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사일과 폭탄을 장착한 리퍼(Reaper)
지난 7월 22일(토) 뉴질랜드 ‘민간항공국(Civil Aviation Authority, CAA)’은 새로운 ‘드론(Drone, 무인기)’의 운용 규정을 발표했다.
새 규정은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앞으로 주택이나 개인사유지,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서 드론을 날리고자 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반드시 부동산 소유자나 해당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드론 운용자는 사람들과 부동산, 그리고 상공을 이용하는 다른 비행체 운용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도 지도록 했는데, 이에 따라 규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드론을 날리다가는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에 2건이었던 드론 관련 사고는 2008~11년까지 매년 1건 수준에 불과했다가 2012년에 3건, 2013년에 9건으로 늘더니 작년에는 27건, 그리고 금년에는 6월까지 반년 만에 53건에 달하는 등 급증 추세이다.
또한 민간항공국에 접수되는 드론 관련 문의도 2014년에는 주당 20~30여 건이었는데 현재는 주당 50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아직까지 국내에 얼마나 되는 드론이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당국은 드론 사용이 해마다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 드론 운용 규정 도입을 계기로 몇 해전까지는 우리에게 그 이름조차도 생소했던 드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재 우리의 생활 곁에 얼마나 밀접하게 다가와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사례 1) 교도소까지 마약 배달에 나선 드론
지난 7월 29일 미국 오하이오 주의 맨스필드에 있는 한 교도소의 마당에서는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졌다.
이유는 난데 없이 상공에 나타난 한 대의 드론이 헤로인 7g, 마리화나 57g, 담배 142g이 담긴 꾸러미를 마당에 떨어뜨린 때문.
기록된 동영상에 따르면 드론이 상공에 나타남과 거의 동시에 교도소 마당에 있던 재소자들은 꾸러미를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는데 당시 남과 북 2개로 나뉜 운동장에는 205명이 있던 상태였다.
교도소 측 조사 결과 이는 외부인이 한 재소자를 위해 드론에 마약을 실어 보낸 것으로 밝혀졌는데, 교도관들은 인력 지원을 받아 최루액 등을 사용해 겨우 싸움을 말린 뒤 재소자들을 체육관으로 들여보낸 뒤 일일이 몸 수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는 없었지만 9명이 독방 행이 됐는데 교도소 측은 과거에도 교도소 상공으로 드론이 침입한 적이 있다면서 감시를 강화했는데, 이처럼 드론을 이용한 불법적 물품 반입은 뉴질랜드 교정 당국에게도 골치덩어리가 된 지 오래이다.
(사례 2) 역사적 유적 훼손한 한국 대기업 직원
지난 6월 22일 이탈리아의 밀라노 중심부에 있는 대성당(두오모) 인근에서는 경찰이 출동해 한국인 3명을 체포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CJ그룹 계열 미디어·콘텐츠 업체인 CJ E&M 직원과 외주제작사 직원 2명으로 알려진 이들이 체포된 이유는 허가 없이 드론을 띄워 항공촬영을 했기 때문인데 역사적 유적이 많은 밀라노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당시 드론을 본 성당 관리인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이들에게 접근하자 당황한 이들은 드론을 제대로 조종하지 못해 결국 드론은 45m 높이의 원형 지붕(돔) 부근의 케이블에 부딪혀 추락했다.
이 건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 참여해 600년에 걸쳐 완공된 것으로 세계에서 다섯째로 큰 성당인데 현지 신문 보도에 따르면 드론이 추락할 때 전등 하나가 파손된 것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3) “알몸 일광욕 즐기다 혼비백산” 누드비치에 나타난 드론
지난 7월 말에 영국의 데일리 메일이 스터드랜드 누드비치에 드론이 등장해 알몸으로 일광욕을 즐기던 이들 사이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비행음을 들은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자 드론 한 대가 해변의 끝에서 끝까지 나는 게 보였는데 이들은 카메라가 장착돼 알몸이 사진으로 찍혀 불법적으로 이용될 지 몰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드론을 누가 조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해변을 소유한 단체의 한 관계자는, 허가 없이는 해변 촬영이 불가능하며 촬영 요청이 들어온 바도 없었다면서, 운용자는 신원을 알리고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가 나더라도 대중에게 신호를 주면서 드론을 날리고 사진 촬영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이를 우려했었다면서 이용객들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하며 이번 사건의 목격자들은 관련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연락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관계 당국도 조사에 나서는 한편 해변 주변 순찰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아마존의 택배용 드론을 낚아채는 개를 풍자한 그림
(사례 4) 예멘의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암살에 나선 드론
지난 6월 12일에 아라비아 반도 끝자락의 예멘에서 알카에다의 예멘 지부인 ‘예멘 알카에다(AQAP)’의 최고 지도자가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보도가 됐다.
드론 폭격으로 사망한 알 와히시는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 라덴의 개인비서 출신으로 알카에다 전체에서도 서열 2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199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 알카에다에 합류했던 그는 2006년에 예멘 감옥을 탈출한 후 2009년부터 AQAP를 이끌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알카에다 측도 영상 성명을 통해 그가 무자헤딘(이슬람 전사) 2명과 함께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확인했는데, AQAP는 지난 1월에 일어난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기도 했었다.
각종 언론에 보도된 바를 확인해보면, 지난 부시 행정부 때 미국은 드론을 총 50여 차례 이른바 ‘표적제거 임무(Targeted Killing)’에 동원했는데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서서는 연평균 100회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작전에는 ‘프레데터(Predator)’와 ‘리퍼(Reaper)’라는 이름의 드론이 참가하는데, 특히 탈레반과 알카에다 본거지인 아프간-파키스탄 접경지역은 미군 드론들의 앞마당이나 다름없으며 2010년에 빈 라덴을 발견해 사살하는 데도 드론의 활약이 컸다.
알 와히시의 제거에 이어 7월 12일에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지부 리더인 하피즈 사이드 역시 드론 공격으로 사망해 당하는 쪽 입장에서는 드론은 공포의 존재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비공개적으로 전해진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첫 재임기간에만 미군은 드론을 통해 3,300여 명의 알카에다를 사살했고 이 중 50명이 고위 간부급인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공포가 과장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 ‘Fastway Couriers’의 택배 드론
(사례5) 내가 지금 있는 곳으로 택배를……
세계 최대의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드론 배송을 실용화해 영국 등 일부에서는 이미 이를 시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마존이 처음 드론 배송 계획을 공개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는데 당시 아마존은 ‘프라임 에어’란 드론 배송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현재는 테스트를 계속하면서 각종 규정 문제의 해결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아마존이 단순히 집으로만 물건을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받을 사람이 배송 당시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직접 배달하는 방법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7월 8일 영국의 한 언론을 통해 아마존이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받을 사람이 있는 곳으로 곧바로 물건을 배송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드론 배송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뉴질랜드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등장했었는데 호주 택배업체인 ‘Fastway Couriers’는 지난 6월에 오클랜드에서 드론을 이용한 택배기술을 시험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당시 ‘Fastway Couriers’는 시드니에 있는 ‘Flirtey’ 사가 배송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탄소섬유와 알루미늄 등으로 제작한 드론을 이용해 창고에서 1.9km 떨어진 배달장소까지 자동차 부품을 배달했다.
당시 펜로스(Penrose)와 마운트 웰링톤(Mt Wellington) 사이 구간에 걸쳐 진행된 시험 배송에 걸린 시간은 단 5분이었는데, 만약 육상으로 이를 운반했다면 교통체증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20분은 걸린다.
이번에 사용된 드론은 15km 정도까지 배송이 가능하고 특별한 조종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며 배송을 마친 드론은 GPS를 통해 자동 귀환하는데, 적재량은 최대 2.5Kg이다.
한편 이번 배송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서는 따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육상을 통한 배송보다는 훨씬 저렴할 것이 분명한데, 드론 회사 관계자는 특히 택배뿐만 아니라 배달이 많은 패스트푸드 업체와 경비업체 등에서는 드론이 유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