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민들의 럭비를 향한 뜨거운 열정은 그 실력만큼이나 세계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겨울만큼은 축구 열기도 그에 못지 않게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20세 미만 월드컵 축구대회(FIFA U-20 World Cup New Zealand 2015)’가 오는 5월 30일(토)부터 6월 20일(토)까지 이곳 뉴질랜드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서 고배를 마셔 출전하지 못하게 됐지만 북한은 아시아 대표 중 하나로 참가하는데, 이번 대회를 기대하고 있는 축구팬들을 위해 대회의 이모저모를 정리했다.
<멕시코 4강 신화가 탄생했던 대회>
‘FIFA U-20 Men’s World Cup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각종 축구 관련 대회 중 성인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국제적 스포츠 이벤트이다. 비록 4년마다 전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본격적인 성인 월드컵 수준에 견줄 수는 없지만 대회 기간 중 전 세계 축구팬들은 물론 지구촌 각지의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
또 하나의 축구 제전인 이 대회를 통해 미래 월드컵 스타가 탄생하기도 하는데, 1979년 일본 대회에서는 불세출의 축구영웅인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었으며, 현재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역시 이 대회가 낳은 스타들이다.
이 대회는 1977년 ‘세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FIFA World Youth Championship)’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으며, 격년제로 치러지던 중 지난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는 당시 박종환 감독이 이끌던 한국팀이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세계 4강에 오르는 신화를 창조하기도 했었다.
산소가 극히 부족한 고산지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팀이 선보였던 빠른 공수전환과 상대팀에게 쉴 틈을 주지 않던 전술은 ‘벌떼축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는데,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훈련을 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참가국 중 최약체로 손꼽혔던 한국 대표팀이 주최국이었던 멕시코까지 격파하고 8강에 올라 우루과이를 제치고 준결승전에서는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까지 펼치자 당시 외신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우리 팀을 ‘붉은 분노(Red Furies)’라고 표현하며 놀라워했었던 장면을 기억하는 중장년의 교민들도 꽤 될 것이다.
대회는 지난 2007년 캐나다 대회 때부터 현재와 같은 월드컵이라는 명칭을 달게 됐는데 이번 뉴질랜드 대회가 끝난 후 2년 뒤인 2017년에는 한국에서 다음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회 진행을 참관하고자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직원들이 뉴질랜드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끝나지 않은 조 편성>
대회에는 각 대륙에서 지역예선을 거쳐 선발된 24개 나라의 청소년 대표가 참가한다. 대륙 별로는 유럽(6), 아시아(4), 아프리카(4), 북중미(4), 남미(4), 대양주(1) 그리고 주최국 뉴질랜드 등이다.
이들 24개 팀은 4팀씩 6개 그룹으로 나뉘어 1차 조별리그를 치른 후 각 조에서 1,2위를 차지한 12개 팀과 각 조 3위 중 승점이 많은 상위 4팀(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차)이 16강에 오르게 되는데 총 게임 수는 52 경기이다.
6월 10일(수)부터 이틀간 치러지는 16강전부터는 성인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토너먼트로 진행되며, 이후 6월 14일(일) 8강전, 그리고 6월 17일(수)에 준결승전이 잇따라 열리고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되는 결승전과 3,4위전은 6월 20일(토)에 열린다.
조별 대진 추첨은 이미 지난 2월 초에 오클랜드에서 이뤄져 사진과 같이 조 구성이 마쳐졌다. 다만 조 구성 중 CFA로 표기된 부분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4개 팀인데, 이들은 오는 3월 8~22일 세네갈에서 열리는 ‘African U-20 Championship 2015’를 통해 선발될 예정이다.
한편 주최국 뉴질랜드는 우크라이나, 미국, 미얀마와 함께 A그룹에 속하게 됐으며 E그룹에 속한 북한은 아프리카 1위 팀과 브라질, 헝가리와 조별리그의 3경기를 치르게 됐다.
<어느 도시들에서 경기 열리나?>
지도에서처럼 이번 대회는 오클랜드와 왕가레이, 해밀톤, 뉴플리머스, 웰링톤을 비롯한 북섬 지역에서 5개 도시, 그리고 크라이스트처치와 더니든 등 남섬의 2개 도시 등 전국적으로 모두 7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이들 중 뉴질랜드가 출전하는 1차 조별리그 3개 경기는, 5월 30일 우크라이나와 벌이는 이번 대회 개막전을 비롯해 6월 2일 치르게 될 미국 전이 오클랜드의 노스하버 경기장에서 열리며, 이어 미얀마와의 최종 3차전은 6월 5일 웰링톤에서 개최된다.
한편 16강전은 위에 언급된 7개 도시 중 왕가레이를 제외한 나머지 6개 도시에서 각각 열리며 8강전은 오클랜드, 해밀톤, 웰링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치러지고, 이후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개최되는 준결승전을 거친 후 대망의 결승전과 3,4위전은 오클랜드의 노스하버 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이미 경기가 예정된 각 지방자치 단체들은 물론 뉴질랜드 정부에서도 대회를 통해 뉴질랜드가 TV 생중계와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노출되는 만큼, 이를 경제적인 이익 창출의 기회로 삼고자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대회는 전세계 1억 7천만 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지켜보게 돼 뉴질랜드를 알릴 좋은 기회인데, 현재 대회조직위원회에는 100명 이상 직원이 준비에 매달리고 있으며 1천 여명 가량의 자원봉사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대회 기간 중 선수단과 취재진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7천에서 1만 명 가량 뉴질랜드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데, 정부는 뉴질랜드 축구협회에 550만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팀 전력과 우승 예상은?>
1977년부터 지난 대회까지 총 19차례 열린 이 대회에서 가장 많이 우승했던 나라는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 최강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인데, 각각 6회와 5회로 압도적인 성적을 자랑하며 포르투갈이 2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또한 (구)서독을 비롯해 스페인과 프랑스도 우승컵을 한 차례씩 들어올린 경험이 있으며 이런 가운데 성인 축구에서는 앞서 언급된 팀들보다 상대적으로 약체라고 할 수 있는 (구)소련과 (구)유고, 그리고 아프리카의 가나도 역시 우승의 기쁨을 한번씩 맛본 바 있다.
그리고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우루과이와 나이지리아가 2차례씩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또 멕시코와 카타르, 체코, 그리고 이웃 일본이 각각 한 차례씩 결승전에 올랐지만 정상 일보 직전에서 멈췄는데, 일본은 1999년 나이지리아 대회 결승전에서 스페인에게 4-0으로 무릎 꿇은 바 있다.
이 대회가 청소년들이 벌이는 경기이기는 하지만 성인 축구에 버금가다 보니 역시 성인 축구에서의 강국들이 여전히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도 우승 경험이 많은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자타 공인의 강력한 우승후보이고 직전 대회 우승국인 프랑스나 독일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9년 대회에서 가나가 브라질을 꺾고 한 차례 우승을 선보였듯 아프리카 대표팀들도 이들 우승 후보국가들에게 거세게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콜롬비아나 세르비아, 멕시코, 미국 등도 만만치 않은 저력을 갖춰 조별리그를 거친 후에는 이들과 강국들 간의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 지역 예선은?>
한국은 작년 10월 미얀마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2014 AFC U-19 Championship)’에서 일본, 중국, 베트남과 함께 C그룹에 속해 경기를 펼쳤지만 베트남에게만 승리했을 뿐 일본에 2-1로 패하고 중국과 무승부를 기록해 조 3위에 머무르면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D그룹에서 카타르와 이란, 오만과 경기를 펼쳤던 북한은 조 2위로 8강에 오른 후 일본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4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5-0으로 대파한 후 결승에서 카타르와 맞섰으나 1-0으로 아깝게 우승을 놓쳤었다.
한편 이웃 호주는 아랍에미리트와 우즈베키스탄에 비기고 인도네시아에게만 승리해 B그룹 3위로 역시 8강 진출에 실패해 뉴질랜드로 오는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아시아 대회에서는 특히 동남아시아의 선전이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서도 주최국 미얀마는 8강전에서 아랍에미리트를 1-0으로 꺾은 후 비록 준결승전에서 우승팀 카타르에게 3-2로 지긴 했지만 미얀마 전국이 마치 한국의 2002년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