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열기가 한겨울에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오클랜드에서는 감정가보다 평균 20% 높게 주택들이 매매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뉴질랜드 주택들을 대거 사들이면서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 내국인과 같이 별다른 제재가 없는 외국인의 주택 구입에 대해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더해 가고 있다.
오클랜드 주택매매 CV보다 평균 20% 높아
요즘 주택 붐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예가 감정가(CV)보다 휠씬 높은 오클랜드의 주택매매 가격이다.
급성장하는 인구에 비해 주택공급이 따라 주지 못하는 오클랜드에서는 오클랜드 카운슬이 산정한 감정가보다 평균 20% 이상 높게 주택들이 팔려 나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동산정보회사 프로퍼티 아이큐(PropertyIQ)에 따르면 오클랜드 주택판매의 75%는 감정가의 15% 높은 가격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판매의 61%는 감정가보다 20% 높게 거래됐고 25%는 감정가보다 40%나 높은 가격에 팔렸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주택들이 거래되는 가격선은 감정가보다 15~25% 높은 수준이고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린 주택은 8.2%에 불과했다.
특히 부속주택을 지을 수 있는 넓은 섹션의 집들은 감정가를 휠씬 웃돌고 망게레 브릿지나 타카니니와 같은 남부 오클랜드의 저가 지역에서도 감정가보다 60% 높은 가격대에서 주택 들이 매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풋 앤드 톰슨(Barfoot & Thompson) 마누레와 지점의 부동산 에이전트 케리 구달(Kerry Goodall)은 부유한 지역의 사람들이 이 지역 감정가 42만달러의 새 집을 50만달러 정도에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퍼티 아이큐의 조노 잉거슨(Jonno Ingerson) 이사는 “현재의 감정가가 산정된 지난 2011년 이후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상승했기 때문에 많은 주택들이 감정가 이상으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코트(Harcourts)의 헤이든 던칸(Hayden Duncan) 사장도 “감정가가 오래된 지표이기 때문에 주택 매매시 이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면서 “그보다는 최근에 그 지역에서 팔린 주택동향을 참고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주택판매 8~9% 외국인 구입
이 같은 집값 상승의 이면에는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주택구입이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외국인들이 뉴질랜드에서 얼마나 많은 주택을 구입하고 있는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1억달러 이상 고가의 부동산 거래나 해안가와 섬 같은 민감한 토지거래에 한해서만 해외투자사무소의 사전승인을 받고 일반적인 주택매매는 외국인들도 자유로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 주택거래의 8~9%가 외국인이 매수하고 있다는 결과가 BNZ은행과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의 공동조사에서 밝혀졌다.
지난 1~5월 사이 REINZ의 월 평균 매매량 6,902채를 기준할 때 매달 약 600채의 주택이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뉴질랜드에 살지 않는 외국인들이 이 정도의 주택을 구입했다면 상당히 많은 수준으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주택시장 조사에서 호주인과 중국인이 22%와 20%로 단연 많았다.
뒤를 이어 영국(13%) 기타 아시아(9%) 영국 제외 유럽(8%) 인도(7%) 남아프리카공화국(7%) 미국(6%) 등으로 조사됐다.
양도소득세가 없는 나라 뉴질랜드
중국인들보다도 더 많이 뉴질랜드 주택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호주인들은 무엇보다 호주에 비해 경미한 세금에 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주택을 40만달러에 구입해 몇 년 후 80만달러에 팔았을 경우 호주에서라면 양도소득세와 인지세로 약 18만달러를 납부해야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금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 알리스테어 헴(Alistair Helm)은 뉴질랜드가 부동산 구입에 인지세를 부과하지 않고 양도차익에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으며 해외투자사무소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 외국인 부동산 구입에 대해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는 몇 안 되는 나라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1일 생활권인데다 호주통화가 뉴질랜드통화에 비해 16% 정도 고평가돼 있는 점도 호주인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뉴질랜드로 향하게 하는 원인들도 보여진다.
또한 오클랜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해도 아직 호주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실도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호주인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는 요인이다.
오클랜드의 평균 집값 67만달러로 오클랜드에서 시티 10km 반경 뉴 윈저의 방 5개짜리 주택을 구입할 수 있지만 호주 시드니와 브리스베인, 퍼스에서는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나 타운하우스 밖에 구입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호주뿐만 아니라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도 해당돼 동일 가격대로 뉴질랜드만큼 넓은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유럽 국가들은 없는 실정이다.
오클랜드 시티의 아파트들도 특히 유학생을 둔 외국인들의 주된 표적이다.
시티 아파트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중국 등지에서 온 이들은 3~4일 머무는 동안 후딱 계약을 마치고 돌아간다고 한다.
이들은 아파트 구입이 유학온 자녀의 보금자리가 될 뿐 아니라 좋은 수익을 내는 투자물건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주택매입에 대한 규제 시급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뉴질랜드인들의 내집 마련 꿈이 자금력으로 무장한 외국인들 때문에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오클랜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는 정부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규제에 나서야 될 때라는 지적이다.
BNZ의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 수석 이코노미스는 비거주자의 뉴질랜드 주택구입을 금지하고 두 번째 집과 농장에 양도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부동산투자자협회의 데이비드 휘트번(David Whitburn) 회장은 외국인의 주택구입을 규제해야 하지만 절대적인 금지가 아니라 세금을 더욱 부과하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휘트번 회장은 “오클랜드 주택시장은 공급 측면이 해결되지 않는 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고 외국인은 집값 상승의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주택 구입자에게 구입가격의 4% 정도의 인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뉴질랜드의 양도소득세 부재가 투자를 왜곡시키고 집값을 끌어 올린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집권 정부가 양도소득세 도입을 한사코 거부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주택 사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돈을 싸게 빌릴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세금의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를 주택투자의 최적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