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11년 3월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에 따른 경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사상 최저 수준인 2.5%로 인하한지 3년 만에 인상이다. 중앙은행은 또한 경기 확장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3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 ‘2.75%’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2.50%에서 0.25%포인트(25bp) 인상한 2.75%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방 선진국들 가운데 첫 금리 인상 사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 기준금리는 0~1%이고 가까운 장래에 인상될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중앙은행은 지난 2011년 3월 이후 지금까지 3년 동안 기준금리를 2.5%로 유지해 왔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인플레 압력도 높아지면서 기준금리를 위기 이전의 정상수준으로 회복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며 “향후 금리정책은 경제지표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그래미 휠러(Graeme Wheeler) 총재는 “경제 성장세가 강해지면서 이제는 더 이상 저금리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됐다”며 “더구나 인플레이션 상승압력도 커지면서 금리 인상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휠러 총재는 이미 지난 1월에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아울러 그는 “경기 확장에 상당한 탄력이 붙고 있다”며“연내 기준금리를 최대 1.25%포인트 정도 인상할 것이며 앞으로 2년 내에 2%포인트 정도 인상하게 될 것 같다”고 구체적으로 예상했다.
그는 “다만 이같은 금리 인상 속도는 어디까지나 경제지표 향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음 인상은 바로 다음 달로 전망되고 있다.
뉴질랜드가 기준금리를 도입한건 지난 1999년으로, 그 동안 기준금리는 최고 8.25%와 최저 2.50%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저금리시대 마감
저금리 시기가 끝나고 금리 상승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현금흐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긴축금융정책의 영향을 실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BNZ의 크레그 에버트(Craig Ebert) 이코노미스트는 “아직도 많은 가계와 사업체가 단기 부채를 안고 있다”면서 “인플레 압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현재 모기지 대출자의 약 75%는 변동 모기지나 1년 이하 단기 고정 모기지를 가지고 있다.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사이에는 중앙은행의 신중함과 시중은행들의 관행으로 인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중 모기지 이자율은 5.75%에서 지난 13일 기준금리 인상으로 6%대로 올랐다.
기준금리는 13일 인상을 포함하여 9월까지 1%포인트 인상될 전망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10만달러의 모기지를 갖고 있는 대출자는 주당 약 20달러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40만달러의 모기지를 가지고 있다면 80달러의 추가 비용에 대비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경고대로 2년 내에 기준금리가 2%포인트 인상될 경우 모기지 이자율은 7.5%까지 뛸 것이다.
가계 부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긴축금융정책이 시작됐던 2004년 당시 가계 부채는 1,000억달러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800억달러를 넘고 있다.
뉴질랜드경제연구소(NZIER)의 샤뮤빌 이큅(Shamubeel Eaqub) 이코노미스트는 “변동 모기지나 고정 모기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갱신할 때가 됐을 경우 금리 인상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면서 “당장의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금리가 계속 오르면 비용 부담은 휠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에 대비하여 고정 모기지를 선택한다면 조금 더 여유있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ASB의 크리스티나 렁(Christina Leung) 이코노미스트는 “긴축 사이클에 가계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과거와 같은 고금리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질랜드 달러화 강세 전망
금리 인상으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갚아야 하지만 예금을 가진 사람들은 더 많은 이자를 받아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환율 상승으로 수출업체들은 고전하겠지만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싸진 수입제품 가격 때문에 혜택을 보게 된다.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물가안정의 관점에선 고환율이 선호되기 때문이다.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시중은행들의 예금 잔액은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사람들이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은행 예금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가계 저축은 1,252억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월의 673억달러에 비해 거의 두 배 늘었다.
2000년 이후 금리와 환율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 달러화는 기준금리 인상 발표 다음 날인 3월 14일 미국 달러화 대비 86센트까지 올라 지난해 4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른 통화에 대한 뉴질랜드 달러로 측정되는 무역가중지수(TWI) 또한 80.29까지 올라 뉴질랜드가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1985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키위 달러화가 20% 고평가되어 급락할 것이라는 해외 환율분석가의 의견도 지난달 발표되었으나,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환율이 80센트 선을 넘는 강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웨스트팩의 임레 스페이저(Imre Speizer)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키위 달러화가 86센트를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이다가 내년에는 미국의 경기 회복으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