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지만 아직 끝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부와 오클랜드 카운슬, 그리고 중앙은행까지 나서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고삐 풀린 집값을 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클랜드 집값 두 자릿수 상승
뉴질랜드의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3가지 주요한 지표로는 쿼터블 밸류(QV),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 바풋 앤드 톰슨(Barfoot & Thompson) 등이 있다.
바풋 앤드 톰슨은 오클랜드 주택거래의 약 3분의 1을 중개하는 회사로 오클랜드 지역에 한해 매달 주택매매의 평균값을 발표한다.
1992년부터 시작된 REINZ의 주택가격지수는 협회 소속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중개해 매매된 거래를 기준으로 산출된 중간값이다.
중간값(median)이란 통계 집단의 관측값을 크기 순으로 배열 했을 때 전체의 중앙에 위치하는 수치로 평균값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 50만달러, 30만달러의 주택거래를 가정할 경우 평균은 60만달러지만 중간값은 50만달러가 된다.
REINZ가 평균가격이 아닌 중간가격으로 산출하는 이유는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매매가로 인한 대표주택가격의 왜곡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통계 집단의 관측값이 많을수록 중간값과 평균값은 근접하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에REINZ의 주택가격을 평균값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정부 부동산 평가기관인 QV의 주택가격지수 조사는 각 지역의 최근 3개월간 매매수치와 자산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감정가이다.
4월말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3가지 지표를 비교하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오클랜드의 집값이 공통적으로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집값 향후 1년간 12% 추가 상승 전망
집값이 그 동안 크게 올랐지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1년간 오클랜드 집값이 12% 추가 상승하고, 전국적으로도 8%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분석회사인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는 지난달 주택공급 부족과 지속적인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오클랜드 집값이 향후 12개월 동안 12%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부족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바이어들이 서둘러 주택구매에 나서고 있어 집값 상승을 더욱 촉발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오클랜드의 주택난으로 오클랜드 평균 집값이 3~4년 안에 10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성급(?)한 진단도 나오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도 커지고 있다.
ASB가 이달 초 발표한 ‘분기별 주택시장 조사’에서 1년 후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63%로 사상 최고를 나타냈다.
이는 주택 붐이 시작됐던 지난 2003년의 역대 최고치를 10년 만에 갈아 치운 기록이다.
하지만 두 자릿수의 집값 상승을 보인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지금이 주택을 구입할 적기는 아니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오클랜드의 경우 ‘지금이 주택구입에 적기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이 “그렇다”라는 응답자보다 10% 많았다.
ASB는 이 같은 원인이 이들 지역의 매물 부족과 너무 많이 오른 집값으로 주택 구입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오클랜드에 주택 39,000채 건설
오클랜드의 주택문제가 점점 심각해지자 정부와 오클랜드 카운슬은 6주간의 협의를 거쳐 지난 10일 ‘오클랜드 주택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 합의안에는 우선 오클랜드의 주택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3만9,000채의 신규 주택을 건설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오클랜드 카운슬은 이를 위해 주택신축 허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해 매년 5,000채 정도의 신규주택 건설 허가를 3년간 연차적으로 9,000채, 1만3,000채, 1만7,000채로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카운슬이 건축 허가 및 택지 공급을 빠르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직접 관리하겠다는 다소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목표량대로 주택이 건설될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고 주택공급이 늘어난다고 해도 집값에 비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Westpac의 도미니크 스테펜스(Dominick Stephens) 이코노미스트는 “오클랜드 카운슬과 정부의 발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세금체계와 금리가 변화하지 않는 한 집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 키(John Key) 총리는 “오클랜드의 두 자릿수 집값 상승세는 국가적인 이슈이고 국민경제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서 “중앙은행은 오클랜드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부터 모기지 대출 제한
중앙은행은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시중은행의 모기지 대출을 제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오는 9월부터 ANZ, Westpac, BNZ, ASB 등 4대 시중은행들의 대출 제한을 유도하기 위해 이들 은행들의 자본비율을 상향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9월부터 주택가격의 80%를 넘는 모기지 대출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이 같은 이례적인 조치는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주택시장을 제어하려는 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첫 집 마련을 위해 대출받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80%를 넘는 대출을 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키 총리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은 어떠한 예외 규정도 주택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원래의 취지를 희석시킨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중앙은행 그레미 휠러(Graeme Wheeler) 총재는 “뉴질랜드의 주택 리스크가 최근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며 “낮은 대출금리와 은행들의 대출 경쟁으로 모기지 대출을 받기 쉬웠던 점이 주택 수요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뉴질랜드의 주택가격이 20% 과대평가되어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은행대출의 51.9%는 주택관련 모기지 대출이다. 이는 이웃 호주의 38.4%에 비하면 휠씬 높은 수준이다.
또한 주택가격의 80%를 넘는 모기지 대출이 전체 대출의 약 20%를 점유하고 신규대출의 30%를 차지한다.
오클랜드부동산투자자협회의 데이비드 휘트번(David Whitburn) 회장은 “모기지 대출을 주택가격의 80%로 제한한다면 집값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져 렌트 수요가 늘어 중저가 가격대의 렌트비가 오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바풋 앤드 톰슨의 피터 톰슨(Peter Thompson) 대표는 “모기지 대출을 제한하려는 중앙은행의 발표를 지지한다”면서 “그로 인해 집값이 조정을 받을지 몰라도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NZ의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것이지만 상당 기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집값 상승 추세가 앞으로 3년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