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뉴질랜드는 약 250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 태평양 지각판과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지각판이 충돌하고 있는 경계에 걸터앉아 지형 발달을 해왔다. 태평양 해양 지각판은 뉴질랜드를 대각선으로 잇고 있는 하쿠랑기 해구를 따라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지각판 밑으로 휘어져 밑으로 들어가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 경계선을 따라 뉴질랜드에는 해마다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1855년에는 진도 8.5의 지진이 웰링턴에 발생하였고, 훅스베이에서는 7.9의 강도로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뉴질랜드 지진 빈도수는 일반적으로 한해 평균 16000회에 달하며, 작년 2009년에는 3월부터 10개월간 16655회의 지진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지난 9월 4일 새벽 4시 35분, 뉴질랜드에는 현지인들과 교민들이 공포로 몰아넣는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크라이스트 처치 서쪽 30km 지점의 33km지하에서 발생하였으며, 7.1의 진도로 이전에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큰 지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도 유동인구가 적은 새벽에 지진이 발생해 인명피해는 적었지만 크라이스트 처치 현지의 상황은 심각했다. 건물들은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가 훤히 드려다 보이고, 부서진 조각들은 길거리를 뒤엎었다. 도로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가로등이니 신호등이니 할 것 없이 휘거나 드러눕고 마치 세계 2차대전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기반시설이 파괴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진 피해 추정액만해도 40억 달러에 이른다.
뉴질랜드 신문과 방송등 언론들은 크라이스트 처치의 피해 상황을 연일 보도하고 적십자등 각종 구호단체와 시민단체는 범 국민적인 성금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오클랜드 한인회와 재뉴언론협회등 여러 교민단체 또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피해 복구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양도 지난 9월 3일 열린 콘서트 수익금의 일부를 기증하였고, 벧엘교회, 반석교회, 환희정사 등 곳곳에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3일에는 재뉴한국여성회와 오사모(오클랜드 사모홀리클럽) 공동주최로 크라이스트 처치 지진복구를 위한 먹거리 장터가 열렸다. 노스코트에서 열린 이날의 먹거리 장터에는 인절미, 떡볶이, 잡채, 김치, 불고기 꼬치, 파전 및 다양한 한국음식들이 마련되었다. 한국의 먹거리를 현지인 및 관광객들에게 전하고 그 수익금은 모두 지진 피해 복구에 기증되었다. 호떡, 순대국밥, 청국장 등 정말 한국의 구수한 맛을 전함과 함께 갑작스러운 재난에 처한 우리의 이웃을 돕는 1석2조의 아름답고 훈훈한 행사였다.
크라이스트 처치의 국가 재난사태. 지진 피해로 국가적 손실도 있지만 뉴질랜드 국민들이 정작 생계가 관련되어 있는 사업과 가정 경제가 어려워 졌다. 같은 하늘아래 있는 5000여명의 교민들과 수많은 유학생들도 마찬가지. 그 속에는 영어도 모른 체 홀로 이 뉴질랜드에 와 어렵게 정착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한국에 기러기 아버지를 남겨둔 채 자식들을 돌보는 가정. 더 배우기 위해 쌈짓돈 마련해서 홀로 이곳에 온 학생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들도 이런 갑작스러운 천재지변으로 인해 망연자실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계속 여진이 발생하고, 지질학자들 또한 강진이 한 두차례 더 있을 것이라 경고 하여, 언제올지 모르는 지진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사실 브라운관이나 뉴스를 통해 크라이스트 처치의 모습을 본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그 주변에서 주위의 소리를 들어보고,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이해해야만 그들의 마음을 나누고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어 있어 마치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양, 남의 일인 듯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자 우리의 동포이며, 우리의 이웃이란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돕는 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처럼 생각하며,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고, 그들을 돕는일에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얼마 전 지난 19일 오전 11시 반경에는 크라이스트 처치에 진도 5의 지진이 또 다시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한 곳에 관광을 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들은 자제하고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그들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용기가 더 중요한 시기이다. 지난 9월 4일 발생한 지진이 발생한지 벌써 2달이 다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우리 동포와 이웃들에게 너무 소홀하지는 않은 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박정주 학생기자(wowclubjj@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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