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의 결합” 이라는 ‘결혼’의 정의가 바뀌게 됐다.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Same-Sex Marriage Legislation)이 지난 4월17일 저녁 국회를 통과해,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국가가 됐다.
웰링턴의 뉴질랜드 국회는 이날 저녁 열린 전체회의 최종표결에서 전체의원 121명 가운데 찬성 77명, 반대 44명으로 결혼법 개정법안 (Marriage Amendment Bill)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자신이 동성애자인 루이자 월 노동당 의원(Manurewa선거구)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한 이번 법안은, 존 키 총리, 데이비드 쉬어러 노동당 당수, 존 뱅스 NZ행동당 당수의 지지와 더불어, 주요 정당의 지도부가 이번 법안투표의 가부여부를 당론으로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양심에 맡겨 투표하도록 한 탓인지 여야를 아우르며 고른 지지를 받고 가볍게 국회를 통과했다.
존 키 총리는 이전에 ‘시민결합법(Civil Union Act)’에도 반대했으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애를 지지를 발표하고 재선에 성공한 후, 동성결혼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지지쪽으로 돌어선 바 있다.
반면, 빌 잉글리쉬 국민당 부당수 겸 재정부장관은 이번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재확인 했고, NZ제1당의 윈스턴 피터스 당수는 지난 두번째 독회에서 이번 법안에 반대하면서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제의했으나 기각된 바 있다.
그동안 뉴질랜드는 동성커플의 결혼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부부’와 같은 법적권리를 누릴 수 있는 ‘동반자 관계’를 인정해 왔다.
뉴질랜드 사회의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종식시키게 될 이번 법안은, 총독의 서명을 받아 금년 8월 중순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새 법안에 따르면, ‘결혼’이란 ‘성, 성적지향, 또는 성 정체성에 구애받지 않는 두 사람의 결합’으로 정의되고 ‘남편’과 ‘아내’란 용어대신 성 중립적 용어인 ‘배우자(spouse)’, ‘결혼한 커플(married couple)’ 등으로 대체된다.
동성애의 발생원인 분석모델과 동성애자 현황
동성애는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적 모델은 정신분석학을 정립시킨 프로이트의 견해에서 출발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대변되는 아동기의 갈등에서 야기된 무의식적 불안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성적발달의 정지에 의해 성적 기질이 변한 것이므로, 동성애를 범죄나 잔학행위로 보는 것을 매우 잘못된 일로 간주했다. 동성애자를 왼손잡이와 유사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인 약자로 보기도 한다.
학습이론적 모델에 따르면 동성과의 만족스러웠던 경험이나, 이성과의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이 어느 결정적인 시기에 강화되어 나타난 현상이 바로 동성애라는 것이다.
한편, 지난 2000년 방송인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당시,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동성애가 ‘도덕적’으로는 잘못된 행위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에이즈연맹이 파악한 인원만 11만명정도 된다고 밝힌적이 있다.
그러나,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히는 순간 모든 사회적 기득권을 모두 빼앗기기 때문에 신분을 드러내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렇지, 음성적인 커뮤니티인 이태원, 종로의 게이 바, 신촌의 레즈비언 바 등에 출입하는 인구와, 동성대상 채팅방을 이용하는 인원을 감안한다면, 2백만명은 족히 넘을 거라는 추측이다. 미국의 경우도, 공식적으로 4백만명으로 파악돼 있지만 훨씬 많은 수의 동성애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사회나 동성애자의 수는 성인인구의 약 1%에 불과하지만 동성결혼 이슈는 그 사회전반을 뒤덮고 있다.
선진국, 기독교 국가의 ‘동성결혼 합법화’ 도미노현상
70%가 기족교신자인 뉴질랜드에서 지난 3월에 뉴질랜드 헤랄드지가 7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2%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인점이 흥미롭다.
이는 교회의 윤리적 위상이 추락하면서 교회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혼율이 50%에 육박하는 현실앞에서 결혼의 신성함만을 주장하는 종교계의 목소리가 설득력을 갖지 못한데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는 그러나 교회나 성당은 동성결혼식 주재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2005년 ‘시민결합법(Civil Union Act)’을 통과시킨 바 있는 뉴질랜드는 이미 동성간의 사실혼을 법적으로 인정해 왔으나, 이번 법안의 최종 확정으로, 2001년 네델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2003), 캐나다(2005), 스페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우루과이(2013)에 이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13번째 국가가 됐다. 프랑스 등 20여개국은 동성간 파트너쉽을 인정하는 시민결합(Civil Union)을 보장하고 있다.
한편, 이웃나라 호주의 경우,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물론 토니 아보트 야당 당수조차 동성결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집권당인 노동당내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이 비등하고, 여론조사 결과는 항상 과반수이상이 찬성을 선택, 동성결혼 합법화는 시간문제일 뿐, 조만간 합법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매년 3월 시드니에서 열리는 동성애 축제인 ‘마디그라 행진(Mardi Ggras Parade)’은 행사규모나 참석인원면에서 세계최대의 동성애 축제가 되고 있다. 애초에 동성애 차별에 대한 항의표시로 시작된 이 축제는, 1994년 호주 ABC방송국에서 호주전역에 생방송하면서 국내외에서 크게 화제를 모았고, 1996년 단체 및 개인자격으로 참석한 인원이 65만명에 이르는 등 시드니 관광수입 증대에 크게 기여하게 되자, 지역주민들과 단체, 시드니 시의회에서 오히려 자원해서 후원하는 세계적인 동성애 축제행사로 자리잡았다.
법안 통과의 의미……성(性) 소수자의 평등권 보장
이번 법안 통과의 의미는 사회적인 편견과 혐오를 극복하고, 오히려 동성애를 존중하고 성적지향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성애자들이 요구하는 권리를 살펴보면, 지금까지 남녀부부에게만 인정되던 재산공유와 분할권, 입양권 및 양육권, 의료친권, 각종 복리후생제도의 혜택 등 사회적 분배차원의 실질적인 평등을 요구한다.
성(性) 소수자를 뜻하는 ‘LGBT’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상징하는 말로, 그중에서도 동성결혼이 가장 선두에서 주요 구호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한인교포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동부 뉴욕주는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반면, 로스앤젤레스(LA)가 있는 서부 캘리포니아주는 동성결혼이 허용된 지 넉달만에 주민투표로 ‘동성결혼 금지법’을 제정, 다시 법이 뒤집히면서 동성결혼이 불법화 되는 등 찬반이 팽팽하게 대결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은 주정부의 결혼법을 인정하지 않지만, 오는 6월쯤 ‘동성결혼 금지법’의 위헌여부를 심리하는 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려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하는 길이 열리게 되면, 지난 1973년 연방 대법원이 낙태금지를 연방차원에서 위헌화시킨 이래 최대의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전세계의 동성애자들은 경제적 사회적권리를 보장받는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들은 다양성을 인정해 달라는 의미로 상징적인 ‘무지개 깃발’을 들고 “우리의 결혼은 누구도 괴롭히지 않는다”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신은 아담과 이브를 만들었지, 아담과 스티브(또 다른 남자이름)를 만들지 않았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특히,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애 혐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늘 동성결혼을 허락하면, 내일은 다부다처(多夫多妻)제도 허락하게 된다”는 자극적인 선동도 함께.
끝으로, 나는 소망한다. 이젠, 호주인들이 결혼하러 돈 싸들고 뉴질랜드로 몰려오기를 ….
<하 병 갑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