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콤 뉴질랜드(Telecom New Zealand)가 몇 달 안에 회사명을 스파크(Spark)로 바꾸고 인터넷 TV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텔레콤 社名 스파크로 변경
뉴질랜드 최대 통신서비스 업체이자 네 번째로 큰 규모의 텔레콤이 지난 2월 전격적으로 회사명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텔레콤의 전신은 뉴질랜드 포스트(New Zealand Post) 산하 통신서비스 부서였다.
1987년 정부 국영회사로 독립했고, 이후 통신시장의 자유화 흐름에 따라 1990년 뉴질랜드에서도 텔레콤의 독점이 금지되자, 자유경쟁체제에 발맞추기 위해 민영화로 접어들었다.
텔레콤의 주력사업은 뉴질랜드와 호주에 걸쳐 제공되는 일반회선 전화서비스와 인터넷, 데이터 통신, 이동전화 서비스 분야이다.
텔레콤 사이몬 무터(Simon Moutter) 회장은 텔레콤이 이번에 회사명을 바꾸기로 한 이유는 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새로운 사업들을 잘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전화, 회선을 의미하는 텔레콤이 지금까지는 적합했지만 사업이 브로드밴드, 이동전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TV, 클라우드 IT서비스 등으로 점차 다각화되면서 텔레콤이라는 이름으로는 포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텔레콤이 오렌지(Orange)로 바꿨고 영국의 최대 이동전화 통신업체도 O2로 변경하는 등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물론 독일의 국영 회사였다가 1996년 민영화된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처럼 친숙한 옛 이름을 고집하는 세계적 회사들도 아직 있다.
스파크(Spark, 불꽃)는 2009년부터 텔레콤의 로고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변경 1순위였다.
텔레콤의 로고를 자세히 보면 스파크가 일어나는 모양임을 알 수 있다.
텔레콤의 새로운 이름에 대해 사람들의 첫 반응은 “낯설다”, “하는 업무는 똑같은데 이름만 바꾼다고 되겠느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들이 많았다.
무터 회장은 예견했던 반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회사명이 당장은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 TV 사업 본격 진출
텔레콤이 스파크로 회사명을 바꾸면서 야심차게 준비하는 사업이 인터넷 TV이다.
인터넷 TV는 가정용 TV에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가진 셋톱박스(set top box)를 결합시켰거나 셋톱박스를 내장하여 웹서핑이나 이메일 등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호주 시드니에 본사를 둔 퀵플리스(Quickflix)가 인터넷 TV 사업을 하고 있지만 콘텐츠 부족 등으로 미미한 활동을 보이고 있고 스카이 텔레비전(Sky Television)이 지난 25년간 유료 TV의 거의 독점적 위치를 지키고 있다.
또 TVNZ과 TV3도 자사의 프로그램들을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무료로 볼 수 있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텔레콤이 미디어 사업에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유료 TV사업인 퍼스트(First) TV가 있었고 2005~2007년 비디오개발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으며 2009년에는 TiVo라는 셋톱박스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쇼미(Showme) TV’라고 명명했다가 비슷한 이름을 가진 회사들의 건의로 다른 명칭을 붙이기로 한 인터넷 TV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케팅과 유통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텔레콤은 전화와 브로드밴드 등 다른 서비스와 함께 인터넷 TV를 결합하여 판매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또 인터넷 TV사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기존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되고 셋톱박스 등에 대한 지출이 들어가지 않는다.
텔레콤은 우선 인터넷에 연결된 개인용 컴퓨터나 태블릿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TV나 스마트 폰에 직접 서비스하는 방향으로 나갈 계획이다.
텔레콤의 인터넷 TV는 셋톱박스 없이 실시할 계획으로 소비자들은 별도로 셋톱박스를 구입할 필요는 없지만 TV 작동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지적도 받고 있다.
우수한 콘텐츠 확보가 관건
사용하는 기술이 무엇이 됐든 성공의 열쇠는 콘텐츠에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무슨 기술을 사용하든 간에 내용을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텔레콤은 7월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회계연도에 2,000만달러를 인터넷 TV 사업에 투입하고, 그 가운데 1,500만달러를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구입에 지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무터 회장은 “초기에는 주로 TV 콘텐츠가 될 것이다. 스포츠 생중계는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는 콘텐츠 공급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텔레콤은 모든 콘텐츠 제공자들에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텔레콤이 예산한 2,000만달러로 우수한 콘텐츠들을 충분히 구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포시스 바(Forsyth Barr)의 시장분석가 블레어 갈핀(Blair Galpin)은 “인터넷 TV는 뉴질랜드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TVNZ과 TV3도 자사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만큼 결국 누가 우수한 콘텐츠를 확보하느냐가 성공의 열쇠이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의 폭 넓어질 듯
텔레콤이 모델로 하고 있는 인터넷 TV는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세계 40개국에서 44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리스(Netflix)이다.
넷플리스는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콘텐츠가 방대할 뿐 아니라 사용료도 한달에 10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넷플리스는 자체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다.
넷플리스는 현재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으로 가입할 수 없지만 불법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괜찮은 콘텐츠를 적당한 가격에 제공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뉴질랜드 텔레커뮤니케이션 사용자협회(TUANZ)의 폴 브리스렌(Paul Brislen) 회장은 “텔레콤이 뉴질랜드인들에게 합법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텔레콤의 인터넷 TV 진출을 환영했다.
브리스렌 회장은 소비자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술력에서 앞선 텔레콤이 인터넷 TV 시장에 본격 진출함에 따라 콘텐츠에서 우위인 스카이 TV와 기존 방송사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한 이 파장이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TV 업계에도 미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