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0일 ‘아시아 뉴질랜드재단(Asia NZ Foundation)’은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각 지역으로부터 뉴질랜드로 유입된 이민자들의 시대별 변화 추세와 그들의 성향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통해 뉴질랜드가 갈수록 더욱 다양한 민족과 국가 출신들이 어울려 사는 모자이크 국가로 변신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는데, 주로 영주권을 중심으로 다뤘던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취업과 학생비자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인도적 이민을 통한 이민 추세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인도와 중국 출신이 압도적인 취업비자>
이른바 ‘영주권(permanent residence)’ 획득에 따른 이민이 아닌 ‘취업비자(work visa)’를 받고 뉴질랜드로 입국하는 이들의 출신도 영주권자들 만큼이나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취업비자는 종사할 업종이나 자격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최장 3년까지 체류가 허용되나 뉴질랜드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기술(Essential Skills)’을 가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5년이라는 장기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취업비자는 통상 상당한 수준의 학력이나 기술, 특히 그 중에서도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구사 능력이 요구되는데 대부분은 국내 업체로부터 ‘취업허가서(job offer)’를 구비한 상태로 이뤄진다.
현재 연간 65,000건에 달하는 취업비자가 아시안들을 상대로 발급되는 가운데 이 비자를 발급 받은 이들의 출신 역시 인도와 중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을 총 망라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3년 6월말까지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중 취업비자를 획득한 사람 중에서 숫자만을 놓고 본다면 인도 출신이 단연 으뜸이다.
인도 출신은 이 기간 중 무려 연 평균 18,100명이 취업비자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으며 그 뒤를 16,027명인 중국이 뒤따르고 있는데, 최근 영주권 카테고리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한 필리핀 출신도 연간 평균 8,225명이나 취업비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이 분야 3위를 기록했다.
한편 한국 출신 역시 연 평균 5,722명으로 집계되면서 이 분야에서 4위에 올라 여전히 취업비자 소지자들이 한국 교민사회의 주요한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뒤를 이어 취업비자를 받은 이들이 많은 나라는 4,659명의 일본, 그리고 말레이시아 3,700명, 태국 2,899명, 인도네시아 1,561명, 타이완 1,273명 등이며 여기에 스리랑카 출신이 1,173명으로 취업 분야의 비자발급 건수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취업비자를 소지한 사람이 많으면 이들 중 상당수가 나중에는 영주권을 취득 후 뉴질랜드에 영구 정착할 가능성도 높다 보니, 현재의 취업비자 현황은 가까운 미래에 소수민족 커뮤니티가 어떻게 바뀔 지에 대한 추론도 가능하게 만든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 발급 최다는 한국>
한편 취업비자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 비자 발급 건수도 이번에 함께 조사됐는데, 이 비자는 아시아 나라 대부분을 상대로 18~30세까지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비자는 통상 1년 동안 공부와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출신은 예외적으로 기간이 6개월로 제한된다.
지난 2008년 7월부터 2013년 6월말까지 기준으로 보면 이 비자를 발급 받은 이들 중 1위는 연 평균 1,862건을 받은 한국인데, 연간 한도가 1,800명이었던 이 숫자는 금년부터 시행 예정인 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3천명까지 늘어나게 됐다.
한편 한국 다음으로 연 평균 1,774명의 일본이 그 뒤를 이었으며 1,196명의 말레이시아, 그리고 951명의 중국, 타이완 604명, 홍콩의 368명과 태국 93명, 싱가포르의 91명, 베트남 20명 등 아시아 각국이 차례대로 순위를 이었다. 이 중 베트남과 순위에 나타나지 않은 필리핀은 2013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이유로 발생하는 난민 비자>
뉴질랜드는 국제연합(UN)의 ‘난민고등판무관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을 통해 연간 750건의 난민 비자를 발급하는데, 이 비자로 입국하는 난민들 역시 아시안 커뮤니티와 뉴질랜드 사회를 더욱 다양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2006년 7월부터 2013년 6월말까지의 센서스 자료를 분석해보면 이 기간 중 가장 많은 난민 비자를 받은 아시아 국가는 1,952건의 미얀마 출신이었는데, 이는 현지에서 미얀마 군사정부로부터 박해를 당한 소수민족들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으로 많은 난민 비자는 774건의 부탄 출신이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부탄에 거주하던 네팔계 주민들로서, 자신들의 거주지였던 부탄으로부터 축출을 당해 난민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도 정정이 극히 불안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같은 기간 동안 453건의 난민 비자를 허용 받아 미얀마와 부탄의 뒤를 이었는데, 뉴질랜드는 2006년 이전에 이미 대규모로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인 바 있다.
한편 이 비자로 입국한 이들은 대부분 초기에는 크라이스트처치와 넬슨, 파머스톤 노스 등 각 지역의 거점 도시에 골고루 나뉘어 살도록 조정됐지만 이후 이들 중 상당수가 오클랜드로 주거지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민으로 이어지는 고등교육기관 유학생>
타국으로부터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이른바 유학 분야는, 1990년대 이래 뉴질랜드의 중요한 산업분야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도 그 영향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분야로 성장했다.
2002년 정점에 도달했던 유학생 숫자는 그 당시 연간 평균 12만 명에 달했는데, 그 이후 10여 년 간에 걸쳐서도 계속해서 연평균 94,000여 명을 기록하는 등 유학은 꾸준히 뉴질랜드의 주요한 산업 분야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2006년 7월부터 2013년 6월 말까지도 같은 규모의 유학생들이 계속 뉴질랜드를 찾은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는 같은 기간에 들어온 유학생 중 연 평균 56,000여 명이 한국과 인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출신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연간 35,000여명 수준이었던 중국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사이에 큰 하락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하락세가 25,000여명 수준에서 멈춘 후 2013년까지 계속 그 정도 규모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가장 많은 유학생 배출국가로서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매년 15,000명 내외의 유학생을 유지하며 유학생 배출국 순위에서 2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지난 2011년에 인도에게 2위 자리를 내준 후 연간 1만 명 이하로 내려가면서 2013년에는 일본에게도 그 순위가 밀렸다.
또한 2013년 자료를 통해 이들 유학생들을 좀더 자세하게 분석해보면, 한국은 이른바 조기유학생이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재학생들이 전체 유학생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반해 일본은 이 비율이 22%, 그리고 중국은 15%로 나타났고 인도는 이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았다.
많은 유학생들이 어학원을 비롯한 각종 민간교육기관에서 공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이 해당 국가의 전체 유학생에서 차지한 비율은 인도가 66%로 가장 높았으며 그 뒤를 49%의 일본, 그리고 43%의 중국과 41%의 한국이 잇고 있다.
또한 이들 유학생들 중 국내의 각 폴리텍에 재학 중인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역시 인도로 25%였으며, 15%의 중국과 함께 각각 7%와 6%로 나타난 일본과 한국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특히 유학생 분야 중에서도 중등학교가 아닌 이 같은 고등교육기관들에 유학 중인 젊은이들은, 학업을 마친 후 직장을 찾아 국내에 남는 이른바 ‘유학 후 이민’이라는 과정을 통해 정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들의 숫자를 통해 향후 이민 추세와 소수 커뮤니티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기도 하다.
한편 지역별로 놓고 보면 이들 전체 유학생들 중 2/3에 조금 못 미치는 60% 가량이 오클랜드에 위치한 각종 교육기관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