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성인 최저임금이 시간당 13.50달러에서 13.75달러로 인상됐다. 노동계와 야당은 생계비를 무시한 ‘최저’ 인상이라고 비난했다. 최저임금과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생활임금 간의 괴리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개정법안 1표 차이로 국회 통과
최저임금과 함께 다음달 1일부터는 초임임금이 최저임금의 80%인 11달러로 적용된다.
국회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최저임금 개정법안을 국민당과 액트당, 미래연합당의 지지로 한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왔다.
찬성하는 쪽은 새로운 법안이 고용주에게 젊은 근로자를 고용할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4만명의 15~19세 젊은이들이 2주마다 받는 실업수당 지급액을 시간당 계산한 4.50달러와 비교하면 동기부여가 되는 수준이고 16세 젊은이에 최저임금의 48%를 적용하는 호주와 60%를 적용하는 영국과 견주어도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노동당과 녹색당, 마오리당 등 반대하는 측은 최저임금 개정법안이 젊은이들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이고 뉴질랜드를 저임금 경제로 재규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덜 받고 더 일함으로써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과거의 저임금 논리로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된 법안에 따라 16~17세 신규직원은 6개월 동안 시급 11달러의 초임임금(Starting-out wage)을 받게 되고 그 이후에는 성인임금을 적용받게 된다.
최저생활비 보장 생활임금 캠페인 시작
지난 2월부터 임금은 최소한 근로자의 최저생활비를 보장해야 한다는 생활임금(living wage) 캠페인이 노조와 커뮤니티 단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생활임금제라는 개념은 최저임금만으로는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이 되는 근로자들의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교통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적정소득을 말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생활임금은 4인 가정에서 성인 1명은 주당 40시간, 다른 성인은 20시간을 일할 경우에 시간당 세전 18.40달러이다.
물가가 비싼 오클랜드에서는 이보다 많은 24.10달러가 돼야 기본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표 참조)
뉴질랜드 전체 근로자 185만명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75만명이 시급 18.40달러의 생활임금 이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매, 숙박, 청소, 농림수산업 생활임금 미만
생활임금 캠페인은 최저임금처럼 법제화하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회사 등 고용주들에게 생활임금을 채택할 것을 설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활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직원 이직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여 결국 경제적, 사회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뉴질랜드에서 생활임금 캠페인을 조직한 애니 뉴먼(Annie Newman)은 “영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20%
가 이미 생활임금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생활임금이 윤리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납세자들에게 그들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 카운슬과 웰링턴 카운슬은 생활임금 시행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오클랜드 카운슬과 5개 자회사에 고용된 직원들 가운데 시급 18.40달러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1,544명이고, 이들의 보수를 생활임금 수준으로 올려줄 경우 연간 250만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렌 브라운(Len Brown) 시장은 “고임금은 일자리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오클랜드가 고임금 도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도시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질랜드 소득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산업 가운데 평균 시급이 18.40달러 미만인 분야는 15.14달러의 소매숙박업과 17.78달러의 농림수산업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소매숙박업의 평균임금과 생활임금 간의 차이는 18%에 달하고 생활임금 수준으로 인상할 경우 연간 16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며,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6.7~8%의 소비자 가격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질랜드 접객업협회의 브루스 로버트슨(Bruce Robertson) 회장은 “접객업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늘어난 비용을 업계의 경쟁적 특성 때문에 소비자에 전가하지 않았다”면서 “직원들에 주는 임금을 인상할 경우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생활임금을 시행하기 어려운 업계의 실정을 설명했다.
소매업체 협회의 배리 헬버그(Barry Hellberg) 고문은 “소매업계에서 노조원은 소수이고 임금은 고용주와 직원 개인 간의 협상의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연간 시장 규모가 4억달러에 달하는 청소업도 대표적인 저임금 업종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시간당 평균 13.85달러인 임금을 생활임금 18.40달러로 33% 올리면 1억500만~1억1,8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첫 생활임금 수용 업체 나타나
최근에 생활임금 캠페인을 처음으로 수용한 업체가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오클랜드 핸더슨에 있는 두부 제조업체인 톤주(Tonzu)가 그 주인공이다.
이 업체는 현재 공장 근로자의 초임으로 시급 15달러를 지급하고 있는데 1년 안에 18.40달러로 인상할 것이라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를 시행할 경우 6명의 근로자에 지급되는 임금이 주당 600달러 더 들어가게 되는데 부산물과 기타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늘어난 임금을 상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가족이 운영하는 톤주의 댄 찰머스(Dan Chalmers) 이사는 “부모가 1970
년대에 회사를 창립했을 때부터 회사 철학이 영리 추구만은 아니었다”면서 “물론 회사마다 초창기에는 시간당 18.40
달러를 지급할 수 없더라도 수익이 늘어난다면 직원들에게 보수를 인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클랜드대의 팀 해즐레딘(Tim Hazledine) 경제학 교수는 “뉴질랜드의 생활비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위기 수준까지는 아니다”면서 “문제는 뉴질랜드인의 소득이 충분히 높지 않은 것이며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득 수준을 높이는 방법이 해결책이다”라고 지적했다.
공공서비스협회의 리차드 왜그스태프(Richard Wagstaff) 본부장은 “뉴질랜드는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생활임금은 아니다”면서 “모든 뉴질랜드인들은 차별없이 최저 생활임금을 받을 자격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