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에서 연구에 사용될 장비와 유사한 드론의 모습
무서운 전쟁무기로 등장한 드론
요즘 공상과학 영화, 그 중에서도 전쟁영화라면 반드시 등장하는 무기가 있다.
바로 ‘드론(Drone, 무인항공기)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드론’은 ‘수펄’을 뜻하기도 하고 그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 또는 백파이프가 내는 ‘저음’을 의미한다고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무인항공기나 선박, 미사일’이라는 정의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세상 돌아가는 추세로 보면 사실 ‘무인 항공기’라는 정의가 사전 맨 앞에 나와야 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우리 귀에 익은 새로운 단어가 됐다.
40~50대 교민들일지라도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 주변에서 무인항공기를 날리는 모습을 본 경험은 꽤 있을 것이다. 일명 UAV(Unmanned Aerial Vehicles)라고도 불리는 이런 무인항공기가 바로 드론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십 수년 전까지만 해도 순수한 오락거리용이거나 군대에서 무인 표적기 등으로 사용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그야말로 몇 천 km 밖에서 원격조종도 가능해지자 이러한 무인항공기는 카메라를 달고 정찰활동에 나서는 것은 물론 미사일을 발사해 폭격까지 감행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쟁 양상을 바꿀 정도의 무서운 무기로 발전했다.
실제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른 미국은 드론을 사용해 알카에다의 주요 인물들을 공습해 살해하는 등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해 자국 입장에서는 자랑할 만한 큰 전과를 거두고 있다. 드론의 활약상은 전임 부시 행정부 때까지만 해도 모두 50번에 불과했던 사용횟수가 1기 오바마 정부 4년 동안에는 무려 400번에 달했다는 통계로도 나타나는데, 사정이 이에 달하자 드론 사용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무기 관련 전시회에는 각종 드론이 빠짐 없이 등장하며 한국군 역시 군단이나 사단급 부대에는 이미 정찰용 드론이 편재돼 있고, 현재 미국의 최첨단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를 구입하려는 중인데, 이 드론은 15~20km 고고도에서 36시간 이상 머물며 갖가지 정보를 획득하며 대당 가격만도 한국 돈으로 무려 조 단위에 가깝다.
하늘의 택배기사로 등장하는 드론
이처럼 드론은 최첨단 군사무기로 등장하면서 한편으로는 민수용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그 중 하나가 방송이나 영화촬영 장비로서다. 흔히 헬리캠이라고 불리는 장비는 예전에는 헬기를 동원해야만 가능했던 장면을 비교적 간편하게 찍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오히려 헬기가 갈 수 없는 지역이나 더 낮은 고도까지의 접근도 가능해 건축이나 다른 상업용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2월 초 미국의 거대 온라인 쇼핑몰인‘아마존 닷컴’은 드론을 이용한 기발한 영업전략을 들고 나와 해외토픽에 오르는 등 크게 주목을 끌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옥토콥터’라는 이름의 배달 전용 소형 드론을 만들어 자사 상품을 나르는 택배기사로 쓰겠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8개 프로펠러가 달린 옥토콥터를 이용해 자사의 물류센터로부터 반경 16km 이내의 주문자 집 현관까지 30분 안에 물건을 배달하겠다는 것인데, 물건은 신발상자 크기이며 무게는 2.26kg 이하까지 가능한데 아마존 상품의 90%가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임 에어’로 불리는 이 배송 방법이 현실화되기까지에는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현재 사생활 보호와 안보 등의 이유로 개인이 무단으로 드론을 띄우는 것을 제한하고 있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허가도 받아야 하는데 항공청은 2015년에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농부들의 ‘눈’으로 등장하는 드론
이런 가운데 최근 뉴질랜드에서도 이와는 전혀 다르게 드론을 사용하려는 연구와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역시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농업국가인 뉴질랜드는 전국적으로 수많은 농장이나 목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량은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원격지이거나 고지대여서 넓기도 하거니와 지형도 험해 일반 차량으로는 접근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곳이라 할지라도 정기적으로 풀의 성장 상태와 토양의 영양 상태 등을 확인해야 그에 알맞게 비료를 뿌리는 등의 초지 관리를 할 수 있고 그래야만 방목 중인 소나 양들에게 충분한 양의 풀을 먹일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농부들이 현장까지 가서 이를 확인한 후에야 비로소 항공기를 동원해 비료를 살포할 수 있었는데, 이 경우 시간도 많이 걸렸거니와 비료 살포가 필요 없는 지역에까지 이뤄져 토양 오염은 물론 자원의 낭비도 초래했다.
이를 개선하고자 정부와 농업기업인 레이븐스다운(Ravensdown)이 합작해 만든 기업에서 메시대학 연구원들 15명과 함께 원격지 초지에 대한 조사에 드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이달 초부터 북섬 와이카토 서부 지역에서 관련 실험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카메라가 달린 드론이 수집한 촬영 자료는 컴퓨터 모델링 분석을 통해 영양 상태 등이 확인되면 이에 알맞게 비료를 적정한 시기에 그리고 적정한 지역에 살포해 초지를 관리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드론을 통해 수집한 영상자료와 실제 해당 초지의 영양 상태 등이 얼마나 상관성이 있는가를 평가해 모델을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되는데, 이 모델이 완성되면 농부들은 직접 현장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편리하게 초지를 관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번 계획은 무려 7년에 걸치는 장기 프로젝트인데 연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이제 뉴질랜드의 푸른 목장지대에서는 양치기 개들과 함께 농부들이 조종하는 드론들이 하늘을 종횡무진으로 날아다니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여, 세계가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는가를 느끼게 하는 또 하나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섬지국장 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