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시간으로 10월 16일(목) 아침, 뉴질랜드가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의 ‘안전보장이사회(Security Council, 이하 안보리로 약칭)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뉴질랜드의 안보리 이사국 진출은 1954년, 1965년 그리고 1993년에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노력 끝에 이번에 네 번째로 선출돼 2015년 1월부터 2016년 말까지 2년 동안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활동을 전개하게 됐다.
<나라별로 명암 엇갈린 이사국 선출>
유엔 안보리는 총 15개 국가로 구성되는데 그 중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 등이 이른바 상임이사국으로 임기 제한이 없으며, 주지하다시피 이들에게는 국제질서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원천인 이른바 ‘거부권(veto)’이 주어져 있다.
한편 비상임이사국은 총회에서 투표로 선출하는데 대륙(지역)별 안배를 통해 아시아(2), 아프리카(3), 중남미(2), 그리고 서유럽과 기타 그룹(Western Europe and Others group)에서 3개 나라 등 모두 10개 나라를 뽑는다.
이들의 임기는 각 2년인데 매년 5개 나라를 총회에서 다시 선발하며 선발기준은 전체 회원국의 2/3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2014년 10월 현재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이므로 비상임이사국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최소 129개국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금년 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국가는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아프리카는 앙골라, 그리고 중남미 쪽에서는 베네수엘라가 선출됐는데, 이들 대륙에서는 다른 후보국이 없었기 때문에 세 나라 모두 180여 표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수월하게 선출됐다.
반면 서유럽 및 기타 국가 그룹에서는 뉴질랜드와 스페인, 터키가 출사표를 던졌는데, 이 중 뉴질랜드는 1차 투표에서 선출 하한선을 넘은 145개 국가로부터 지지를 받아 비교적 무난하게 이사국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스페인과 터키는 1차 투표에서 각각 121표와 109표를 받는 등 기준선을 넘지 못했으며 2차 역시 실패해 결국 3차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는데, 터키가 2차 73표, 3차는 60표로 오히려 득표수가 거꾸로 가는 사이에 3차에서 스페인이 132표를 받아 가까스로 마지막 이사국 자리를 획득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5개국은 앞서 언급한 미국을 비롯한 5개 상임이사국에 더해 임기가 내년 말까지인 차드, 칠레, 요르단, 리투아니아, 나이지리아 등 5개국과 함께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다.
한편 이번에 임기가 끝난 5개국 중에는 한국도 포함됐는데, 1991년에 북한과 함께 유엔에 처음 가입했던 한국은 지난 1996~7년에 한 차례 안보리 이사국 활동을 했으며 이번에 아르헨티나, 호주, 룩셈부르크, 르완다와 함께 임기를 마쳤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선출>
안보리는 유엔에서 역할이 다른 어느 산하 기구보다도 중요하고 영향력이 크다 보니 비록 비상임이라지만 그 자리를 놓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며 당연히 국제정치적인 역학관계가 선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금년 총회에서도 181표를 얻어 무난하게 당선된 베네수엘라와 낙선한 터키를 놓고 유엔 외교가에서 말들이 많은데 이 같은 결과는 두 나라가 최근까지 국제무대에서 보인 행보들과 무관하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작년에 암으로 숨진 우고 차베스 전임 대통령 시절부터 쿠바와 함께 반미 정책을 편 대표적 국가인데, 이번에 선출이 확정된 직후에 미국은 주 유엔 대사를 통해,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베네수엘라의 당선은 유엔 인권선언문의 정신과 내용에 위배된다”는 성명을 발표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자국에 대한 악의적 캠페인을 뚫고 이사국 진출을 이뤄냈으며 이는 차베스 전임 대통령에게 바치는 큰 승리”라고 맞받아쳤는데, 미국은 지난 2006년에 차베스 집권 당시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진출을 좌절시킨 바 있다.
특히 현재 주 유엔 베네수엘라 대표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차석 대사가 차베스 전 대통령의 딸인 마리아 차베스인지라 앞으로 안보리에서 양국이 사사건건 갈등을 빗을 가능성이 많으며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쿠바의 입김도 더 강해질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한편 외교장관을 보내 총회 전날 호텔에서 회원국 외교장관들을 대대적으로 초청해 지지를 요청하는 등 국가적 총력전을 펼쳤던 터키의 낙선은 사전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는 했으나 득표수가 너무 적어 외교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터키의 부진은 최근 중동에서 큰 문제를 일으킨 이슬람 국가(IS)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여온 터키에 대해 서방 국가는 물론 중동 지역에 자리 잡은 일부 아랍국가들도 등을 돌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IS에 대한 미국 주도의 공습이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자국을 경유해 IS로 향하는 용병을 막지 않는 등 이중적 자세를 취해 비난 받았는데, 이런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현재 IS에 맞서는 중심 세력인 쿠르드족이 터키 내에서 저항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현실적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무난하게 결실 맺은 10여 년의 노력>
이처럼 선출에 있어서 국제정치적 역학관계가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에 나선 뉴질랜드에게도 뉴질랜드 자체가 가지는 국가 정체성에 따라 당연히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지지와 반대 등 호, 불호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영국 식민지 출신 국가이자 21세기에 들어선 현재에도 영국 여왕이 국가원수인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 유럽과 크게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생적으로나 정치, 역사적으로 서방국가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모국인 영국과 가까운 것은 물론 이로 인해 대표적 친미국가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이는 국제사회에서 때로는 유리한 입장에 서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제3세계 등으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1국 1표인 유엔 총회에서 비상임이사국이 선출되는 만큼 각 회원국들로부터의 고른 지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런 현실을 고려한 듯 선출 직후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의 선출은 유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작은 국가들의 승리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뉴질랜드는 지난 10여 년간 여야 할 것 없이 초당적으로 나서서 노력해왔는데 진출 성공 후 키 총리는,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이겨 노동당으로부터 업무를 인수해 국민당 정부를 꾸리는 과정에서 헬렌 클락 전임 총리로부터, 그가 재임기간 동안 이사국 진출을 목표로 노력해 왔으며 이 일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이번 선출 직후에도 키 총리가 머레이 맥컬리 외교장관과 필 고프, 데이비드 셰어러 노동당 의원을 포함해 공이 있는 인물들을 치하하는 과정에서도 클락 전 총리를 첫 손에 꼽았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실제 현재 유엔 서열 3위인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인 클락 전 총리의 조력이 있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3월부터 UNDP 대표를 맡은 클락 전 총리는 반기문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2017년에 새로 선출되는 9대 유엔 사무총장의 유력 후보로도 올라 있는데, 최근 영국 언론은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클락 전 총리가 총장으로 선출된다면 뉴질랜드의 한국 교민들은 반 총장에 이어 연 이어 자신이 살았거나 살고 있는 나라의 인물이 세계 대통령이라고 하는 유엔의 1인자가 되는 행운(?)을 맛보게 된다.
사무총장은 안보리에서 9개국 이상으로부터 추천 받은 인물을 총회에서 비밀투표로 뽑는데, 제4대였던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 이래 모두 박수로 총회 인준을 결정해 실제로는 안보리에서 거부권 행사 없이 추천된 인사가 당선되는 상황이다.
<유엔 내 가장 큰 권한 가진 안보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명칭 그대로 지구촌의 안보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세계 최고의 의결기구라고 할 수 있다.
흔히 SF영화에서 보면 외계인 침략 시 여전히 미국이 주이기는 하지만 지구인들이 유엔 통제 하에 외계인에 맞서는 익숙한 장면이 등장하곤 하는데, 실제로 비록 외계인의 침략은 아니지만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에는 현재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군이 파견돼 임무를 수행 중이다.
세계 평화유지와 관련된 임무에 대한 조항은 유엔헌장 제6장과 7장에 명시돼 있는데, 제6장은 분쟁을 조사하고 당사국들로 하여금 폭력 사용 없이 해결하도록 돕는 여러 형태의 기술적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
제7장은 침략자를 규정하고 경제제재 혹은 공동행동을 위한 군사력 제공 등과 같은 실행조치를 취하는데 있어서 회원국들을 독려할 수 있는 안보리 권한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조항에 따라 안보리는 지난 1950년 한국전쟁에 유엔군을 파견할 수 있었다.
1950년 당시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에 중국(현재 중화민국) 등 4개 서방권 국가와 소련을 더한 5개 상임이사국에 또 다른 5개의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됐는데, 전쟁 발발 직후 열린 2차례의 회의에 소련 대표가 불참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유엔군 파견이 가능했었다.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수립 과정에서 유엔의 도움과 승인을 받았고, 이후 한국동란 당시에는 16개국으로부터 직접적 군사지원과 5개국으로부터 의료지원을 받는 등 위급할 때 유엔의 협조로 국가를 지켜낼 수 있었다.
현재도 유엔은 안보리 결의를 통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거나 대상국에 경제적 제재조치를 취하는데, 이 같은 안보리의 단골 손님은 바로 북한으로 그 이유는 인권과 특히 핵개발 문제 때문인데 현재도 북한은 경제제재를 받는 중이다.
안보리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 이행사항의 이행 감시는 물론 지역적 강제 행동을 허가하고 전략지구에 대한 감독도 하며, 나아가 총회와 공동으로 유엔의 가맹승인과 제명, 권리정지는 물론 사무총장 추천까지도 관장하는 큰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5개 상임이사국이 자국 이해관계에 따라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국제사회의 여론과 눈치를 보다 보니 대놓고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런 경우 회의에 참가한 비상임이사국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사정에 따라 향후 2년간 유엔을 포함한 국제 외교무대에서 뉴질랜드의 위상은 과거 일반 회원국이었을 때에 비해 크게 높아졌는데, 비록 작은 나라인 뉴질랜드이지만 ‘독특하면서도 독립적인 목소리’로 강대국이 좌우하는 세계 질서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