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 정당의 선거운동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당초 집권 국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던 이번 총선은 지난달 발간된 책자 ‘추잡한 정치(Dirty Politics)’라는 돌발변수가 터지면서 점차 혼탁해졌다. 국민당이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어느 당도 단독으로 집권하기 어려운 혼합비례투표제(MMP)에서 3기 집권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경제 분야, 견고한 성장 vs 넓은 비전
국민당이 집권한 지난 6년 동안 뉴질랜드 경제는 낙농제품 수출과 크라이스트처치 재건사업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기침체에서 회복했다.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국민당은 이러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무역 협약들을 마무리하고 연구개발을 장려하며 초고속 인터넷망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하고 건축승인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자원관리법을 개정하는 일도 국민당의 경제 계획이다.
이에 비해 야당들은 국민당 정부의 상품 수출 및 크라이스트처치 재건 일변도 경제틀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당은 정보기술, 목재가공, 하이테크 제조 등 양에서 질로의 이동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당의 경제분야 공약에는 현행 14.25달러인 최저임금을 2015년 상반기 중에 16.25달러로 올리고 신입직원에 대한 90일 간의 수습기간을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녹색당은 정부의 연구개발 지출을 10억달러 늘리고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한 새로운 국영은행을 신설하며 연간소득 14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한 세율을 40%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교육 분야, 質 vs 量
국민당 집권 이후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교육 분야는 한마디로 질과 양의 공약 대결로 표현된다.
국민당은 총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할 경우 내년부터 3억5,900만달러를 투입해 학교개혁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정책은 250명의 행정교장과 1,000명의 전문교사, 5,000명의 지도교사, 그리고 이동교장 등 4가지로 구분된다.
우수한 교사들과 교장들을 선정해 보너스를 지급하고 다른 학교 교사들과 교장들을 훈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당 정책은 그러나 지난달 초등학교 교사들과 교장들의 93%가 반대해 계획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국민당의 교육 공약이 질적인 면을 강조했다면 노동당은 양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사 2,000명을 충원해 2018년부터 초등학교의 교사당 학생 수를 26명으로 줄이고 중등학교의 학급규모를 평균 23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학부모에게 기부 요청을 중지하는 학교에 학생당 연간 100달러를 지급하고 2017년까지 모든 학생들에 개인용 태블릿과 넷북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이다.
이민 분야, 현행 유지 vs 통제
최근 이민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국민당 정부는 이민 정책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존 키(John Key) 총리는 지난 7월 뉴질랜드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노동시장의 기술인력이 심각한 부족상태를 겪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키 총리는 “현재는 도전적 상황으로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고 기업들은 기술인력이 부족하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며 “정부가 이민자들보다 먼저 내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2009년과 2010년에 이민정책의 기준을 바꾼 바 있으나 지금은 어떤 변화도 모색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당은 부유한 이민자를 위한 투자이민 플러스 부문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의 이민 정책은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는 이민이 아니라 뉴질랜드 산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높은 기술의 이민자를 받아 들이는 것이다.
노동당은 2년 미만 워크비자 소지자가 10만여명이나 되고 실업 상태의 뉴질랜드인이 14만7,000명 있다며 이민자들은 비교적 낮은 기술의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여 뉴질랜드 노동시장의 임금 수준을 끌어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은 오클랜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경제 호황기에는 이민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방에 정착하는 기술 이민자에 혜택을 주고 가족이민을 검토하며 뉴질랜드가 받아들이는 난민의 수를 늘리는 것도 노동당의 이민 분야 공약이다.
반이민 정책으로 유명한 뉴질랜드 퍼스트당은 이민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으며 이민자 수의 강력한 통제를 주장하고 있다.
보건 분야, 일반의 무료 진료 쟁점
보건 분야에서 선거는 일반의(GP) 무료 진료에 대한 입찰 경쟁이 되고 있다.
국민당은 지난 5월 발표한 예산에서 내년 7월부터 13세 미만 아동의 일반의 진료와 약 처방을 무료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질세라 노동당은 13세 미만 아동은 물론 70만명에 이르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일반의 무료 진료를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다.
노동당의 공약에는 임산부에 대한 치과 무료 진료와 저소득층 가정이 밀집된 지역의 진료비를 인하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노동당의 공약은 4년 동안 10억달러의 예산이 소요되는 국민당의 13세 미만 아동 의료 혜택에 추가로 연간 3,000만달러가 소요되며 국민의 40%에 해당되는 170만명의 가정의 무료진료와 약값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당은 가정의 무료 진료를 17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하고 학생, 수당 수혜자, 노령연금 수급자들의 치과 진료를 무료로 하며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이다.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공약은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에 가정의 무료 진료를 제공하며 모든 9학년 학생들에게 건강 검진을 실시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총선에 국민당의 멜리사 리 의원과 신생 인터넷 당의 길 호 후보 등 2명의 한인이 출사표를 던졌다.
3선에 도전하는 리 의원은 오클랜드 마운트 앨버트 지역구에, 오클랜드 대학 법학 석사 출신으로 보험회사에 근무 중인 호 후보는 노스코트 지역구에 각각 출마한다.
리 의원은 국민당 비례대표 후보 순위에서 아시아 출신 후보 중에서는 가장 빠른 31번을 배정받았기 때문에 비록 지역구에서 패하더라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는 국민당의 지지도로 볼 때 비례대표 당선이 확정적이다.
국민당 주요 당직자들과 우익 블로거 간의 이메일을 폭로한 닉키 헤이거(Nicky Hager)의 ‘추잡한 정치’가 발간된 지난달 14일의 다음주에 1,0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3뉴스-레이드(Reid) 여론조사 결과 국민당은 2.5% 떨어진 45%의 지지율을, 노동당도 2.6% 하락한 26.2%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소수 정당들의 지지율은 올라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지지율이 지역구 승리 없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준선인 5%를 넘는 6.5%를 기록, 국민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지지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콜린 크레그(Colin Craig)가 이끄는 보수당의 지지율은 2.1%나 올라 4.6%를 나타냈고 녹색당은 13.5%, 인터넷-마나당은 2.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번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3.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