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기 피해금액이 연간 4억불?>
오늘날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컴퓨터를 포함한 인터넷으로 사회 구석구석이 연결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는 어떤 이들, 주로 시간을 쪼개 사는 사람들이나 젊은이들처럼 빠른 속도의 삶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신나는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또 다른 누구들에게는 싫든 좋든 21세기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대가를 치러야 하는 짐이 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원시 고대사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던 악성 사기꾼들이 인터넷 세상을 맞아, 이른바 ‘사이버 사기(Cyber Scam)’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해 보통 사람들을 울리기 시작한 것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발생해온 일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그 수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이나 정부부처, 그리고 통신회사나 은행 같은 금융기관 등 갖가지 민간단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자와 금액은 매년 갈수록 늘어나고 실정이다.
국내에서 사이버 안전활동을 전개하는 단체인 ‘NetSafe’의 한 관계자는, 매년 뉴질랜드에서 이와 관련된 사기 피해금액이 최대 4억 달러까지 이를 수도 있다고 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까지 와있는지를 실감나게 한다.
<울화병 생기지 않으려면 조심만이 최선?>
여기에 더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이버 사기는 통상 그 범위가 국제적이라서 한번 당하면 피해회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기꾼이나 그 조직에 대한 차후 수사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금액이나 사안이 크건 작건 사기를 친 범인에 대한 처벌 역시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억울한 심정을 제대로 하소연도 못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말 못하는 사람이 냉가슴 앓듯 하다가 나중에는 울화병으로까지 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인터넷을 안 쓰는 게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커뮤니케이션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제도와 시설이 이미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 그것 없이 사회생활을 한다는 게 불가능함은 삼척동자도 익히 아는 사실.
이런 상황에서 해답은 결국 개개인이 모두 평소에 귀와 눈을 열고 당하지 않도록 항시 주의하고 거듭거듭 확인하고 경계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방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기 사례를 보면 그 수법이 너무나 교활하고 세련돼 꼼짝 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의 한 지역신문에서 반려동물을 이용한 국제적인 사이버 사기와 그 처리 과정을 사례로 보도, 독자들이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호에 소개한다.
<보기에도 너무나 깜찍한 강아지>
사건 피해자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에서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는 L씨로 딸과 아들 등 두 자녀를 둔 그녀는 1살짜리 ‘빌리(Billy)’라는 이름의 ‘브리티시 블독(british bulldog)’도 한 마리 키우고 있었다.
최근에 그런 그녀를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이제 태어난 지 겨우 8주밖에 안된 회색과 흰색이 섞인 ‘프렌치 블독(french bulldog)’ 강아지 한마리.
그녀 자신은 물론 딸과 아들, 그리고 빌리에게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 이 강아지를 발견한 곳은 호주 출신의 한 브리더(breede)와 관련된 인터넷의 한 SNS였다.
자신을 30년 이상의 경험뿐만 아니라 챔피언 브리더 경력도 있다고 자랑한 그와 접촉한 L씨에게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전해진 강아지의 사진은, 그녀가 아닌 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어떤 사람이라도 순식간에 미소를 짓게 만들 만큼 깜찍한 모습이었다.
몇몇 보안체크를 마친 그녀가 판매상의 호주 계좌로 강아지 입양대금 3,000 달러를 보낸 것은 지난 4월초였으며, 이후 오매불망 사진 속 강아지가 오기만을 기대했는데 며칠이면 될 것 같았던 배송기한은 느닷없이 날아온 이메일로 인해 산산이 깨지기 시작했다.
▲ Australian National Bulldog Club의 페이스북
<“경찰에 신고하고 날 잡아 봐라~”>
그것은 검역(quarantine)이 안 된 강아지의 등록비용으로 추가로 3,500 달러를 보내라는 동물 전용 운송회사로부터의 메일 한 통.
무언가 일이 잘못됐다는 의심에 그녀는 검역을 관장하는 뉴질랜드 정부부서인 주요산업부(MPI)에 문의한 결과, 호주에서 반입되는 반려동물들은 이 같은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에 사기임을 직감하고 경찰로 달려갔다.
그러나 해외에서 일어난 일인만큼 도와줄 수가 없다는 경찰 답변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사기꾼의 이름이 가빈 브루스 스튜어트(Gavin Bruce Stuart)란 것을 알고 있던 그녀는 스튜어트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협박이 통했는지 처음에는 돈을 환불하겠다고 했던 그는 약속을 끝내 지키지 않았으며, 결국 4월 중순에는 “경찰이 개입하기를 원하냐? 좋아! 그럼 가서 경찰에 이야기하고 그들에게 여기 와서 날 잡아보라고 해”라는 메일을 보내 L씨를 놀리기까지 했다.
여기에 그 상황이 벌어질 무렵 L씨의 거래은행인 ANZ은행으로부터, 누군가가 그녀의 계좌에 접근하려고 했다는 경고까지 통보되자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선 그녀는 더욱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는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모든 이들이 인터넷, 특히 해외를 통해 강아지를 구입할 때에는 주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는데, 그녀의 가족은 국내 브리더를 통해 나중에 새 강아지를 입양 받아 직접 만나 전해 받았다.
한편 호주의 ‘Australian National Bulldog Club’은 자체 페이스북에 스튜어트의 사기사건에 대한 주의를 공지했는데, L씨가 전한 바에 따르면 그가 사기칠 때 그의 페이스북에는 온통 긍정적 피드백과 800건의 좋아요(likes)가 달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금 직전 자문자답은 필수>
인터넷 보안단체인 ‘NetSafe’ 관계자는, 작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모두 8,100명 이상의 피해신고를 받았으며 관계된 금액만도 800만 달러에 이르렀다면서, 사기 피해자들이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에 따르면 신고된 건 중 피해가 가장 컸던 금액은 무려 100만 달러에 달했고 최소는 39센트였으며 5만 달러 이상의 피해도 31건이나 됐는데, 그 중 18건이 강아지와 관련됐으며 점차 건수가 증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해자 중에는 해외에서만 구입 가능한 물건을 사려던 중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L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으며 프렌치 블독은 최근 레이디 가가와 휴 잭맨 등 헐리웃 스타들이 많이 기르기도 하는데 이번 사건 이후 국내에서도 입양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접한 한 경찰 수사관은, 가급적이면 누군가를 시켜서라도 판매자와 대면접촉을 한 후에야 송금을 해야 한다면서, 정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은 상대방에게 송금 전에 “만약 물건을 못 받거나 나중에 돈도 돌려받지 못한다면 그래도 괜찮은가?” 자문을 해본 다음 “No”라는 답변이 나온다면 돈을 보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