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주택10만호 건설 / 양도소득세 도입 / 최저임금 시간당 $15로 인상
뉴질랜드 야당인 노동당이 달라지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당내 쿠데타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오히려 절대과반수(2/3) 지지확보에 성공한 데이비드 쉐어러 당수(54)가, 다음 총선을 겨냥, 당내 젊은 소장파를 대거 예비내각 장관에 임명해 여당인 국민당과의 논쟁전선 전면에 포진시키는 등 전열을 새로 정비했다.
최근의 정치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안정적인 지지세를 확보해 온 국민당(46%)에 비해 노동당(31.5%)의 지지도가 만족스럽진 않지만, 노동당의 전통적인 연립정부 파트너인 녹색당(12%)의 지지가 다소 오르는 등 희망적인 전조를 보여주어 오랜만에 다소 고무적인 당내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
분명한 것은, 2014년 총선은 2011년처럼 국민당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며, 이 상태가 선거까지 지속된다면, 오히려 국회의원 당선자 숫자에서 막상막하의 시소게임을 보여줄 것으로 뉴질랜드 헤랄드지 정치전문기자들은 전망했다.
왜냐하면, 국영자산 매각논란으로 야당의 공격과 여론의 곱지않는 시선을 의식해, 방어논리 개발에만 급급한 탓에 별다른 정치적이슈를 만들지 못하는 집권 국민당에 비해, 야당인 노동당은 이미 내놓은 여러 경제정책들을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정책] ‘KiwiBuild’- 집권 10년내 30만불대 주택10만호 건설
뉴질랜드인들에게 내집마련의 꿈은 “400평방미터 면적의 땅에 방 3개짜리 가족주택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평생동안 다 갚지 못할 ‘미친’ 주택가격으로 인해 뉴질랜드의 서민은 물론, 중산층에게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왔다.
이를 간파한 노동당은, 지난해 11월, 전당대회(Conference)에서 데이비드 쉐어러 당수가 토지와 건설자재의 대규모 매입으로 비용단가를 대폭 줄이는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평균 30만달러의 저비용 서민주택을 “집권후 10년내 전국적으로 10만호를 건설,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KiwiBuild’ 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1만호씩 건설하며, 특히, 첫 5년간의 물량인 5만호의 3분의 2를 30만달러 - 40만달러의 가격으로 오클랜드시 서부와 남부에 집중 공급해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함과 아울러, 이를 통해 2천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20억달러의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다.
총리 후보자로서의 개인적인 인기도에서, 존 키 총리 겸 국민당 당수(50)에 비해 한참 뒤지자, 당내 쿠데타를 잠재우기 위해 급조된 공약(空約)이며, 이 가격으로는 시티의 방1개짜리 아파트정도 구입할 수 있을 뿐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금년 1월초 실시된 여론조사(Herald-DigiPoll)에서 조사대상자의 70%가 노동당의 주택공급 공약을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특히, 처음으로 주택구매를 희망하는 젊은 부부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지여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의 신도시격인 오클랜드 남부 플랫 부쉬(Flat Bush) 지역의 경우, 면적 400 평방미터의 땅값만 30만달러를 훌쩍 넘어선 38만5천달러이며, 당초 노동당 정부때 시작한 오클랜드 서부 홉손빌(Hobsonville) 지역의 ‘저비용 주택건설사업’이 국민당 정부하에서 각각 방 3-4개짜리 ‘48만 5천달러 가격대 3백가구’와 ‘40만달러 가격대 3백가구’ 주택공급으로 둔갑한 현실에서 교훈으로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오클랜드 지역의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노동당의 ‘저비용주택 대량공급’ 공약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외곽의 농지를 오클랜드시로 편입해 ‘도시 팽창전략’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주택건물의 고도제한을 완화해 ‘고층화 도시개발전략’을 선택하든지, 현재의 주택용지 부족위기 해결을 위한 도시개발 정책의 변경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주택 & 세금정책] 부동산 매매차익의 15% 양도소득세 도입
노동당은 지난 2011년 총선직전, 주택가격 상승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동산 매매차익의 15%를 정부가 세금으로 환수하는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 도입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지만,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서둘러 입안한 탓인지,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재미’를 못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주택가격 ‘폭탄’으로 인해, 양도소득세 도입에 대한 찬성여론이 급물살을 타면서, 일단 국민당 독주의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동정책] 최저임금 시간당 15달러로 인상
금년 2월26일, 집권국민당의 사이먼 브리지 노동부장관은 올해 성인의 최저임금을 지난해에 비해 ‘겨우’ 25센트 오른 13.75달러로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입 연수직원의 급여는 성인의 80%수준인 시간당 11달러로 인상됐다.
이에 대해, 야당인 노동당의 데리언 펜톤 노동부 예비내각장관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한 주에 ‘겨우’ 10달러인상은 노동자들에게 차라리 모욕” 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데이비드 쉐어러 노동당 당수는 여기에 한술 더 떠, “(개인적으로는) 시간당 18.40달러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많은 가장들이 혼자버는 급여로는 가족들의 기본적인 생활수준조차 유지하기 힘들다”며, “가족부양을 위해 투 잡, 스리 잡을 해야 한다”는 고충을 들었다며, “물가인상으로 생활비는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급여는 그대로여서, 근로자 가족의 생활수준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집권하면 노동당은 근로자가족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재의 노동정책 기조를 바꿀 것”이라며, “그 첫 단계로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녹색당의 데니스 로체 산업관계 예비내각 장관도 “겨우 25센트인상은 근로자 가정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면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의 급여는 겨우 1.9% 늘어난 반면, 지난해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급여는 평균 10% 인상됐다”면서, “국민당정부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빈부격차에 눈가리며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퍼스트 유니언의 로버트 레이드 노조위원장도 ‘최저임금 시간당 13.75달러는 수십만명의 저임금 근로자들에게 명백한 모욕”이라며, “이 급여수준으로는 한 가족이 살만한 주택마련은 물론, 건강식단마저 위협할 정도”라며, “힘들게 발버둥치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전 근로자 가정이 고리대금업자들의 볼모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퍼스트 노조는 시간당 18.40달러의 ‘생활보장 급여캠페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음식료서비스 유니언의 존 리올 노조위원장도 “존키 총리는 지난해 급여인상으로 한 주에 150달러를 추가로 자기 주머니에 챙기면서,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비참하게도 한 주에 겨우 10달러 올려줬다’고 비난하고, “번듯하지는 않지만 적당한 급여수준은 바로 시간당 18.40달러”라며, “국내에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이 발표된 날, 뉴질랜드 헤랄드조차 당일 시사만평에서 “시간당 최저임금 25센트인상으로, 하루 8시간, 1주 5일 일하는 풀타임 근무자의 경우, 1주에 겨우 10달러의 수입이 늘게돼, 딱 6개월(26주)후면, 호주행 편도 할인항공권 요금($260)을 살 수 있는 금액이라며, 키위 맞벌이부부가 6개월후 함께 호주로 갈 것을 상의하는 장면으로 국민당정부를 비꼬는 카툰을 소개, 냉소적인 여론을 반영했다.
결론적으로, 만약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깊어지고, 유가를 비롯해 물가는 계속 오르는 반면, 최저임금의 사실상 동결로 급여수준은 제자리걸음인, 말그대로 ‘나는 물가에 기는 급여’ 현상이 계속될 경우, 국민당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노동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근로자와 노조, 마오리족의 세 결집과 아울러, 일부 키위 중산층마저 가세한다면, 2014년 하반기에 치러질 총선은 어쩌면 정권교체까지 예상될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소게임이 될 것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 병 갑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