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활비 위기에 중산층까지 무너질 판

긴 생활비 위기에 중산층까지 무너질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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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면서 기술적 경기 침체 국면에 빠졌다. 끈질기게 물러나지 않는 고인플레 시대를 겪고 있는 보통 뉴질랜드인들은 경기까지 악화되면서 인내의 세월을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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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소득을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인들 중에서도 재정적 고충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2개 분기 연속 경제성장률 하락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 대비 0.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에 나섰던 뉴질랜드는 이로써 기술적 경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3분기 0.3% 감소한 데 이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2개 분기 연속 GDP가 성장하지 못했을 때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고 정의한다. 섀넌 니콜(Shannon Nicole) 무디스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마지막 분기 뉴질랜드 GDP가 연속 하락하면서 다시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1인당 GDP도 0.7% 줄었고, 실질가처분소득은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재정 지출 확대 등 조치가 있었음에도 경기는 침체로 접어든 셈이다.


뉴질랜드는 코로나 팬데믹 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선도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국가다. 중앙은행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금리를 5.2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최근 경기 침체 국면도 빠른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관심은 통화 정책이 바뀔지 여부다. 


미국이 올 6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뉴질랜드도 하반기 통화 완화 대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보크(Andrew Boak) 호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앞으로 몇 달 안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길이 확실해졌다”면서 “중앙은행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비둘기파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고 금리 인하는 8월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통화정책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5.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0.25% 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올해 들어서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범위인 1~3%를 넘어서고 있다”며 “생산능력을 제한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이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으로 유지하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목표 범위 내로 되돌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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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국내총생산 성장률 (자료: 통계청)


재정 고충 호소하는 중산층 급증


생활비 위기와 경기 침체로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중산층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더니든 예산 조언 서비스’의 앤드류 헨더슨(Andrew Henderson) 매니저는 “더니든에서 저소득층이 아닌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를 눈에 띄게 보고 있다”며 “생활비 위기와 경기 침체의 영향이 뉴질랜드 중산층까지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그의 기관에 찾아와 도움을 구하는 10~15명의 사람들 가운데 70%는 이전에 도움을 구한 적이 없었던 신규 고객들로 치과의사, 교사, 빌더, 배관공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헨더슨 매니저는 “자택이 있고 부부가 모두 일하고 있으며 어린 자녀를 둔 상당한 소득을 가진 중년 커플이지만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타우랑가에 있는 ‘베이 파이낸셜 멘토스(Bay Financial Mentors)’의 셜리 맥콤비(Shirley McCombe) 매니저는 “5년전 사업을 시작할 때 연간 3,500명 정도의 고객을 볼 수 있었는데 올해 5,500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며 “부부 모두 일을 하는 가족들도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버드젯팅 서비스 노스 캔터베리(Budgeting Services North Canterbury)’의 샤론 그랜트(Sharon Grant) 매니저는 대면 상담 고객이 작년에 주당 21건에서 올해 33건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 센트럴 버드젯팅 컨설턴트(Auckland Central Budgeting Consultants)’의 데이비드 베리(David Verry) 재무상담사는 “이는 마치 물고문과 같다”며 “모든 부문에 작은 물방울이 적시면서 결국 그것들이 모여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유했다.


그는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돈이 부족해 일상 생활에 필요한 기본 품목조차도 신용카드나 ‘바이 나우, 페이 레이터(buy now, pay later)’와 같은 지급 방식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베리 상담사는 과거에는 모기지 문제 때문에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모기지 문제를 안고 있는 고객들이 주류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모기지 재고정과 관련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는 “우리는 모기지 재고정의 2라운드에 돌입하고 있다”며 “2.5%에서 출발한 사람들은 12개월 전에 5%로 올랐고 현재 7%까지 재차 올랐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업체 센트릭스(Cenrtix)에 따르면 지난 1월 모기지를 연체한 채무자가 2만1,800여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6% 증가했다.


지불되지 않은 모기지 비율은 1.49%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높았다.


베리 상담사는 모기지 연체와 관련해 키위세이버에서 돈을 찾으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IRD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제적 곤궁을 이유로 인출된 키위세이버 펀드 규모가 1,970만달러로 작년 1월의 940만달러에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뉴질랜드인 3명 중 1명은 재정적으로 불편한 생활하고 있어


지난 2월 호라이즌 리서치(Horizons Research)가 뉴질랜드인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3분의 1은 재정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호라이즌 리서치의 줄리아 오드(Julia Ord) 매니저는 이같은 조사 결과는 현재 뉴질랜드인이 겪고 있는 상황을 견고하게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11월 같은 질문에서 재정적으로 불편하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증가한 반면에 그 반대의 경우는 줄었다는 것이다.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정도의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불편한 재정 상황’이라는 응답이 작년 11월 조사 때의 17%에서 지난 2월 20%로 증가했다.


또 ‘매우 불편한 재정 상황’이라는 응답은 8%에서 9%로 늘었다. 


한창 경제적 활동기인 35~44세 연령대의 40%는 ‘불편한 재정 상황’이거나 ‘매우 불편한 재정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많은 사람들은 올해가 2023년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비관적 전망의 이유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생산성, 실업률 상승 전망 등이 열거됐다.


정부가 대응해야 할 3가지 우선 순위로는 식품비 상승 대응, 보건 시스템 개선, 구입 가능한 주택 가격 등이 뽑혔다. 


부양 자녀가 있는 가구가 재정적으로 더욱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자녀 1~2명을 둔 편부모 가구가 가장 높은 재정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버카길에서 두 10대 자녀를 두고 있는 싱글맘 제나 킹(Jena King)은 치즈를 구입했던 적이 오래된 기억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킹은 지난 2022년 남편과 이혼한 후 함께 살았던 집을 팔고 빚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던 부모집에 다시 들어와 살고 있다.


모기지 이자와 렌트비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지만 아직 갚아야 할 학생수당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생활비가 여전히 벅차다.


담배도 끊었지만 직장과의 거리가 멀어져 자동차 연료비가 두 배 이상 늘었고 세탁세제도 쉽게 구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클랜드에 어린 아들 한 명과 사는 싱글맘 티간(Tegan)은 더 많은 가족 수를 가지고 있는 주위 친구들이 렌트비와 식품비 등을 맞추기 위해 힘들어 하는 상황을 지켜 보면서 본인도 렌트로 살지만 큰 걱정 없이 지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티간은 아들을 주당 220달러를 지불했던 데이케어에서 65달러의 유치원으로 옮겨야 했다.


     

물가 상승률 떨어진다고 해서 상품가격 떨어지는 건 아니다


최근 ‘국가 정신 건강 실태’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빅토리아 대학의 마크 윌슨(Marc Wilson) 교수는 호라이즌 리서치의 조사 결과가 뉴질랜드인들의 비관적인 재정 전망을 보여주는 그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윌슨 교수는 “물가상승률이 완화된다고 해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승률만큼 오르는 것이다”며 “빵 가격은 오늘 내일 사이로 오르지 않지만 여전히 비싸다”고 설명했다.


윌슨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정치적 우선순위로 뽑은 보건 시스템과 주택, 식품비 등은 모두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욕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식사를 걱정하거나 잠잘 곳을 걱정해야 한다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것이다”며 “환경 보호나 언론 자유 등의 문제들도 이러한 기본 욕구를 충족할 때 비로소 걱정할 여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워크 앤 인컴(WINZ, Work and Income)을 통해 받는 수당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고달프다.


‘수급자 옹호 및 정보 서비스(BAIS)’의 카렌 패티(Karen Pattie) 매니저는 수당액이 생활비 상승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의 수급자들은 수당 수입의 3분의 2를 렌트비로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패티 매니저는 오클랜드에서 1~2명의 자녀를 가진 편부모들의 경우 주당 수당에서 렌트비, 공과금, 식품비, 교통비 등을 제하면 8달러 밖에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고장난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자녀 교복을 구입하는 등의 비일상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처할 충분한 여윳돈이 없다는 것이다.


ASB는 지난달 발표한 1분기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평균 가구의 총생활비가 주당 70달러가 늘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낮은 증가세이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 더욱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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