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교육 체제가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뉴질랜드 학생들은 장래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것이다. 지난달 뉴질랜드를 방문한 세계적인 교육 석학 안드레아스 슐라이허(Andreas Schleicher) 박사의 지적이다. ‘세계의 학장’으로 칭송되는 슐라이허 박사가 진단한 뉴질랜드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 보았다.
뉴질랜드 학생 성적 10년간 제자리 걸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 부국장으로 PISA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를 감독하고 있는 슐라이허 박사는 독일 출신의 과학자이자 통계학자이다.
그는 전통과 이론이 지배했던 교육 분야에 자료를 이용한 선구자로 세계 교육 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헤키아 파라타(Hekia Parata) 교육장관뿐 아니라 미국의 교육장관 등도 그의 신봉자인 것으로 알려질 정도이다.
슐라이허 박사는 국가간 비교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지난 1994년부터 OECD에서 활동한 이후 교육계에 국가간의 순위를 매겨 이 자료로 학교들이 더욱 나아지도록 돕는 전세계적 PISA 시험을 고안했다.
PISA는 각국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글 이해력), 수학, 과학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그램이다. 평가는 보통 3년마다 진행된다.
슐라이허 박사가 뉴질랜드 교육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뉴질랜드가 좋은 교육 시스템을가지고 있지만 지난 10년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뉴질랜드 학생들의 학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그 속도는 차이가 있고 뉴질랜드 학생들의 성적은 지난 10년 동안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9년 PISA 시험에서 뉴질랜드 학생들은 수학에서 13위, 읽기와 과학에서 각각 7위를 기록했다.
슐라이허 박사는 PISA가 국가간 단순한 순위매김이 아니라 잘하는 분야는 무엇이고 문제점이 해결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배경이 성공의 열쇠이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 슐라이허 박사는 “맞는 말이지만 그 정도는 교육 체제에 따라 나라마다 매우 다르다”고 답변했다.
예컨대 핀란드, 캐나다, 중국 상하이의 가난한 가정 출신 학생들은 동일 지역의 부유한 학생들보다도 오히려 낫고 뉴질랜드의 가난한 학생들보다 우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슐라이허 박사가 진단한 뉴질랜드의 참된 교육 방향을 세분해 보았다.
학부모
PISA의 학부모에 대한 조사 결과 학생의 성적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슐라이허 박사는 “이는 학부모의 학력에 관한 것도 아니고 자녀와 함께 숙제하는 시간에 비례하지도 않는다. 식사 시간에 자녀의 학교생활과 어려운 점들을 물어보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사
뉴질랜드는 최고의 교사들을 가장 취약한 교실에 배치해야 한다.
높은 성적을 보이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교육의 질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2009년 PISA에서 1위를 차지한 중국 상하이의 경우 교감이 학업저조 학교의 성적을 향상시킬 경우에만 교장으로 진급할 수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 교육이 낙후됐던 핀란드는 교사의 지위를 개선함으로써 학업 성과를 높일 수 있었다.
교육을 더욱 다양하고 도전적으로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젊은 수학 교사가 앞으로 10년 넘게 같은 교실에서 가르치라고 하면 교사 일을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에 목표를 부여하고 성과를 올릴 경우 승진의 기회를 주며 경력을 쌓아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 6월 매년 800명의 우수한 초· 중학교 교사들에 대해 매년 5,000달러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교사노조와 합의한 바 있다.
학교
초등학교 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적인 조사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부유한 학생들과 가난한 학생들의 집중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가난한 학생들과 부유한 학생들이 섞이지 않고 가난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와 부유한 학생들의 학교가 분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특히 성적이 좋은 학교들과 나쁜 학교들 간의 격차가 심하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획일적인 교육에서 개별적인 교육으로의 전환일 것이다.
사회적 배경이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가난한 지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학교들이 있다.
그에 대한 비결을 공유해야 하고 솔루션은 뉴질랜드 내에 있다.
내셔날 스탠다드(National Standards)
슐라이허 박사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민당 정부의 ‘내셔날 스탠다드’제도를 지지했다.
지난 2010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실시되고 있는 ‘내셔날 스탠다드’는 1학년~8학년 학생들에 읽기, 쓰기, 수학 과목의 표준화된 평가를 치르게 하고, 그 결과를 모아 정부가 세운 표준과 비교한 보고서를 1년에 2회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결과를 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히 수학에서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학년 학생들의 수학 통과율은 85.1%로 높았으나 8학년 학생들은 66.2%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 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내셔날 스탠다드’ 평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였다.
슐라이허 박사는 “‘내셔날 스탠다드’가 아직 과도기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아무런 평가가 없으면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똑같이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챠터스쿨(Charter School)
뉴질랜드에서 논란 속에 내년부터 선보일 챠터스쿨에 대해서도 슐라이허 박사는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파트너쉽 스쿨(Partnership School)’이라는 공식적인 명칭을 가지고 있는 챠터스쿨은 계약을 통해 재정은 정부가 부담하고 운영은 민간이 하는 형태이다.
내년에 최대 5개교가 개설될 것으로 보이는 챠터스쿨에 30여 단체들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슐라이허 박사는 “뉴질랜드에서는 주어진 사회적 배경에서 공립과 사립의 큰 차이가 없다. 마찬가지로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챠터스쿨과 공립학교의 큰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챠터스쿨이 학업 성적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챠터스쿨은 전통적으로 질적인 면에서 많은 다양성을 보여 주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