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곳간지기’ 재무부(Ministry of Finance)가 2013 예산안(2013/2014)을 지난해보다 42억달러가량 늘어난 684억달러로 편성했다.
지난 5월 16일, 국민당정부의 빌 잉글리쉬 부총리겸 재무부장관은 총수입 684억달러, 총지출 724억달러, 관리 재정수지 20억달러(통합 재정수지 40억달러) 적자예산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3 정부예산안’을 발표했다.
국민당 집권후 다섯번째 예산안을 수립한 빌 잉글리쉬 재무부장관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우선, (중장기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국가 부채규모를 줄이는 등 정부금융의 책임있는 관리운용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고, 보다 생산적이고 경쟁력 있는 경제건설과 예산범위내에서 보다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지막으로 지진으로 파괴된 뉴질랜드 제2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재건에 우선순위를 두고 계획된 것”이라고 밝혔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제활력과 민생안정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편성된 2013 예산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세입과 세출 통계에는 국영기업(Crown-entities / State-owned enterprises)의 수치는 제외됐다).
● 총수입: 684억달러로 전년(642억달러)대비 42억달러(6.5%) 증가
● 총지출: 724억달러로 전년(737억달러 )대비 13억달러(1.76%) 감소
● 재정수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20억달러 적자로 GDP대비
- 0.9%로 전년대비(79억달러 적자) 74.7%p 개선.
● 국가채무: 648억 달러로 GDP대비 28.4%(전년대비 5.7%p 증가)
** 국내총생산(지출GDP): 2,090억달러(2012년 12월말 기준) **
2013 뉴질랜드 재정규모
뉴질랜드의 재정수지는 2011년까지 적자기조가 지속되다 국민당정부의 긴축재정으로 예산 운영수지(OBEGAL)가 금년 63억달러 적자에서 내년에는 약소하지만 7천5백만달러 흑자로 반전되는 등, 내년말에 실시될 총선에 대비, ‘국가재정의 흑자전환’ 이라는 존 키 총리의 2011년 총선공약을 내년 상반기까지 달성할 계획이다.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2013년 평균 일반정부 재정수지 적자규모는 GDP의 4.6% 수준이며, 한국만 1.6% 흑자일 뿐, 미국(-6.8%)과 일본(-10.1%)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약 1% 적자인 뉴질랜드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한편, 뉴질랜드의 순 국가부채 규모는 올해 GDP의 28.4%를 기록하고, 2015년에 28.7%에서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대비 국가별 부채규모는 OECD국가 평균이 102.9%이고, 이웃나라 호주는 11.4%, 한국은 37.9%(468조원), 독일 86.4%, 미국 102.2%, 일본 205.3%로 뉴질랜드의 순 국가부채 규모는 호주보다는 높지만 아직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국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경제성장으로 실업률을 5%대로 억제하고,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하는 물가상승율도 연평균 2%로 예상돼, 중앙은행 목표대(연간 1%에서3%) 범위에 묶어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뉴질랜드 재무부 통계에 따르면, 경제성장율이 1% 변동할 경우, 급여소득세가 2억7천만달러, 사업소득세 1억2천달러, 가계지출이 1억6천만달러가 증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입 구성
정부의 최대 수입원은 41%인 개인세(Individual tax)이고, 그 다음으로 24%인 부가가치세(GST), 15%인 법인세(Corporate tax) 순이다. ‘기타 직접세’에는 거주자의 이자/배당금 유보세가 포함되고, ‘기타 간접세’에는 관세, 술, 담배에 대한 세금과 도박세가 포함된다.
세출 구성
정부예산안중 최대 지출분야는 단연, 사회보장/복지부문으로 33% (236억달러)를 차지한다. 사회보장/복지부문에는 노인연금, 비상수당, 구직 지원금, 싱글부모 지원금 등이 포함되며, 이 사회복지부문에 대한 투자가 1억8천8백만달러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의 최대 수혜자는 세출부문 2위인 보건/의료부문(21%)이다. 올해, 새로 3억5천2백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매년 평균 4억달러씩, 향후 4년간 16억달러를 공중 보건서비스 향상을 위해 예산을 추가 배정해, 보건/의료부문에 역대 최고규모인 147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특히, 1,590만달러를 심장병과 당뇨병 치료와 질병예방부문에 투자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지난해 5월, 지체부자유 아동을 돌보는 부모에 대해 보조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판결이 내려져, 올해 10월1일부터 발효되는 신법에 따라, 중증 지체부자유 아동 1,600명을 돌보는 가족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1년에 2천3백만달러씩, 향후 4년간 9천2백만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
세출 3위는 17% (124억달러)인 교육부문이 차지했으며, 이번 예산안에서 보건과 교육분야에 대한 투자가 9억달러 늘어났다. 또, Work and Income에는 354명의 신규 직원이 충원된다.
학생융자와 학생수당에 대해서도 강력 단속할 예정인데, IRD는 호주에서 채권회수 대행업자들을 고용해, 고의적인 학생융자 연체자들 1만여 명을 추적, 공항이나 항만의 출입국장에서 체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정부가 학생들에게 빌려준 학자금은 현재 총 130억 달러 정도로, 2015년에는 14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학생 융자금 빚이 있는 사람은 70만 명 이상으로 이 가운데 10만여 명은 외국에서 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크라이스트처치 병원, 학교 인터넷 업그레이드, 관개사업, 키위철도에 17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토지공급과 신속한 주택건설 허가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배정된 예산이 증액됐다.
향후 5개년(2013-2017) 뉴질랜드 경제전망
● 경제성장율
2013년 정부의 경제전망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글로벌 경기의 약한 회복에 따라 상반기까지 성장률이 완만한 수준에 그치겠으나 하반기 이후 점차 개선되면서 연간 2.5% 성장을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차산업인 농림수산업(2.6%), 소매 및 숙박업(2.5%), 도매 (2.1%) 성장율이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율을 뺀 실질 국내총생산(real GDP) 증가율은 지난 5년간 평균 0.8% 성장에 그치는 등 경기가 불황으로 인해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으나, 2012년에 실질 GDP성장율이 2008년이후 최고수준인 2.5%를 달성한 후 이를 정점으로, 크라이스트처치 도시재건을 위한 투자로 경제성장의 추진력을 확보해, 2017년 3월까지 향후 5년간 연평균 2.5%의 견실한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소득도 4년전에 비해 20% 증가했고, 경기회복으로 향후 4년내에 20%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 물가상승율
소비자물가는 2013년 1.9%에서 2017년 2.0%로 중앙은행의 물가상승율 목표대(1-3%)에 묶어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2%의 물가상승율을 예상했다.
● 이자율
50년래 최저수준인 현재 이자율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OCR)가 2.5%, 시중은행의 융자금에 대한 변동금리는 연 5.7-5.8%대이며, 2014년 중반무렵에 금리인상이 예상됐다.
● 실업율
올해 1사분기 실업률이 최근 3년만에 최저수준인 6.2%를 기록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2015년에 5%대에 처음 진입한 후, 2017년까지 5.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활동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7년까지 연평균 68%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 국제수지
뉴질랜드 달러의 강세와 수입상품에 대한 국내수요의 증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2012년 12월 GDP의 5%(104억달러)에서 2017년에는 6.5%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 적자는 상품교역에서만 근소한 흑자를 나타낼 뿐, 뉴질랜드에 투자한 외국인 기업(특히, 외국은행)이 벌어가는 수익율의 신장으로 투자소득 수지와 서비스 수지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기인한다.
올해 5월23일 기준으로, NZ 1달러는 미화 0.80달러/호주화 0.83달러/영국화 0.53파운드/유로화 0.62유로/엔화 0.83엔과 등가로, 뉴질랜드의 5대 주요 무역상대국 대비 뉴질랜드 달러의 환율 가중평균지수인 TWI는 76.3 (기준연도 1979년 100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뉴질랜드 재무부가 작성한 정부 예산안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확한 재정정보를 바탕으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국가재정이 적재적소에 투입되고, 건전하게 운용되도록 하기 위해 예산편성, 심사, 의결과 집행의 전과정에 걸쳐 재정권한을 행사한다.
일반 사업체가 따르는 IRD의 세무회계년도가 4월1일부터 다음해 3월31일까지인데 반해, 뉴질랜드 정부의 회계연도는 7월1일부터 다음해 6월30일까지다. 따라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2013 예산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6월말까지 최종 예산안을 확정하고, 7월1일부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객원기자 하병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