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변동 가져올 3가지 ‘하락’

경제변동 가져올 3가지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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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여간 뉴질랜드를 들뜨게 했던 럭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만 지나면 곧 연말 분위기가 날 것이다. 뉴질랜드 경제는 최근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8월 초순까지만 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대미환율은 언제 그랬던가 싶을 정도로 미끄러졌고 그 동안 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던 수출상품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뉴질랜드 국가 신용등급마저 강등되어 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 한 단계 하락

지난달 30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연달아 뉴질랜드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계단씩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뉴질랜드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AAA이던 국내 통화등급은 AA+로 각각 내렸다.

또한 S&P는 뉴질랜드 장기 자국통화 채권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끌어 내렸으며 외화 채권 등급은 AA+에서 AA로 강등했다. S&P와 피치의 신용등급 체계는 AAA가 최상위 등급이며 AA+와 AA가 그 뒤를 잇는다.

피치는 뉴질랜드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경상수지 적자가 늘고 외채 규모도 커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피치는 경상수지 적자가 오는 201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5%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지진피해 복구 비용과 경기 부양책으로 재정이 악화돼 외채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의 가계 빚도 신용등급 하향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질랜드의 가구당 부채비율은 가처분 소득 대비 150%에 달해 110~120%선인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다. 이는 가계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이 그만큼 낮다는 뜻이다.

하지만 S&P와 피치는 뉴질랜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뉴질랜드는 공공채무가 건전하고 회계가 투명해 여전히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하나인 무디스는 뉴질랜드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했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모기지 금리 상승 우려

국가 신용등급 하락은 직접적으로 뉴질랜드의 국채발행 및 이자지급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뉴질랜드 국채 금리는 상승세(국채값 하락)로 돌아섰고 뉴질랜드달러 가치는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뉴질랜드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사정이 나빠지면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 조절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현재 2.5%인 기준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 노동당의 필 고프(Phil Goff) 대표는 “정부가 해외에서 빌려 오는 자금 비용이 높아지게 되고 모기지 이자율도 올라갈 것이다”며 정부에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존 키(John Key) 총리는 “세계적인 경제악화로 많은 나라들이 신용등급 하향을 겪었으며 뉴질랜드의 경우 민간 부문의 높은 부채 수준에 대한 평가로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민간 부문을 배제한 무디스는 뉴질랜드에 최고 등급을 유지했다”며 모기지 이자율 상승 전망을 부정했다.

올 하반기에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국가는 뉴질랜드 이외에도 미국•일본•이탈리아•스페인•아일랜드•포르투갈•슬로베니아•키프로스•베네수엘라•벨리즈•벨라루스•몰타•그리스 등이 있다.

롤러코스터 환율, 급락 후 반등

불과 2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88미국센트 선을 넘어 변동환율제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환율은 신용등급 강등을 전후해 75센트선까지 밀리면서 6개월래 최저를 기록했다.

BNZ의 외환 전문가인 마이크 버로우즈(Mike Burrowes)는 유럽의 부채위기는 뉴질랜드달러와 같은 위험통화의 매도를 촉발해 75센트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은 1사분기 0.8%로 예상치보다 높았으나 2사분기 고작 0.1%에 불과해 성장 동력이 다시 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은 가운데 웨스트팩은 환율 전망을 71센트까지 낮추었다.

웨스트팩의 임레 스페이저(Imre Speizer) 시장 분석가는 “대미환율은 국제외환시장의 일시적인 위험선호 거래 분위기를 반영해 80센트선까지 반등했으나, 결국 위험 자산에 대한 매도가 재현될 것”이라며 두 달 안에 71센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질랜드달러화 가치가 하락해도 그 동안 한국 원화의 평가절하 속도도 빨라 키위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9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뉴질랜드달러는 유럽 부채위기의 움직임이나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다음달 3일로 예정된 G20정상회의와 8일 열릴 EU 경제재무장관이사회 결과에 따라 환율의 방향성이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약한 뉴질랜드 달러화는 수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는 평가이다.

농민연합의 브루스 윌스(Bruce Wills) 회장은 “키위 달러화 약세 자체만으로는 수출 부문에 도움이 되나 약달러화의 원인인 높은 수준의 부채를 감안하면 차입 비용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윌스 회장은 또 약한 달러화는 유류비 등 투입 비용의 상승을 불러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농촌 지역의 부채가 470억달러에 이른다며 빚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이득을 보는 농가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을 농가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NZ의 더그 스틸(Doug Steel) 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달러화 가치 하락은 무역 상대국들이 경기 둔화를 보이고 있을 때 좋은 소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제상품가격 4개월 연속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는 이미 여러 상품들의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 수출상품의 국제시세는 4개월 연속 하락했다.

ANZ의 상품가격지수는 최고였던 5월에 비해 4% 떨어졌다.

지난 9월 조사 대상 17개 수출품목 중 사과, 키위, 알루미늄, 버터, 탈지 분유, 목재, 쇠고기, 양모, 치즈 등 10개 품목은 가격이 떨어졌고 해산물과 양고기 등 3개 품목은 올랐으며 펄프, 전지 분유, 카세인 등 4개 품목은 변동이 없었다.

특히 사과의 경우 북반구의 수확시기와 맞물려 국제시세가 23% 급락했다.

이러한 상품가격 하락은 지금까지 뉴질랜드달러화 약세로 인해 대부분 상쇄되어 왔다.

9월 환율과 상품가격의 하락 경주에서 환율이 10%나 떨어져 상품가격 하락을 앞질렀다.

ANZ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메론 바그리(Cameron Bagrie)는 “지난 몇 달 동안 상품가격이 떨어졌어도 장기평균가격의 94% 이상으로 아직 높은 편이다”면서 “아시안 시장의 성장이 수출상품가격의 강세를 지지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빌 잉글리쉬(Bill English) 재무장관도 “뉴질랜드의 2대 무역 상대국인 호주와 중국의 경제 상황이 비교적 양호하고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농축산물 위주의 뉴질랜드 수출품목들보다 광물과 같은 상품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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