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앞에 인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는가?
최근, 더 더워지고, 더 건조해지는 뉴질랜드의 기후변화 앞에 ‘물 부족 국가’로서의 뉴질랜드, 작은 지진에도 놀라는 ‘지진 다발국가’로서 뉴질랜드의 무력함을 보았다.
올 여름 두 달간에 걸친 북섬가뭄으로,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메마른 대지가 농부와 목장주들에게 시름을 안겨주었고, 소량이나마 단비가 땅을 적시자마자, 시샘이나 하듯 연이은 지진이 오클랜드를 강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식으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에 크게 놀란 뉴질랜드인들로 하여금 저마다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했다.
올 여름은 가뭄과 지진 등 자연재해로 적지않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 뉴질랜드 경제에 주름살을 안겨준 잔인한(?) 계절이었다.
올 여름 북섬 가뭄에 GDP 1% 하락, 환율 상승세 ‘주춤’
지난 3월 중순, 정부는 가뭄이 극심한 북섬전부를 ‘가뭄 재해지역’으로 선포하고,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낙농가에 대한 금융알선과 세금납부연기 등 각종 지원책을 모색해왔다.
비록, 3월17일부터 잠깐 지나가는 단비가, 6주이상 비가오지 않아 거북이 등처럼 쩍쩍갈라진 뉴질랜드 북섬 대지를 기분좋게 촉촉히 적셔 주었다. ‘강우량 측정센터’가 있는 전국 6대 도시의 3월18일 월요일 저녁까지 내린 강수량을 살펴보면, 오클랜드 14mm, 해밀턴 11.6mm, 타우랑아 9mm, 웰링턴 15mm, 크라이스트처치 13m, 그리고, 더니든이 22mm였다.
그러나, 가뭄을 끝내기 위해서는 100mm이상의 강우량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한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가뭄의 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일기예보 당국(Weather Watch)은 부활절 휴가기간 동안에도 가뭄은 계속될 것이라는 단기전망과, 오락가락하는 가랑비만 몇차례 있을 뿐이라는 장기전망만 할 뿐, 한꺼번에 300-500mm가 내리는 한국의 ‘게릴라성 집중호우’ 같이 가뭄을 한 방에 끝내줄 시원한 빗줄기에 대한 낭보는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단 구이 1차 산업부 장관은 “우리는 지금까지 홍수와 눈폭풍, 심지어 지진까지도 극복해 낸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번 가뭄도 거뜬히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북섬지역의 지독한 가뭄은 뉴질랜드 경제에도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
우유생산량이 5년만에 처음으로 2% 감소가 예상(언제 충분한 비가 오느냐에 따라 감소량은 가변적)되면서 버터, 치즈, 분유 등 낙농제품의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뉴질랜드 최대의 낙농기업 ‘폰테라’의 최신 ‘온라인 글로벌 낙농제품 경매’에서 낙찰가가 크게 치솟아 2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성수기말까지 공급물량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몰려든 수입업자들간의 경쟁으로 인해, 평균 경매낙찰가가 2주전 1톤당 미화 4,216달러에서 4,683달러로 14.8%가 상승, 2010년 9월1일이래 최대의 상승율을 기록하면서, 최근 강세를 보이던 뉴질랜드 달러의 상승세를 주춤거리게 만들었다. 3월 한 달간 뉴질랜드 1 달러의 환율은, 미화 82센트(USD)선, 호주화 78센트(AUD)선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빌 잉글리쉬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도 “이번 가뭄으로 인한 낙농가의 경제적 피해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두 배 늘어난 20억달러로, 뉴질랜드 국내총생산량(GDP)을 0.5%에서 1%정도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러나, 이번 가뭄에도 불구하고 2014-2015회계년도에 정부재정을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국민당의 선거공약을 지키는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1년내내 계속된 대가뭄으로 크게 고생했던 1994년을 상기시키며, 현재의 시설과 기술로도 와이카토강물을 이용하면 적어도 오클랜드 하루 물사용량의 10-20%를 충당할 수 있다며 조속한 대책마련을 오클랜드 시 당국에 촉구했다.
그들은 뉴질랜드 기후가 이전보다 더 더워지고, 더 건조해지는 지중해성 기후로 변화하는데 대한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클랜드 지진, 건물 내진 보강공사나 철거명령으로 이어질 전망
지난 3월17일 일요일 오후 4시5분, 대부분의 시민들이 몸으로 느낄 정도인 진도 3.9의 지진이 오클랜드 전역을 강타,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뉴질랜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오클랜드에서는 몸으로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진들이 연간 평균 10건미만으로 종종 발생했기에 지진에 대한 오클랜드 시민들의 반응은 무디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드물게 강한’ 지진이 발생, 다소 혼란을 겪었다.
이번 지진 4분전에 오클랜드 북동쪽으로 25km떨어진 곳의 해저 6km밑에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인 진도 3.1의 1차 지진이 이미 발생했고, 연이어 더 강한 이번 2차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다.
2차 지진의 진앙지도 역시 오클랜드에서 북동쪽으로 15km떨어진 Hauraki만에 있는 Motutapu섬 근처의 해저 5km밑이었던 것으로 발표됐다.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8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오클랜드 주변의 화산활동을 촉발시킬 수 있으나, 다행히 이번 지진은 그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할 뿐더러, 이번 지진의 여파에 따른 여진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클랜드 소방당국(Fire Service)도 자체 ‘북섬 통신센터’를 비상가동시켜, 피해사례 제보와 소방차량의 비상출동을 준비했으나, “시티 해안가에 서있던 사람이 중심을 못잡고 약간 비틀거릴정도” 였고, “시티에서 가까운 Grey Lynn지역에서는 건물이 흔들렸다”는 50여건의 제보 내용외에, 이번 지진과 관련해서 인명피해 등 특별한 피해사례는 제보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노스쇼어의 Unsworth Heighs지역에는 이번 지진의 여파로 차량진입로가 갈라지는 등의 미미한 피해는 있었다.
오클랜드 민방위당국(Civil Defence)은 “진도 3.9의 이번 지진은, 2007년 2월이후 오클랜드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이라고 밝히고, “이 정도면 사람이나 건물은 트럭이 옆을 지나갈때의 충격을 받게되고, 집안에서는 벽이나 가구가 흔들리는 것을 목격할 수 있 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 지진연구소에 따르면, “크라이스트 지진은 이번 오클랜드 지진 규모의 작은 지진이 1만개가 발생한 이후 일어난 대형 지진”이라고 설명하고, “오클랜드에서 진도 7이상의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밝혔으나, “앞으로도 오클랜드에서 이번과 유사한 규모의 지진이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높다”고 경고했다.
오클랜드 시청은 ‘크라이스트처치 지진때 내진설계가 불완전한 많은 건물들이 붕괴해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한 사고를 교훈삼아, 내진설계가 미비됐거나 불충분해, 지진의 충격에 취약한 시내 건물 4천여개에 대해 내진 평가작업을 진행중이며, 평가결과에 따라 ‘경고’나 ‘주의’를 받게 될 건물주들에게 내진 보강공사나, 심한 경우 건물철거 명령까지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 병 갑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