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쟁점]
도시계획안 찬반, 재산세 인상 찬반, 주택/교통/환경문제 해결방안
공식 지방선거 투표마감일을 4일(10월8일자 코리아 포스트 발행일 기준) 앞두고, 2013 ‘수퍼 시티’ 오클랜드의 선거열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오클랜드 지방선거는, 오클랜드 광역시장을 선출하고, 13개 구(Wards)에서 20명의 시의원(councillors)과 21명의 구의원을 뽑는 선거다.
당선자들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편의와 직결된 서비스, 즉, 상 하수도, 쓰레기, 가로등, 도서관, 수영장, 도로 유지보수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도시계획안의 진로를 수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돼, 뉴질랜드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지역사회의 선량들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선거다.
이번 오클랜드 지방선거의 백미는 단연, 145만명 인구에 연간 예산규모 80억달러를 주무르는 뉴질랜드 제1의 도시, ‘수퍼 시티’ 오클랜드를 향후 3년간 이끌어 나갈 시장직.
관전 포인트는 렌 브라운 현 시장과 14명의 여러 경쟁후보들. 우익성향의 브라운 시장 대항마로 나선 여러 후보중 같은 우익 라이벌인 이탈리안 미국 이민자 출신의 정치 신인 존 팰리노 후보는, 브라운 시장이 오클랜드를 빚더미위에 앉혀 장차 재정파탄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고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당초, 39억달러였던 오클랜드시의 부채규모가 브라운 시장의 3년 임기가 끝나면 67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 돈은 뉴질랜드의 일반 서민이 평생에 한 두번 모기지 융자로 빌리는 평균 액수 20만달러의 12.5배인 2백50만달러를 매일 빌리는 것과 같은 큰 금액이다.
1년 이자만도 3억4700만달러(연리 5-6%기준)에 달하는데, 그것도 브라운 시장의 주요 공약사업인 28억6천만달러가 소요되는 오클랜드 경전철 사업예산은 제외한 수치라는 것.
오클랜드시, 노스쇼어, 호윅 지역의 높은 재산세 인상도 비난거리다. 취임 초 3.9%였던 재산세는 다음 해 3.4%, 그리고 2.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물가상승율보다 높은 인상율로 납세자의 가계에 주름을 늘렸고, 2012년부터 시행된 오클랜드 광역시 전체의 재산세 단일세율 시행으로 인해 시민들 부담에 대한 지역별 편차도 크게 벌어졌다.
지난 3년간 알버트-마운트 이든 지역의 재산세는 무려 19.7% 인상됐고, 그 뒤를 이어 오라케이 18.3%, 호윅은 15.7%가 인상된 반면, 헨더슨-매시 지역은 오히려 2.8%가 인하된 바 있다.
또, 이번 회계연도에 오클랜드 지방 공무원 급여가 늘어난 점도 납세자들에게 나쁜 소식이다. 오클랜드 광역시 통합안에 따르면, 이전의 8개 시청에서 근무하던9,430명의 오클랜드 지방 공무원들의 숫자를 2012년까지 8,207명으로 줄이고 급여총액도 5억1300만달러로 축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무원 숫자는 풀타임은 8,074명으로 감소됐지만, 풀타임에 준하는 장시간을 근무하는 파트타임 1,490명과 일반 파트타임까지 합치면 1만616명으로 오히려 늘어났고, 따라서 급여총액도 계획과는 달리 오히려 6억5500만달러로 증가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납세자의 몫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봉 10만달러이상을 받는 오클랜드시 공무원은 1,500여명(20%)에 달하고, 이 중 113명은 20만달러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국(Watercare) 사장은 연봉 70-80만 달러를 받고 있는 반면, 차기 시장은 선거일 직후부터 25만1천달러의 연봉을 받게된다.
이에 대해, 렌 브라운 시장은 이미 시민들의 동의를 받아 오클랜드시의 향후 20년간 인구증가와 경제발전에 걸맞는 비젼을 채택, 프로그램에 따라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클랜드시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debt-to-equity)을 12-13% 유지하면서 ‘스탠다드 앤 푸어사’로 부터 높은 신용등급(AA)을 받고 있는 점을 그 근거로 들면서, 당선 유력후보에 대한 흠집내기 시도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클랜드 동남부: 보타니, 파쿠랑아, 호윅
연평균(median) 소득이 $73,000로 부유하고, 인구수에서도 해밀턴시와 맞먹는 호윅 지역구는 여러 소수민족들로 구성돼 다양한 문화가 섞여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현역 시의원인 Dick Quax후보와 Sharon Stewart후보의 지역기반이 탄탄한 지역으로 이번에 이들은 3선에 도전하고 있다.
공인회계사인 윌리엄 후보와 경찰간부였던 화이트 후보를 포함해서 총 25명의 후보자들이 이 지역 3개 지역구인 보타니, 파쿠랑아, 호윅에 할당된 9개의 구의원 자리를 놓고 경합중이다.
노동당에 호의적인 무소속의 Choudary후보와 보수당 소속의 폴 영 후보 모두 이민자 출신으로,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부터 온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구 의회에서의 다양성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폴 영 후보는 지난 3년간 재산세가 너무 올랐다며, 재산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건 점이 특이하다.
Quax후보는 재산세 인상에 반대하고, 고층건물과 밀집개발이 골자인 오클랜드 도시계획안 ‘Unitary Plan’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클랜드 서부: 와이타크리 레인지, 헨더슨-매시
인구 15만8천여명이 사는 오클랜드 북서부 와이타크리 구(Ward)는 와이타크리 레인지와 헨더슨-매시로 양분돼, 시의원 2명, 구의원 2명을 선출하게 된다.
와이타크리 레인지 지역구는 남쪽의 Whatipu, Titirangi에서 북쪽으로 Waitakere, O’Neill Bay까지 속하고, 헨더슨-매시 지역구는 테 아타투, 웨스트 하버, 매시, 라누이, 헨더슨, 글렌 딘 지역을 포함한다. 이들 선거구는 환경보존과 지역 정체성을 어떻게 보존해 갈 것인가가 선거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2년간 와이타크리 레인지 구의원으로 활동했던 샌드라 코니 의원이 사직함에 따라 새 인물의 등장이 기대되고 있다. 코니 전 의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오클랜드 시청 근무 동료 크리스틴 로즈 후보는, 이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현안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체되는 모터웨이에서 지역 간선도로 연결구간의 교통정체 해소와 지역사회 서비스 개선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같은 지역의 마크 브릭켈 후보는 시민들의 재산권행사를 제한하는 오클랜드 도시계획 (Unitary Plan)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뉴질랜드 지방선거에 다섯번 째 도전하는 홍콩 이민자출신의 중국인 피터 찬 후보는, 서부 오클랜드를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소수민족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되기를 원한다.
9일(수) - 우편발송 마감, 12일(토) 정오 - 투표 마감시한
투표 마감시한은 10월12일(토) 정오까지이며, 우편발송 마감은 10월9일(수)이다.
따라서, 만일 우편발송 마감시한을 넘기게 되면, 10월12일 정오까지 유권자의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지정 공공 도서관(4군데)이나, 시내 퀸스트리트 45번지 10층에 위치한 선거 사무소(Electoral Office), 또는 오클랜드시 시민 서비스 센터(8군데)를 직접 방문해 기표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Box주소 참조).
투표결과 최다 득점자순으로 당선이 확정되며, 개표 결과는 투표당일 집계돼 언론을 통해 대강을 알 수 있으나, 공식 결과는 10월17일부터 23일사이에 발표된다.
“투표하지 않으면 내 권리는 없다! (No vote means no voice!)”
많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으로 10월3일 현재, 우편 투표율은 12.59퍼센트로, 지난 2010 지방선거 같은 기간의 20.4퍼센트에 비해 투표참가율이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뉴질랜드 지방자치부(LGNZ)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가한 뉴질랜드인의 31퍼센트가 후보자를 잘 몰라서 기권하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 다음 순위로 “투표용지 발송을 깜빡 잊어서’, “너무 바빠서”,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반응을 보였다.
1998년 이후로 지방선거 투표율은 꾸준히 감소해 오다가 마침내 투표율이 50%퍼센트 이하로 낮아졌고, 2007년에는 44%까지 ‘뚝’ 떨어졌다. 2010년 기존의 8개시가 합쳐져 탄생한 오클랜드 광역시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으로 49퍼센트로 증가했다가 이번 선거는 46%를 예상하고 있다.
투표는 민주시민의 신성한 의무며, 내 목소리(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특권이다.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도 있듯이 정치적 무관심(apathy)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적이다.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흔한 기회가 아니라, 3년이 지나야만 다시 찾아오는 드문 기회라서 더욱 소중하다. 침묵을 지키다가 뉴질랜드 사회로 부터 무시당하고 난 후에야 때 늦은 후회를 하지말고, 정부가 멍석을 깔아줄때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겠다.
1,2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연간 예산규모가 80억달러인 공룡 주식회사, 오클랜드시에 재산세와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는 떳떳한 주주로서, 투표율과 각자가 지지하는 정치성향면에서 우리 교민들의 목소리를 한껏 높여야 할 때다.
<객원기자 하병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