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한국인 이민 1세대가 이제 은퇴 시기를 맞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일반이민을 통해 뉴질랜드에 둥지를 틀었던 40대 전후의 교민들이 이제 60대에 진입했거나 60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노년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 보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장수 리스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즉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은퇴 후의 생활이 늘어나 저축해 놓은 돈에 비해 휠씬 오래 살게 된 것이다.
65세에 은퇴한다고 해도 40년 전에는 기대수명이 13년이었던 것이 현재 23년, 오는 2055년에는 30년으로 은퇴 후에도 한 세대를 더 살게 될 전망이다.
뉴질랜드는 노인들의 복지와 삶의 질이 세계 7위에 오를 정도로 노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영국의 헬프에이지(HelpAge)가 세계 9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 연령 지수’ 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특히 고용과 교육, 보건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총 84.5점으로 이웃 호주의 77.2점보다도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그레이 파워(Grey Power)의 로이 레이드(Roy Reid) 회장은 “노령연금(Superannuation)만 보더라도 뉴질랜드가 호주보다 잘 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호주에도 가족이 있는데 뉴질랜드에 사는 가족이 더 잘 산다”고 말했다.
소득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뉴질랜드의 노령연금은 65세 이상 사람들의 97%에 혜택을 주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연금 때문에 뉴질랜드인들은 그 동안 노후를 대비한 저축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다 안락한 노후를 위해서는 노령연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노후대책을 세워야 하며 충분하게 저축하지 않을 경우 힘든 은퇴시기를 맞을 것이라는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편안한 노후생활 위해서는 연금만으로는 부족
ANZ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은퇴 연령에 가까워질수록 노후비용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의견을 보였다.
55~64세 연령대의 41%가 노령연금과 별도로 주당 150~299달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39%는 300달러 이상이 안락한 노후생활을 즐기는데 필요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ANZ은 노후자금을 준비하려면 저축할 여력이 있는 젊은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35세가 지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저축하기가 더욱 힘들어 진다는 설명이다.
은퇴위원회는 편안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연금 외에 적어도 20만5,000달러의 여유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퇴위원회는 또한 모든 뉴질랜드인들에게 키위세이버를 의무적으로 가입시키고 재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퇴위원회 다이앤 맥스웰(Diane Maxwell) 위원장은 “젊은 사람들이 은퇴에 대비해 일찍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저소득층과 65세까지 일을 하기 어려운 육체 노동자들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금수급 연령과 관련, 은퇴위원회는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2036년까지 66세, 2046년까지 67세, 그리고 2056년까지 68세로 점진적인 상향조정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여 절감되는 연간 15억달러의 자금은 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집권 국민당은 현행 65세의 노령연금 수급연령을 고집하고 있고 노동당은 오는 2020년까지 67세로 상향조정하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고급스런 노후 즐기려면 20만달러 여유자금 필요
뉴질랜드에서의 은퇴에 대한 매시 대학의 최근 보고서도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즐기려면 연금만 가지고선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뉴질랜드 통계청의 가구당 소비 수치를 근거로 변동성이 큰 주거비용을 제외한 주당 생활비를 오클랜드나 웰링턴 등 도시와 기타 지방으로 구분하여 산출했다. (표 참조)
이에 따르면 2인 가구의 고급스런 생활을 위한 주당 비용이 도시에서는 761.56달러, 지방에선 693.83달러로 부부의 주당 세후 노령연금액 536.80달러로는 휠씬 부족했다.
노령연금 외에도 고급 생활을 원한다면 20만6,608달러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혼자서 기본 생활을 할 경우 113.38달러의 비용으로 조사되어 노령연금으로 쓰고도 236달러가 남지만 조사에 불포함된 주거비용을 지출하면 남는게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사를 담당한 매시 대학 클레어 매더스(Claire Matthews) 강사는 “조사 결과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면서 “현재 저축을 하고 있지 않다면 지금부터 시작하고, 저축을 하고 있다면 충분하게 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매더스 강사는 이어 “노령연금액을 늘리면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다”고 덧붙였다.
매더스 강사는 또 은퇴후 필요한 자금을 예측할 때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은퇴전 수입의 70~80%를 가이드라인으로 잡았으나 젊은이들이 은퇴전 수입을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20대 젊은이들에게 은퇴에 대비해 저축하라는 말은 피부에 와닿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충고이다.
함께 실시된 웨스트팩의 설문조사에서 517명의 은퇴자중 79%가 노령연금 외에 다른 수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가 여전히 유급으로 고용돼 있었고, 그 중 38%는 재정적 이유 때문에 일을 해야 하지만 나머지는 그냥 일을 좋아해서거나 바쁜 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에 맞는 자금 설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당 357.42달러의 노령연금 외에 자신에 필요한 노후자금을 결정해야 한다.
위에 소개한 연구결과 이외에도 이와 관련된 많은 온라인 사이트나 조사 자료가 나와 있다.
펀드매니저와 보험업자의 로비 그룹인 금융서비스카운슬은 대다수의 뉴질랜드인들이 은퇴수입이 노령연금의 두 배일 경우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는 은퇴 후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에 따라 30만~45만달러의 저축을 필요로 한다고 제시했다.
오클랜드 대학이 지난 201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자기 집을 소유한 부부의 경우 주당 587달러, 렌트로 살고 있는 경우 602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자금을 계산하는데 유용한 온라인 사이트로는 www.superlife.co.nz, www.sorted.org.nz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