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질랜드 국민들의 연간 설탕 소비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이 재확인되면서 설탕과 그의 대체재로 개발된 아스파탐을 비롯한 각종 인공감미료의 유해성에 대한 해묵은 논쟁도 다시 한번 불거지고 있다.
<NZ, 설탕에 중독된 나라?>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인들은 한 해 동안 1인당 평균 54kg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설탕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일 티스푼 37개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 1인당 하루 권장량인 티스푼 12개에 비해서는 무려 3배가 넘는다.
이 같은 과도한 설탕 사용은 실제로 키위들이 즐기는 각종 인스턴트 식품이나 음료, 그리고 이들이 해먹는 요리들이 지나치게 달다는 사실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현지인들이 즐기는 식품을 접해본 대다수 교민들의 생각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게 현실이다. (* 도표 참조)
지난달에는 오클랜드 대학 연구팀이 탄산음료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정부는 연간 4천만 달러의 세수를 확보함과 동시에 설탕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 당뇨, 암 등으로 인한 사망자도 매년 67명 정도 줄일 수 있고 아이들의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미 과도한 설탕 섭취가 건강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가 충분히 알려진 상태에서 이번 자료가 또 나오자, 설탕 소비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대체재를 이용하는 이른바 ‘무설탕(sugar free)’ 저칼로리 다이어트 음료의 효용성과 그에 대비되는 유해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찬반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늘어가는 다이어트 음료 소비량>
코카콜라의 오세아니아 시장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음료 시장에서 설탕이 함유된 제품의 점유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데, 최근 다이어트 콜라와 같은 저칼로리 음료의 매출은 해당 회사의 전체 매출 중 25%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관계자에 따르면 오늘날 뉴질랜드 국내에서 팔리는 콜라를 비롯한 소프트 드링크 음료 중 1/3은 무설탕 음료인데, 이는 설탕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를 비롯한 음료 제조업체들도 앞다퉈 자사 제품 중 무설탕이나 저칼로리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데, 이런 현실에서 이미 단맛에 깊게 길들여진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이들 제품에는 설탕 대신 단맛을 내는 다양한 종류의 인공감미료가 추가되었음은 불문가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공감미료가 과연 설탕 대체재로 적당하며 또한 효용성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아이들을 포함한 성인들의 건강에도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의론이 분분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논쟁에는 특히 오래 전부터 뉴질랜드에서 사회보건학적으로 갈수록 큰 이슈화되고 있는 비만과 과체중 문제가 뒤따르는데, 그 중에서도 아동비만 문제는 국가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다 보니 이와 깊이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탄산음료 소비는 당연히 국가적이자 교육적인 관심사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 “설탕 12 숟갈과 맞먹는 탄산음료, 대체 왜 드시나요?” 2013년 여름에 멕시코시티에 등장한 탄산음료 안 먹기 캠페인 광고. 코카콜라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멕시코는 20세 이상 성인 인구 10명 중 7명이 비만, 과체중이며 당뇨병 환자가 1천만명으로 사망원인 2위 질병이다.
<두 악마 중 덜 나쁜 악마를 선택하라>
예로부터 인공감미료에 대한 논쟁은 치열했지만 최근 들어서 특히 더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는 설탕이 아닌 인공향료로 단맛을 첨가한 다이어트 콜라와 같은 저칼로리 음료들이 과연 설탕을 첨가한 음료의 대체재로 적절한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소비자들과 소비자운동가들은 물론 학자들의 견해도 뚜렷하게 양분되는데, 우선 대부분의 학자들은 과도한 섭취 시 건강에 문제가 되는 유해한 설탕 섭취를 줄여주는 만큼 그 효용성은 분명히 있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다만 이들 전문가들 중 특히 치아 보건과 관련이 있는 이들은 다이어트 음료가 강한 산성인 만큼 치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다이어트 콜라의 경우 업체 측에서는 낮은 산성음료라고 주장하지만 산성도는 pH 3으로 나타나 순수한 물의 pH 7보다 월등히 높은 산성도를 보인다.
이에 따라 치과의사 등 이 분야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콜라가 결코 설탕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산성이 강한 음료가 치아를 부식시키고 이빨 표면의 에나멜을 녹이므로 물이나 향료가 첨가된 우유가 설탕 첨가 음료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지언정 다이어트 콜라는 결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몇몇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음료를 마시는 것을 ‘두 악마 중에 좀 덜 나쁜 악마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이미 단맛에 익숙해진 현대인,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 아예 이 같은 음료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게 이상론적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설탕보다 덜 해로운 것을 택하는 게 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점은 아이들이 갈수록 뚱뚱해지고 있다는 점인데, 현재 뉴질랜드 어린이 중 1/3은 성인이 되기 전 이미 과체중으로 진행되며 이미 일찌감치 과체중 상태를 보여온 나머지 1/3은 그 상태 그대로 어른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비록 물만큼 좋은 건 아니지만 다이어트 음료를 먹이는 게 그나마 설탕음료보다는 한결 나은 선택이며 아동 비만 해결책이라는 입장이다.
<아스파탐은 식탁 위의 살인자?>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이처럼 현실성에 바탕을 두고 주장하는 데에는 이들 음료에 가장 넓게 쓰이며 인체에 안전하다고 알려진 ‘아스파탐’이라는 인공감미료가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반면 소비자 운동가들의 입장은 전혀 다른데 이들은 아스파탐이 동맥경화와 암, 당뇨 등 각종 성인병은 물론 여성 불임까지 야기하는 그야말로 설탕을 능가하는 마약과 다름 없는 존재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 극단적 운동가들 중에는 아스파탐을 설탕 대체재로 보기는커녕 ‘식탁 위의 살인자’로 취급하며 아예 식품에 첨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지난 2007년에는 아스파탐의 안정성을 강조한 국내의 한 전문가에게는 살해 위협이 가해지기도 했다.
아미노산계의 ‘아스파탐(aspartame)’은 1965년 미국에서 J. M 슐레터에 의해 처음 개발됐으며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나 강해, 현재까지 설탕을 대신해 식품에 폭넓게 쓰이고 있으며 특히 다이어트 콜라와 같은 무설탕 음료의 필수 성분이자 소량이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막걸리를 비롯한 주류에도 첨가되고 요구르트나 껌, 저지방 우유에도 들어간다.
실제로 500ml 정도 작은 콜라병에 설탕이 50g 가량 들어간다고 할 때 아스파탐을 이용하면 단 0.25g이면 되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단맛도 유지하고 원가까지 절감시킬 수 있는 데다가 또 설탕보다 칼로리도 적어 무설탕 다이어트 음료로 선전까지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고마운 존재이다. 다만 아스파탐은 열을 가하면 상태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요리나 빵을 만드는 데는 사용되지 않으며 또한 장기간 보관하면 액체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스파탐이 암은 물론 신경계 질병, 그리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비난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으며, 실제로 건강을 주제로 다뤄지는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흔히 다뤄지던 단골 소재인데, 이때 특히 아스파탐에 포함된 성분 중 인체 흡수 후 소장에서 포름알데히드로 바뀌는 메탄올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하지만 현재까지 뉴질랜드를 비롯한 90개 이상 국가에서 독립적 연구를 통해 적은 량의 아스파탐을 섭취할 경우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아스파탐이 어느 감미료보다 안전하며 사람들이 아스파탐이 하는 일보다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그 사실 자체에 집착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05년 한 재단에서 아스파탐이 뇌종양, 임파종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논문이 나와 엄청난 논쟁을 불러오면서 지금까지 사회적 이슈로 이어지고 있는데, 반대 입장에서는 당시 사용된 자료가 과도한 아스파탐 사용량을 전제로 하는 등 실험방식과 결과해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운동가들은 현재까지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 안됐고 섭취량이 허용기준 이하면 괜찮다는 이유만으로 마약과 다름 없는 아스파탐 사용을 계속 허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의 주장은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긋고 있다.
한편 2000년대 초반에는 설탕보다 단맛이 최대 13,000배나 강한 네오팜이라는 신물질도 개발돼 일부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이처럼 아스파탐은 물론 시장에 속속 등장하는 각종 감미료로 인해 소비자들이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이를 놓고 벌어지는 해묵은 유해성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남섬 지국장 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