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직에 어려움 많은 뉴질랜드 이민자
뉴질랜드에 정착한 이민자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사분기 실업률이 5.7%로 지난해 4사분기의 5.4%보다 증가한 가운데 아시아인의 실업률은 6.3%에서 8.3%로 평균치를 크게 상회했다.
초다양성에 관한 550만달러의 조사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매시 대학 폴 스푼리(Paul Spoonley) 교수는 뉴질랜드 고용주들이 여전히 이민자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푼리 교수는 “많은 고용주가 이민자들을 잠재력을 가진 고용인보다는 귀찮은 존재로 보고 있다”며 “적당한 수준의 영어를 하지 못하고 악센트를 다르게 한다는 점을 문제로 꼽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지금까지는 큰 문제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는 초다양성 사회로의 전환과정이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민자들이 의미 있는 일을 찾지 못했을 때는 경제적 불이익뿐 아니라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이런 문제가 소수 민족 간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낙관적으로 본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뉴질랜드에서는 이민으로 아시아인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20년 안에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아시아인, 마오리, 태평양 섬나라 출신을 합친 숫자가 백인들보다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푼리 교수는 이민자들이 새로운 땅에 뿌리를 잘 내리려면 적당한 일자리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래서 실업과 불완전 고용은 이들에게 늘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AUT 대학의 에드위나 피오(Edwina Pio) 교수는 “고학력을 가진 이민자들이 비숙련 노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민자들이 뉴질랜드에 도착한 이후에 마땅한 직업을 찾는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를 위한 지방 일자리 제한적
지난해 11월부터 오클랜드 이외 지역에서 정착하는 영주권 신청자에 보너스 점수를 주는 제도를 시행한 이후 3개월 동안 274건의 영주권 신청에서 이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역 관계자들은 이민자들을 위한 일자리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민부에 따르면 지방에서 잡 오퍼를 받고 10점에서 늘어난 30점의 보너스 점수를 승인한 기술이민 신청 건수가 1월말 기준 273건(553명)이고, 지방에 사업체를 세워 20점에서 늘어난 40점의 보너스 점수를 승인한 사업이민 신청건은 와이카토 지역의 단 1건에 불과했다.
기술이민 신청 273건을 지역별로 보면 건축 활동이 활발한 캔터베리가 72건(156명)으로 가장 많았고 웰링턴이 47건(95명)으로 뒤를 이었다.
호크스 베이의 필리핀인협회 브렌다 카초-베빈(Brenda Cacho-Bevin) 회장은 “학생비자로 학업을 마친 후 이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오클랜드나 웰링턴 등지로 떠난 사람들이 꽤 있다”면서 “지방에 이민자들을 위한 일자리만 있다면 더욱 많은 이민자들이 지방에 정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초-베빈 회장은 지방 고용주들이 이민자들을 훈련시키고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리터러시 와이라라파(Literacy Wairarapa)의 캐롤 왈드(Carol Wald) 과장은 이민자들이 지방에 정착하지 못하는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본국에서의 자격증을 뉴질랜드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스푼리 교수는 “지방의 일자리 유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방에서 이민자들을 채용하고 환영할 준비가 돼있는가 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고립된 생활하는 노령 이민자
기본적인 영어도 모르는 채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노령 이민자들 문제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이민자들 가운데 자녀들의 초청이민으로 늦은 나이에 뉴질랜드에 와서 손자 손녀 돌보는 일만 하다가 분가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민부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뉴질랜드로 이민 온 50세 초과 이민자 2만1,74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973명이 중국인으로 나타났다.
가족을 초청한 스폰서는 그 가족이 뉴질랜드에 도착한 후 돌봐야 하는 책임이 있지만 이민 당국에서 이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익명의 중국인 사회복지사는 많은 중국인들이 자녀 돌보는 일로 부모를 초청하고 있는데 자녀가 성장했거나 도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따로 살게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푼리 교수는 “고립이 가장 큰 문제이다”며 “이동수단이 여의치 않고 친구가 없으며 영어가 서툴 경우 고립감은 배가된다”고 말했다.
노인복지에 관계하는 복지단체 에이지 콘선(Age Concern)의 케빈 램(Kevin Lamb) 오클랜드협회장은 “오클랜드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겪고 있는 중국인 노인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영어나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지원 체계 등을 몰라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전체 인구의 11%인 35만5,000명이 혼자 살고 있으며 특히 1인 가정의 약 44%는 65세 이상 노령인구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