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거주한지 2년이 지난 영주권자에게 영구 영주권이 주어지는 몇 안 되는 나라중 하나이다. 영주권 스티커에 ‘영구(Indefinite)’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영구 영주권은 뜻 그대로 외국에 나가 살더라도 언제든지 뉴질랜드로 돌아와 무한정 살 수 있는 권리이다. 뉴질랜드에 영원히 살라는 영구 영주권 제도는 역설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영주권자들을 양산해 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취업, 교육, 가정형편 등으로 필요한 시기에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영주권자들의 마음 한 켠에는 뉴질랜드의 여운이 남게 된다. 언젠가는 여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경제력 높은 나라 출신의 역이민자 많아
역이민자는 몸은 뉴질랜드에 없지만 이민자와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와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의 귀중한 자산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언제든지 이곳 뉴질랜드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 나쁜 기억이 많든지, 좋은 기억이 많든지 간에 뉴질랜드 소식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이왕이면 뉴질랜드가 발전하기를 바라고 뉴질랜드가 참가하는 스포츠 경기에서는 뉴질랜드 쪽으로 마음이 갈 것이다.
많은 이민자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거나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뉴질랜드를 떠난다.
이민부 자료에 따르면 2004년과 2011년 사이 영주권을 획득해 뉴질랜드에 거주한 29만6,258명중 13.7%인 4만692명이 현재 해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역이민자들을 국적별로 보면 영국과 중국이 각각 1만1,171명과 8,257명으로 가장 많다.
이는 이들 나라의 영주권자 절대 숫자가 단연 많기 때문이다.
비율 면에서 가장 높은 나라는 27%의 미국으로 2,479명의 미국인 영주권자들이 뉴질랜드를 떠났다.
대만(26%, 265명) 싱가포르(25%, 349명) 캐나다(25%, 762명) 네덜란드(21%, 549명) 등도 영주권자 대비 역이민자의 비율이 높은 나라들이다.
중국의 이 비율은 20%로, 결국 중국인 영주권자 5명 가운데 1명은 중국 등으로 돌아가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역이민자 비율이 낮은 나라들에는 미얀마(2%, 31명) 피지(3%, 607명) 통가(3%, 211명) 등으로 나타났다.
미얀마의 경우 2004년부터 2011년 사이 영주권을 받은 미얀마인 1,632명 가운데 고작 31명만이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약 750명에 주어지는 난민 쿼터 영주권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얀마 이민자들은 여기서 잘 적응해서가 아니라 본국에 가도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뉴질랜드에 남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얀마에서 아동 군인이었던 헤인 민 아웅(Hein Min Aung)은 “대부분의 미얀마 이민자들은 본국에 남아 있는 것이 없어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며 “여기서도 적응하기 쉽지 않고 언어장벽에 맞닥뜨리지만 잠잘 지붕은 있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미얀마에서 정치적 자유가 높아진다면 더욱 많은 미얀마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이민자 경제’ 연구 절실
한국의 최근 뉴질랜드 이민 동향은 역이민자가 줄고 있는 추세이다.
뉴질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영구 또는 1년 이상 장기거주 목적으로 출국한 한국인은 4월말 기준 연간 2011년 2,207명, 2012년 2,005명, 2013년 1,605명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한국인 이민자 유입은 2011년 1,889명, 2012년 1,616명, 2013년 1,672명으로 미미하지만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이 수치에는 12개월 이상 한국에서 살다가 뉴질랜드로 돌아온 영주권자도 포함돼 있다.
역이민자들은 비록 몸은 뉴질랜드에 없더라도 뉴질랜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매시 대학의 헨리 청(Henry Chung) 교수는 역이민자들이 뉴질랜드 경제에 미치는 가치는 수 천만 달러가 될 수 있고 ‘역이민자 경제’에 대한 연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매년 신규 이민자들이 뉴질랜드 경제에 기여하는 가치가 19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역이민자들의 경제 기여도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 교수는 대부분의 역이민자들은 뉴질랜드보다 경제력이 높은 나라 출신들로, 저임금과 높은 세금, 기회 부족 등이 뉴질랜드를 떠나는 요인들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신규 이민자들은 고국으로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가져와 차별화 전략으로 아시안 슈퍼마켓 등을 시작하고 아시아로부터 상품을 수입합니다. 마찬가지로 역이민자들은 뉴질랜드에 인맥을 두고 뉴질랜드식 사업 컨셉트와 제품을 본국으로 가져갈 것입니다.”
청 교수는 대만의 선선(Suncern) 회사를 이 같은 예로 들었다.
대만의 역이민자들이 세운 이 회사는 뉴질랜드로부터 제품을 수입해 대만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청 교수는 “이는 뉴질랜드와 역이민자 모두 좋은 윈-윈 상황이다. 이들 역이민자들은 뉴질랜드와 제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을 뿐아니라 본국의 사업환경에도 정통하기 때문에 사업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NZ 연계사업, 역이민자와 NZ 모두 윈-윈
청 교수는 역이민자들의 상당수가 사업이민 부문에서 영주권을 받았고 여전히 뉴질랜드와 연계된 사업을 하고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청 교수는 “그들은 뉴질랜드의 자산이고 역이민자 경제를 이해하는 것은 많은 사업과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4월 이후 투자이민 부문에서 영주권을 받은 건수는 185건이고 이들의 투자액은 5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심사과정을 거의 마치고 영주권 승인을 앞두고 있는 176건의 투자액은 4억8,000만 달러에 육박하고, 210건, 3억9,500만 달러의 투자이민 신청이 심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싱가포르로 돌아간 이민자 켄 마(Ken Mar)는 여전히 뉴질랜드를 제1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외아들인 그는 뉴질랜드의 기후에 적응할 수 없었던 연로한 부모를 모시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으나 부모가 죽은 후에는 뉴질랜드에 돌아올 계획이라고 얘기한다.
뉴질랜드에 있는 동안 박제술을 배운 그는 현재 싱가포르에서 박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박제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모든 원재료를 뉴질랜드에서 대고 있고 아직도 뉴질랜드에 상당 규모의 투자액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신규 중국인 이민자에 관한 오클랜드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중국인들은 뉴질랜드 이민을 호주와 같은 다른 서구 국가들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민 패턴 유동적으로 변화
해외에 살고 있는 뉴질랜드인들은 이제 60만 명이 넘고 있다.
이들의 25%는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매시 대학의 폴 스푼리(Paul Spoonly) 교수는 “이민 패턴이 더욱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이민자가 한 나라에서 영원히 남기를 기대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스푼리 교수는 이어 “뉴질랜드는 높은 교육과 경제력을 가진 이민자를 뽑고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이 극히 유동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들은 뉴질랜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더 좋은 기회가 있는 곳으로 떠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