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건축재앙 ‘Leaky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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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010. 12:54
NZ코리아포스트 (219.♡.23.25)
지난 10년간 뉴질랜드 사회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누수주택(leaky home) 문제이다. 잘못된 건축 방법과 부실 시공, 목재 등 기준 미달 건축자재의 사용, 불충분한 감독과 허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제는 보수 비용이 엄청날 뿐더러 시공한 건축업자와 준공 허가를 내준 카운슬 등 관련 기관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는 일이 쉽지 않아 좌절한 집주인이 자살하는 사례까지 벌어졌다.
이에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5월 소유주와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각각 수리 비용을 50%, 25%, 25%씩 분담하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 비용이 결국 납세자에 전가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수주택 4만여 채 추정
뉴질랜드에서는 건축 관련 규정이 느슨했던 1990년대 이후 지어진 타운하우스, 고층 아파트, 일반 주택, 테라스 연립주택 등에 누수 문제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주택 소유주 및 구매자 협회’는 멀티 유닛 아파트나 테라스가 있는 주택의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중한 결정을 주문하기도 했는데 일반적으로 요주의 대상이 되는 건물은 지붕이 평평하거나, 처마가 없거나, 플라스터 외장으로 돼있는 것들이다.
뉴질랜드에서 얼마나 많은 주택이 이러한 누수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주택 판매시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소유주와 건축업자 등이 문제를 숨기는 사례도 있고 누수가 몇 년 동안 감지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발표된 ‘프아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ricewaterhouseCoopers)’의 보고서에 따르면 약 4만2,000채의 주택이 ‘leaky home’으로 추산되고, 이 가운데 수리를 마친 주택은 3,500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많은 누수주택이 손을 대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결과이다.
이 보고서는 누수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비용이 113억~2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누수 주택의 소유주는 부실한 시공과 준공검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건축업체와 지역 카운슬로부터 배상을 받기 위해 건설주택부 산하 WHRS(Weathertight Homes Resolution Service)에 클레임을 신청하거나 법정소송을 택하기도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며 책임 규명이 쉽지 않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건축업체에 책임이 있다고 해도 파산한 경우와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있어 배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 큰 아파트의 경우 보통 50여개 하청업체들이 관여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 카운슬별 누수주택 배상 청구 현황(2010년 4월 30일 현재, 건설주택부 자료)
오클랜드시티 1,916건
노스쇼어 427건
마누카우 120건
와이타케레 359건
파파쿠라 0건
로드니 78건
프랭클린 6건
광역 오클랜드 2,906건
뉴질랜드 전체 3,764건
정부 ‘보수비용 분담’ 누수주택 대책 발표
정부는 지난 5월 17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 누수주택 문제의 재정적인 지원대책을 제시했다.
건설주택부 모리스 윌리암슨(Maurice Williamson) 장관은 “누수주택 문제의 규모는 자연재해 수준이고 수많은 뉴질랜드 가정의 재산과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는 누수주택 피해자들을 도울 공정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대책의 요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누수주택 수리비용의 25%를 부담하고 나머지 50%는 정부의 대출 보증아래 집주인이 부담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누수주택 대책에 대해 노스쇼어 카운슬, 마누카우 카운슬 등 대부분의 지방정부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지난 4월말 현재 427건의 누수주택 클레임을 갖고 있는 노스쇼어시의 앤드류 윌리암스(Andrew Williams) 시장은 “정부가 그 동안 이 국가적 재앙의 책임을 회피해 왔으나 이번에 마침내 정부의 몫을 받아 들인 것”이라며 “정부의 발표는 누수주택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진전을 이룬 것이지만 모든 수퍼시티 납세자들에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누수주택 처리비용 63억달러 추산
하지만 정부와 지방정부가 떠맡게 될 누수주택 분담액은 결국 납세자들에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ANZ이 지난달 발표한 ‘누수주택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정부대책에 의해 2만3,500채의 누수주택이 혜택을 받고 총 보수비용이 63억달러로 분석됐다.
따라서 누수주택 소유주들이 32억달러를 내고 정부와 카운슬들이 각각 16억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카운슬들이 부담하는 32억달러는 결국 납세자와 재산세 납부자의 짐이 되고, 이는 또한 물가상승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누수주택을 4만2,000채로 가정할 때 정부의 누수주택 대책에 의해 혜택받을 주택은 2만3,500채 정도이고 이미 수리를 마친 5,000채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 1만3,500채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수주택은 결국 경제에 비용이 되기 때문에 그 경제적 영향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것이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고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영향은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카운슬들이 비용의 25%를 부담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재산세는 4% 인상되고 연간 인플레이션은 0.1% 가중될 것이다.
재산세 인상은 렌트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 또한 매년 0.1%의 추가적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누수주택 비용 결국 납세자 부담
누수주택 문제는 보수공사 실시로 사회적 비용도 상승시키게 된다.
보고서는 1992년 이후 이미 누수주택을 고치는데 거의 13억달러가 투여됐고, 그 가운데 10억달러는 순수한 건축작업에 쓰여졌다고 추산했다.
누수주택의 보수공사로 건축 부문의 활동이 활발해지겠지만 대부분의 비용은 가계 부문이 부담하게 되고, 누수주택 소유주들은 금전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되어 가계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누수주택 재앙은 승리자와 패배자를 만들어 냈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 “이 비극의 승리자가 있다면 아마도 건축 부문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향후 10년간 보수공사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매년 2,350채의 보수공사로 건축 부문은 2008년 가격 기준 6억달러의 수혜를 입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한다.
하지만 누수주택 소유주들의 소비 감소로 누수주택 문제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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