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듯이 현대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주식시장이 살아나고 활기를 띠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뉴질랜드 주식시장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DP 대비 주식시장 비율 31% 불과
뉴질랜드 주식시장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도 너무 낮다.
이러한 상황이 뉴질랜드 자본시장의 ‘임계질량’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 앤드 파트너스 뉴질랜드(Goldman Sachs & Partners NZ)’의 최근 분석결과이다.
물리학 용어인 ‘임계질량’이란 핵분열성 물질이 일정한 조건에서 스스로 계속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을 의미한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뉴질랜드의 주식시장이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 경제와 비교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다.
당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56%로 이웃 호주의 68%와 비교해서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이 비율은 호주에서는 89%로 늘어났으나 뉴질랜드에선 31%로 곤두박질쳤다.
미국(97%), 캐나다(109%), 영국(133%) 등과 비교해 보면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31% 수준은 현재 국가 디폴트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07년 종합주가지수가 처음으로 2000을 넘었을 때,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GDP의 118%로 약 1.2배 수준이었다. 이는 외환위기로 GDP가 감소해 일시적으로 1.5배 이상을 기록했던 1999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하락해 GDP의 61% 수준까지 떨어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작년 말 기준 주가지수가 다시 2000포인트를 넘어서며 108%로 상승했다.
경제 전문가들 “주식시장 비율 최소 50%는 돼야”
뉴질랜드 경제에 차지하는 주식시장의 비중이 이렇게 낮아서는 주식시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조사를 담당한 버나드 도일(Bernard Doyle) 제이비 워 인베스트먼트(JB Were investment) 연구원의 지적이다.
주식시장의 비중 감소는 주식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일 평균 거래금액은 1990년대 후반 이래 지금까지 8,000만달러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호주의 1일 거래금액은 1997년 10억달러에서 요즘 50억달러로 늘었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상장회사들의 상장 폐지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TV3를 소유한 미디어 워크스(MediaWorks)도 상장회사였으나 호주계 아이론브릿지 캐피탈(Ironbridge Capital)에 인수된 후 상장 폐지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GDP 대비 주식시장의 비율이 적어도 50%로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도는 돼야 주식시장이 자생력을 갖고 경제도 활성화 된다는 것이다.
도일 연구원은 “뉴질랜드에서 주식시장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지 않게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비지니스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시장으로 이끄는데 주식시장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우량회사들 잇단 상장에 관심
국민당의 선거공약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영기업 일부 매각은 주식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는 환영받고 있다.
국민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총선에서 승리하게 되면 제네시스 에너지(Genesis Energy), 메리디안 에너지(Meridian Energy), 마이티 리버 파워(Mighty River Power), 솔리드 에너지(Solid Energy) 등 국영 에너지회사들을 일부 매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일 연구원은 국영기업들의 상장이 주식시장의 외형을 증가시키지만 다양성 면에서는 많은 보탬을 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보다는 폰테라와 같은 농업 부문의 우량회사 상장이 주식시장의 다양성에 휠씬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달 사상 최고의 배당을 발표했던 폰테라의 부분 상장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도일 연구원은 밝혔다.
그는 또한 뉴질랜드 최대의 온라인경매 사이트 ‘트레이드 미’의 부분 상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지난 2006년 창설자인 샘 모간(Sam Morgan)으로부터 ‘트레이드 미’를 매입한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는 지난 8월 지분 30~35%의 공모를 발표했다.
인수가격이 7억달러였던 ‘트레이드 미’의 현재가치는 13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상장될 것으로 보이는 이 회사의 공모총액은 뉴질랜드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은 3억5,000만달러에서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120억달러에 이르는 AMP 캐피탈의 가이 엘리피(Guy Elliffe) 주식부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우량회사들의 잇단 상장이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은퇴촌 관리회사인 섬머셋 그룹(Summerset Group)도 지난 1일 공모가격보다 3.6% 오른 가격으로 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이 주식은 주당 1.40달러에 공모총액이 1억2,360만달러로 2009년 카투만두(Kathmandu)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 키위세이버와 뉴질랜드 수퍼 펀드 등으로 인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또한 지난해 호주에 비해 견고한 배당률도 뉴질랜드 주식 수요를 증가시켜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키위세이버 관리운용펀드 주식투자 급증
뉴질랜드 주식시장의 국내 투자 구조는 관리운용펀드(22.3%)와 일반 투자자(22.3%), 전략적 주식투자(19.5%) 등으로 조사됐다.
전략적 주식이란 지분이 10% 이상 넘지 못하도록 지정한 주식을 말한다.
키위세이버의 영향을 받아 관리운영펀드를 통한 주식투자가 22.3%로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6월 30일 현재 키위세이버로 형성된 94억달러의 기금 중 9억달러가 주식투자에 쓰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의 5억6,900만달러에 비해 58.2% 급증한 것이다.
뉴질랜드 주식시장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 2사분기 35.9%로 지난해 36.1%에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997년 60.3%였던 외국인 지분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외국인 비중은 41%의 호주에 비해서는 낮으나 미국(13%)과 일본(27%)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뉴질랜드 주식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