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과 사고로 점철됐던 뉴질랜드의 2011년을 본지가 선정한 10대 뉴스로 정리해 보았다.
■ 멈추지 않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2월 22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리히터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해 182명이 사망하고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지난해 9월 7.1의 강진에 이어 또다시 크라이스트처치를 강타한 지진으로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3월 실시예정이었던 인구센서스가 취소됐으며 이 도시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럭비월드컵 경기들도 다른 도시들로 변경됐다. 크라이스트처치에는 6월 13일에도 5.5와 6.0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지난해 9월 이후 무려 8,000회가 넘는 여진이 엄습했다. 정부는 6월 23일 지진 피해 주거 지역을 정도에 따라 적색, 주황색, 녹색, 백색 등 4개 지역으로 나누어 피해가 가장 심한 적색 지역에 있는 주택을 매입할 것이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계속되는 여진과 재건작업 지연으로 복구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당초 150억달러에서 현재 200억~3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10월부터 시작된 ‘캔터베리 지진 조사위원회’에서 지질학자들은 6 이상의 지진이 다시 발생할 확률은 적다고 밝혔다.
■ 기준금리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
중앙은행은 지진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3월 10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인 2.5%로 결정했다. 이후 물가가 급등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높아졌으나 경제성장 둔화와 대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연내 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전문가들은 내년 9월 또는 12월까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대미환율 사상 최고치 경신
뉴질랜드달러화는 8월 1일 뉴질랜드가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88미국센트 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질랜드 경제회복이 본격화되고 미국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상승세를 보였던 키위달러화는 뉴질랜드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전후해 꺾이기 시작했다. 11월 하순들어 유럽과 미국의 부채에 대한 세계적 우려가 높아지면서 키위달러화 같은 위험통화의 매도를 촉발해 3월 이래 최저인 75센트 밑으로 떨어졌다. 키위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연중 800원대 후반에서 900원대 초반의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 오클랜드에 72년 만에 내린 눈
잠깐이지만 8월 15일 오클랜드 일부 지역에 눈이 내렸다. 눈이 아니라 우박이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기상당국이 공식적으로 오클랜드에 눈이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오클랜드에는 1939년 이후 72년 만에 눈이 내린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에 앞서 5월에는 노스쇼어 지역에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가 생기고 건물 지붕들이 붕괴되는 등 기상 이변이 잇달았다.
■ 국가 신용등급 한 단계 하락
9월 30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와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가 연달아 뉴질랜드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각각 한 계단씩 하향 조정했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은 뉴질랜드의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외채 규모가 커지고 경상수지 적자가 늘고 있는 점을 꼽았다. 6월말 현재 뉴질랜드의 총외채는 2,530억달러로, 그 가운데 408억달러는 정부 부문의 외채이고 나머지는 민간 부문이다. 경상수지 적자폭도 커져 2013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5.5%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피치는 내다봤다.
■ 화물선 레나호 좌초
럭비월드컵이 한창 열리고 있던 10월 5일 타우랑가 인근 해상에서 화물선 레나(Rena)호가 암초에 좌초되어 350톤의 기름이 유출되고 88개의 컨테이너가 배에서 떨어졌다. 길이 236미터의 4만7,000톤급 레나호 좌초로 인근 해변은 기름 덩어리로 덮혔고 수 천 마리의 새와 해양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배 중앙에 심한 균열이 생겨 곧 침몰될 것 같았던 레나호는 불행 중 다행으로 2개월이 휠씬 지난 현재까지 사고 지점에 여전히 기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남아 있던 1,380톤의 기름을 퍼냈고 남은 1,280개의 컨테이너 이동작업이 진행 중이다. 레나호 처리 수습 비용은 현재까지 약 2,000만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원년 이후 첫 럭비월드컵 우승
9월 9일부터 10월 23일까지 뉴질랜드 주요 도시들에서 펼쳐졌던 럭비 월드컵에서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 ‘올 블랙스’가 1987년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후 2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으면서 럭비 강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전승으로 예선을 마친 뉴질랜드는 준결승전에서 숙적 호주를 20-6으로 대파한데 이어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8-7로 힘겹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뉴질랜드가 주최한 사상 최대의 스포츠 행사였던 이번 럭비 월드컵을 위해 뉴질랜드를 찾은 관광객은 7~10월 모두 13만3,200명으로 럭비월드컵조직위원회에서 예상했던 9만5,000명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장권 수입은 2억6,900만달러로 2억6,850만달러의 목표액을 살짝 넘겼다.
그 가운데 70%는 뉴질랜드인들이 구입한 것으로 1인당 평균 약 42달러를 지출, 최근 열린 국제대회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대회가 열린 두 달 동안 도로에서 참가국들의 국기를 매단 차량들을 흔히 볼 수 있었던 광경에서 느낄 수 있듯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이번 럭비 월드컵의 숨은 공신을 바로 열광적인 팬들이었다는 평가이다. 해외 방문객 유입으로 숙박업소와 슈퍼마켓, 주류업체 등의 매출이 늘면서 3사분기 소매 판매량이 2.2% 증가해 5년 만에 가장 높게 조사됐다.
■ 순이민 10년 만에 마이너스
뉴질랜드를 떠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순이민자 수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월말 기준 1년 동안 뉴질랜드를 1년 이상 장기거주 목적으로 출국한 사람이 입국한 사람보다 103명이 더 많았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로 호주행 이주 행렬이 계속되면서 호주로의 순유출은 지난 10년 평균인 2만2,000명보다 휠씬 많은 3만5,000명으로 조사됐다. 2월 발생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도 뉴질랜드 엑소더스를 촉발시켜 지진 이후 6,000명의 주민이 뉴질랜드를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 골드키위 치명적 궤양병균 급속 확산
지난해 베이 오브 플렌티 지역의 골드키위 농장에서 첫 발견된 키위 궤양병균(PSA)이 지난달 오클랜드 남쪽 50km 푸케코헤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확산됐다. 키위나무를 고사시키는 이 PSA균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확산된다면 내년이 연간 15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골드키위 재배의 마지막 해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병균을 막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베이 오브 플렌티 감염지역의 키위나무 전체 소거와 내병성이 좀더 강한 골드키위 품종 육성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총선서 국민당 압승
11월 26일 실시된 총선에서 국민당이 노동당에 큰 표 차이로 승리를 거두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120년 만의 최저인 73%의 투표율을 보인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은 27.48%의 정당 득표율로 1세기 만의 최악의 참패를 기록했다. 함께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 현행 MMP(혼합비례투표제)를 유지하는 의견이 57.8%로 변경 42.2%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