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 노동당 당수 돌연 사임, 존 키 대항마 부재로 노동당 지리멸렬
지난 8월22일, 데이비 쉬어러 노동당 당수가 돌연 사임을 발표, 노동당의 리더쉽이 혼돈에 빠졌다.
이날 오전에 열린 노동당의 의원총회에서 당수로서 과반수 신임를 획득하는데 실패한 후, 오후에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쉬어러 당수는 “2014년 총선 승리를 위해 지금부터 당을 이끌어 갈 새로운 리더쉽을 기대하며, 깨끗히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국민당의 멜리사 리 전국구 의원이 지역구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오클랜드 마운트 알버트 지역구의 “현역 지역구의원으로서 정당활동을 계속하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을 표시했다.
데이비드 쉬어러 당수의 이번 극단적인 선택은, 그가 재직한 지난 20개월동안 노동당의 인기는 여전히 30퍼센트 초반대를 유지하며, 별다른 반등 기미가 없었던데다, 지난 7월부터 노골화된 당내의 정치적 반란의 움직임이 반영된 이번 노동당 의원총의의 결과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당은 필 고프, 데이비드 쉬어러로 이어지는 약체 야당 당수가 단기간 겨우 연명했지만, 과반수 신임확보에 실패한 후 용기있게 당권을 스스로 내놓는 영국 의회주의 전통을 따르는 모범을 보여준 것으로 당내 일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 헤랄드지의 정치평론가 존 암스트롱 기자는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약체 야당당수로 여기는 쉬어러 당수의 사임을 비단 오늘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조만간 수 주내에 일어났을 당연지사로 여길 것”이라며 일부의 ‘살신성인’ 여론을 평가절하했다.
TV 원 여론조사, 총리선호도와 지지정당 모두 ‘국민당’ 1위
반면, 의원내각제하에서 당연직으로 여당인 국민당의 당수직을 겸하고 있는 존 키 총리는 2008년 정권을 차지한 이후 가장 선호하는 총리로 압도적인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지난 8월초에 전국에 거주하는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신 TV원-콜마 브런턴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당 지지도가 46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노동당(33퍼센트)과, 녹색당(14퍼센트)이 뒤따랐고, 선호하는 총리후보로는 존 키 현직 총리가 41퍼센트를 얻어 13퍼센트에 그친 쉬어러 당수를 압도적인 차로 따돌린 것으로 발표됐다.
8월 현재 총선이 치뤄진다고 가정한 이 조사결과가 현실화될 경우, 현재 국회의석 123석중 노동당 중심의 중도좌익 진영과 국민당 중심의 중도우익 진영이 팽팽히 맞서 각각 60석을 차지하면서, 어느 정당도 국회의원 총 숫자의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어 독자적인 정권구성이 불가능해, 다른 정당과의 연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현행 선거제도(MMP)의 장점이자 최대의 단점인, 군소정당의 발언권이 실제 세력보다 턱 없이 높아질 것이고, 특히, 마오리당이 나머지 한 석을 놓고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예상됐다.
약체 리더쉽에다 ‘NZ부동산 외국인 구입금지 방안’이 결정적 자충수
정치적으로 중도좌익을 표방하는 노동당과 쉬어러 당수에 대한 최근 몇 번의 여론조사 결과, 과거 노동당 황금기의 마이클 J 새비지, 데이비드 랑이, 노먼 커크, 헬렌 클락과 같이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당수와는 달리, 쉬어러 당수는 국민들로 부터 빌 로울링, 제프리 팔머, 필 고프, 노드 메이어 같은 약체 지도자로 분류돼 왔다.
특히, 쉬어러 당수는 그의 재임기간동안, 최초 주택구입자를 위한 10만호 주택건설 공약인 ‘키위 빌드’ 정책, 양도소득세 15% 신설 정책, 최저임금 시간당 $18 인상안 등으로 몇차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가 하더니,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가능성 홍보로 지속적인 지지층의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는데 실패, 오히려 국민당의 조직적인 반박에 선점했던 이슈들의 장악권을 빼앗긴 면이 있었다.
최근에는, 호주인을 제외한 외국인에게 뉴질랜드 부동산 구입을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 자유무역협정(FTA)이 대세인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내놓아 지지율 상승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인 패착을 자초한 바 있다.
대이비드 쉬어러 노동당 당수는 두 번 노동당 공천획득에 실패한 후, 2009년 국회에 처음 들어간 후 불과 30개월만에 제1야당인 노동당의 당권을 거머쥔 행운아였으나, 그로부터 2년도 안 돼 스스로 그 권력을 내놓는 무기력한 당수로 기록됐다.
그는 당시 노동당 정부하의 필 고프 외무부장관의 고문으로 2년간 근무한 후, 1999년 처음으로 노동당 전국구 의원직을 승계했고, 2002년에 오클랜드의 와이타케레 지역구 공천을 놓고 벌어진 경선에서 실패한 후,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등 국제분쟁지역의 유엔단체에서 인도주의적 봉사활동을 했고, 헬렌 클락 총리겸 노동당 당수가 유엔의 전문기구 수장이 되기 위해 마운트 알버트 지역구의 지역구 국회위원직을 사임하자, 바그다드에서 유엔개발기구를 위해 일하다 뉴질랜드로 귀국, 2009년 마운트 알버트 보궐선거에 출마해서 멜리사 리 국민당 전국구 의원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그 후, 2011년 총선에서도 멜리사 리 여당후보를 1만표나 되는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했고, 그 여세를 몰아 2011년 11월 사임한 필 고프 당수의 뒤를 이어 대권으로 가는 길목인 노동당의 당권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무릇 정치인이란 몇 가지 정치적 이슈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이를 확대 재생산, 강화함으로써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정권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야 하는데, 그런 야심과 추진력의 부족으로, 결국 “한 정당이나 국가를 이끌 정치인이 아니라 한낱 작은 비정부기구(NGO)의 수장에 불과한 그릇일 뿐 정치판에 맞지 않는 샌님”이라는 당수 취임당시 국민당의 논평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노동당 당권경쟁, 로버트슨 부당수 vs. 컨리프 예비내각 재무부장관 2파전
한편, 공석이 된 노동당 당수자리를 놓고 당내에는 당권경쟁의 열기가 벌써부터 달아오기기 시작했다.
우선, 그란트 로버트슨 부당수와 2011년 쉬어러 당수와 당권경쟁을 벌였던 데이비드 컨리프 의원이 발표만 당겨둔 채 벌써 당권경쟁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고, 역시, 2011년 당권경쟁에서 자진사퇴한 후 쉬어러 당수를 지지한 데이비드 파크 의원도 도전장을 준비하고 있어, 2강1약 형세의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된다.
노동당은 새로운 리더쉽으로 당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개혁정당, 정책정당으로서의 위상을 재확립하여, 국민들의 관심과 인기를 회복, 2014년 총선에서는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자당의 당권 향방조차 오리무중인데다, 일사불란하게 강력한 리더쉽을 보이고 있는 존 키 국민당 당수겸 총리의 대항마를 노동당 당내에서는 찾기 어려워, 당분간 노동당은 누가 당수가 되더라도 연립 파트너의 눈치를 살피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병갑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