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밝았다. 1년 전 사람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긴 그늘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했지만 뜻하지 않은 자연재해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상황은 꼬여만 갔다. 이제 60년 만에 한 번 돌아온다는 임진년(壬辰年) ‘흑룡띠 해’를 맞아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어두워진 세계 경제
최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가 전분기(0.1% 성장) 대비 0.8% 증가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 집계 전망치 0.6% 성장을 웃도는 결과이다.
지난 분기 성장은 럭비 월드컵 개최에 따른 소비 증가로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무디스는 글로벌 금융 압박과 수출 부문의 약세로 럭비 월드컵 이후 뉴질랜드의 경제 성장세 둔화를 경고했다.
경제전문가들이 밝힌 올해 뉴질랜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줄곧 하향 조정돼 왔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6월에는 4.4%로 비교적 높게 잡았으나 9월 들어서는 3.6%, 12월에 2%로 점점 낮추었다.
재무부는 2012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년간 경제성장률을 3%로 예상했다.
특히 정부는 지진 재건 사업으로 2012년 하반기에 성장 회복세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NZ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크래이그 에버트(Craig Ebert)는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면서 “하지만 얼마 동안 지속될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달린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향후 2년간 뉴질랜드의 경제성장률은 2~3%로 저성장을 보이지만 경기후퇴(recession)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후퇴는 실질 국민총생산(GNP)이 2사분기 이상 연속해서 전기 대비 감소한 경우로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은 경기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제성장 압박하는 4가지 요인
올해 뉴질랜드 경제성장에 역풍으로 작용하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글로벌 규모로 전례가 없었던 유로존 위기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로존 경제가 올해 초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 본다.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용경색으로 인해 유럽 정부, 가계, 기업은 높은 금리를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가장 큰 우려는 경기하강이 국가 부채위기와 은행 자금 시장 스트레스를 고조시키는 상황이다. 이는 2008년과 유사한 상황을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유로존의 잠재적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는 유로존 위기가 뉴질랜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산출할 수는 없지만 경제전망을 하향시키는 것은 확실하다.
둘째 요인은 크라이스트처치 재건 사업이다.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은 뉴질랜드가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경제적으로 최대 규모의 재앙이다.
또한 연말 연시에 리히터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는 등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복구비용도 당초 150억달러에서 최대 300억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셋째와 넷째 요인은 정부지출 동결과 저축 증가로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엄청난 외채 부담을 안고 있는 뉴질랜드로서는 치뤄야 할 것들이다.
이는 민간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나 지난해 6월말 현재 2,530억달러의 외채 규모를 가지고 있는 뉴질랜드 경제로 봐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당 정부는 지난해 신규 지출을 동결한 ‘제로 예산’을 추진했고 뉴질랜드인들의 소비성향도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저축을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1년간 가계지출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가처분소득보다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경제연구소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임금 상승, 가계의 대출 상환 증가 등으로 향후 2년간 민간소비 증가율을 평균 2.2%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현재 6.6% 수준에서 3월 6.3%, 내년 3월 5.8%, 2014년 3월 5.1%로 점차 낮아지겠지만 경기후퇴가 시작하기 이전 5년 평균 수준인 4%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 뉴질랜드 경제 전망 “비교적 양호”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2012년 뉴질랜드의 경제 전망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요약된다.
ANZ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메론 바그리(Cameron Bagrie)는 “뉴질랜드는 올해 경제 모멘텀이 형성돼 3%의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며 “그러나 모든 리스크가 하방 압력을 주고 있어 2%의 성장률을 보여도 나쁘진 않은 편이다”고 말했다.
BNZ의 에버트도 “뉴질랜드 경제는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좋은 입장에 있지만 앞으로 견고한 성장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특히 세계 경제 동향에 따라 뉴질랜드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뉴질랜드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는 점도 좋은 징후라고 설명했다.
기계설비와 같은 자본재 수입이 늘고 있는 한편 기업들은 돈을 빌리지 않고 수익을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시설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 부문에서도 비료와 같은 중간재의 구매는 늘었지만 농가부채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UBS뉴질랜드의 이코노미스트 로빈 클레멘츠(Robin Clements)는 “뉴질랜드의 경제 궤도를 과거와 비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올해 경제성장을 3% 내외로 관측하고 있지만 2% 성장률도 4년래 가장 빠른 성장세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비된 은행 체제와 외부 충격에 적응할 수 있는 변동환율, 경제 우선사항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된 정부, 아직 성장세인 아시아 국가들을 위주로 하는 수출 부문 등을 뉴질랜드의 이점으로 꼽았다.
클레멘츠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최근 뉴질랜드 및 세계 경제 전망치를 하향했지만 뉴질랜드는 여전히 비교적 양호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주택가격 상승기조 전망
한편 주택가격은 올해 큰 폭은 아니지만 상승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SB의 크리스티나 렁(Christina Leung) 경제전문가는 최근의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의 자료를 근거로 올해 주택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집값도 보통 수준의 상승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REINZ 자료에 따르면 특히 오클랜드 지역의 회복세가 두드러져 지난 11월 중간주택가격이 전달보다 5.4% 오른 49만달러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ANZ의 마크 스미스(Mark Smith)는 “11월 계절조정 후의 주택매매량은 6.8% 증가했다”면서 “이는 주택시장의 활기를 알리는 다른 지표들과 일치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BNZ의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는 뉴질랜드 주택가격이 25% 과대평가되었다는 이코노미스트지의 최근 보고서를 비판했다.
그는 “그러한 평가는 뉴질랜드 집값이 25% 정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건설비용과 저금리, 주택 부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제한적인 급매와 여러 요인들로 가까운 장래에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을 적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필립 보킨(Philip Borkin)은 “주택시장의 회복이 진행 중이지만 점진적인 회복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