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시장이 거의 2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민 증가로 주택수요가 늘고 금리는 궁극적으로 하락해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줄 것이라는 기대이다. 2024년 주택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해 본다.
키위뱅크 올해 집값 5 ~ 7% 상승 전망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떨어지기보다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키위뱅크는 올해 집값 상승 전망치를 5~7%로 제시했다.
키위뱅크의 자로드 커(Jarrod Ker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민이 주택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키위뱅크는 올해 집값이 좀더 정확하게 6% 오를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커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 주택시장의 잘못된 점은 공급 측면에서 주택 공급의 부족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뉴질랜드 주택 건설이 느리고 주택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에 투자를 하지 않으며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는 일도 하지 않으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21세기 들어서만 벌써 세 차례의 이민 붐을 겪었다.
2000년대 초 장기사업비자 등으로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었고 집값이 상승했다.
그러나 이민자 유입에 대처하는 인프라 구축에 대한 투자는 증가하지 않았다.
2013~2019년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커다란 이민 붐을 맞았다.
이에 따라 2018년 주택 부족 분이 10만채로 추산됐고 2019년에는 13만채까지 늘었다.
2020년 팬데믹이 덮치면서 국경이 폐쇄되고 이민 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상황이 벌어졌다.
주택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상습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소할 좋은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2022년말부터 국경을 다시 개방하고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이민을 장려하면서 순이민자 수가 작년 10월말 기준 연간 12만8,9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주택 수요가 공급을 다시 초과하면서 불균형도 악화될 전망이다.
커 이코노미스트는 대략 2.5명당 주택 한 채씩 계산해도 12만여명의 순이민자를 수용하려면 5만채의 주택이 필요한데 지난 2022년 연간 4만6,000채로 역대 최고의 주택 건설을 기록한 이후 주택 건설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주택 공급량이 3만채 초반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용 주택 건설 붐은 빠르게 식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주요한 정책 변화가 있지 않는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맞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커 이코노미스트는 신정부의 정책도 주택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당은 지난 2021년 당시 노동당 정부가 시행한 임대소득에 대한 대출이자의 비용 불인정을 폐지하고 투자용 주택의 매각차익에 대한 소득세 부과가 면제되는 기한을 현행 구입 후 10년에서 2년으로 대폭 단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 2018년 이후 뉴질랜드 평균 주택가격 추이(자료: 원루프/발로시티)
주택 매매량과 매매 성사 기간 모두 주택시장 회복 신호
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도 주택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올해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재인상을 언급하면서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며 “결국 금리는 하락할 것이고 집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주택 매매량과 매매 성사 기간을 꼽는다.
2020~2022년 주택 붐 동안 매매 성사 기간은 30일 미만으로 장기 평균인 39일보다 휠씬 짧았다.
하지만 2022년말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매매 성사 기간은 50일로 크게 늘었다.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상대적 소외감과 두려움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은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너무 비싸게 집을 사는 것을 우려하는 ‘풉’(FOOP, Fear Of OverPaying)으로 바뀌었다.
판매자가 원하는 가격과 구매자가 지급하려는 가격과의 차이가 벌어지면서 매매량은 37% 급감했고 집값은 떨어졌다.
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주택시장에서 판매자들은 기대치를 낮추고 구매자들은 가격에 순응하면서 매매 성사 기간은 장기 평균인 39일 정도로 단축됐고 매매량이 늘어나고 있으며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며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고 매매량이 늘면 가격 상승이 뒤따른다”고 밝혔다.
커 이코노미스트는 지역별로도 올해 주택시장을 전망했다.
오클랜드는 2022년 급감했던 주택 매매량이 최근 20% 반등했다.
평균 매매 성사 기간도 50일에서 39일로 단축됐다.
2021년 11월 고점 대비 20% 떨어졌던 집값도 작년 5월 이후 5% 상승했다.
커 이코노미스트는 모멘텀을 찾은 오클랜드 집값이 앞으로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웰링턴은 집값이 2021년 고점 대비 21% 떨어졌고 주택거래가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매매 성사 기간은 크게 줄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매매 성사 기간은 평균을 보이고 있으며 매매량은 연간 두 자릿수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집값 하반기 본격 상승 전망
일부 전문가들은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고 이민자들의 주택 수요가 시장에서 감지될 하반기에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ASB는 올해 뉴질랜드 집값이 7~10%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ASB는 기록적인 순이민과 인구 증가로 주택 부족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ASB의 마크 스미스(Mark Smith) 이코노미스트는 집값이 2021년말 이후 이미 상당히 떨어져서 반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인구 증가와 금리 인하, 그리고 신정부의 주택 투자자 우호적 정책 등을 꼽았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실업이 집값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미스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집값은 2021년 고점 대비 25% 이상 떨어졌고 렌트 수익률은 대출 이자율보다 낮고 주택은 여전히 구매하기 어려운 수준이다”며 “높은 이자 비용과 실업률 증가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팩은 올해 전국적으로 집값이 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스쿼럴 모기지(Squirrel Mortgages)의 존 볼톤(John Bolton) 대표는 “사람들이 올해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가격을 올릴만한 주택공급 부족을 보지 못한다”며 “금리는 높고 경제는 좋지 않으며 실업률은 오르는 상황에서 상반기 조용한 주택시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시장에 구매자들이 더욱 많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판매를 보류했던 주택 소유주들이 주택을 내놓기 시작할 것이라도 덧붙였다.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일부 대형 은행들이 모기지 금리를 소폭 내렸지만 올해 상반기에 대폭적인 인하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 1년 만기 신규대출 평균 금리가 6.1%에서 2023년 11월 7.3%로 상승했다.
볼톤 대표는 올해 상반기가 주택 구입에 적기라고 조언했다.
론 마켓(Loan Market)의 산지브 장라(Sanjeev Jangra) 모기지 상담사는 연말로 갈수록 금리 하락 속도가 붙을 전망이기 때문에 주택 소유주들은 금리 하락에 대한 성급한 기대를 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장라 상담사는 생애 첫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집값이 아직 오르지 않았고 많은 매물이 있는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밝혔다.
그는 “금리가 너무 올라 많은 사람들이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택을 내놓고 있어 생애 첫집 구매자한테는 많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모기지를 장기로 하지 말고 18개월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적당한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비율 변경 이후 주택 대출에 좀더 관대해졌다고 전했다.
생애 첫집 구매자들은 카잉가 오라(Kainga Ora)를 통하여 5%의 디포짓만으로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클랜드 남부에 70만~80만달러 대의 주택 매물들이 많고 카잉가 오라 주택대출 기준을 충족한다면 3만5,000~4만달러의 현금만 있으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잉가 오라 주택대출 기준은 부부 합산 연간소득이 16만달러 미만이거나 독신의 경우 9만5,000달러 이하이다.
ANZ “중앙은행, 8월부터 금리 내릴 것”
ANZ은 높은 모기지 금리와 고용시장 악화가 주택대출과 주택수요를 제한하면서 집값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며 5.8%의 상승률을 제시했다.
ANZ의 샤론 졸너(Sharon Zollne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택시장이 몇 가지 위험 요소가 있긴 하지만 작년보다 긍정적이다”며 “주택시장이 바닥을 지났지만 확실한 것은 없고 매매량은 여전히 부진한 편이다”고 말했다.
졸너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가 정점을 지났고 인하 전망이 주택시장에 좋은 소식이라고 덧붙였다.
졸너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오는 8월로 점쳤다.
그녀는 “오는 3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 내로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실업률이 5%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향후 금리인하 폭은 8월 첫 인하를 시작으로 1년간 2%포인트로 예상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가 3.5%에 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졸너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의 완화 신호는 나오지 않고 ‘깜짝’ 인하로 전개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녀는 “중앙은행의 현명한 전략은 실제 인하를 하기 전까지 계속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졸너 이코노미스트는 내비쳤다.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 다음달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