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가격은 0.9% 하락하면서 2009년 이후 가시화된 주택시장 회생을 둔화시켰다. 경기회복 속도도 예상보다 더디면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주택시장이 올해에는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주택가격 0.9% 하락
정부의 주택가격 조사기관인 쿼터블 밸류(Quotable Value)가 최근 발표한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주택가격은 41만58달러로 2010년 한 해 동안 0.9% 하락했고 2007년 10월의 최고가격에 비해서는 아직도 5.8% 못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쿼터블 밸류의 주택가격지수 조사는 각 지역의 최근 3개월간 매매수치와 자산가치 등을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종합 산출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집값 추이를 살펴보면 3월까지 2009년 중반 이후 계속된 회복세를 이어갔지만 4월 이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하락하기 시작해 연말에는 3월에 비해 1.9% 떨어졌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하락률이 둔화되어 집값이 안정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오클랜드 지역은 지난해 1~3월 1.5% 상승하다가 7월까지 떨어진 이후 하반기 들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연간으로 0.6% 상승한 54만9,80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9월 지진 피해를 입었던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조사는 제외한 가운데 수도인 웰링턴은 지난해 집값이 2.2% 떨어져 47만857달러로 집계됐고 해밀턴은 2.7% 하락한 35만2,370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협회에 등록된 부동산 중개인들의 실제 거래를 기초로 산출되는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의 월간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간주택가격은 35만2,000달러로 1년전에 비해 1.6%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매매건수도 4,397건으로 2009년 12월의 4,957건에 비해 11.3% 감소했다.
█ 주택가격지수 변화추이
거시경제 개선 없인 주택시장 변화 힘들어
쿼터블 밸류의 조노 인거르슨(Jonno Ingerson) 이사는 “지난해 주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저조한 거래량이었다”면서 “연초에는 2009년과 비슷한 매매량을 보이다가 3월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6~9월 매매량은 장기 평균 매매량에 비해 27% 적고, 2003년 최고 수준일 때에 비해서는 57%나 급락했다”고 말했다.
10월의 주택 매매량은 월 단위로는 1985년 이후 최저였고 2010년 전체 매매량은 1991년 이후 가장 낮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11월 이후 거래가 다소 활발해졌으나 아직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주택 매매량이 저조한 요인으로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재정적 압박을 받은 잠재 매수자와 매도자들이 매매를 하기 보다는 빚을 줄이는 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인거르슨 이사는 “집을 팔고 사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알고 있는 집주인들이 손해를 보고 팔기 보다는 집값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경향이 많았다”며 “또한 지난해 하반기에 다소 완화되긴 했지만 금융기관들이 주택구입 대출심사를 엄격히 적용한 것도 매매량 감소의 요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인거르슨 이사는 거시 경제의 뚜렷한 개선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지금 상황에서 올해 주택시장의 커다란 변화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소비자 신뢰도가 주택시장의 핵심 변수이다. 주택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클랜드 소득 대비 집값 아직 비싸다행히 쿼터블 밸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신뢰도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2개월 동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은 43%로 지난해 6월 조사 때의 33%보다 늘었다.
반면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대답은 43%에서 31%로 줄었다.
집값 전망에 대한 의견이 6개월 사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바뀐 것이다.
집을 사고 팔 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역시 주택가격이 51%로 가장 많았고 금리(29%), 고용 보장(25%) 순으로 이전 조사 때와 비슷했으나 재정적 압박의 경우 16%에서 23%로 늘어 계속된 불경기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의 유명한 컨설팅 업체인 데모그라피아(Demographia)가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가계소득 대비 집값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이며 오클랜드에서 주택을 마련하는 것은 뉴욕에서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에서는 융자 액수가 평균 연봉의 5.3배로 나타났고 특히 오클랜드는 6.4배, 타우랑가는 6.5배로 뉴욕의 6.1배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만큼 오클랜드나 타우랑가에서는 주택 마련이 어렵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금리와 관련, 지난달 27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행 3% 수준으로 동결한 중앙은행은 "국내 경제가 실질적인 성장 신호를 보일 때까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처럼 중앙은행은 지난해 6월과 7월에 각각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인상을 중단하고 경기 회복세를 지켜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올해 중반까지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며 후반기에 들어서 경기 회복세를 반영해 금리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 구입에 대한 긍정적 의견 늘어
쿼터블 밸류의 조사에서는 아직 주택을 팔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는 응답이 59%로 우세했다.
반면에 ‘지금이 주택을 구입하는 적기인가’라는 질문에 ‘긍정(31%)’ 또는 ‘강한 긍정(30%)’이 61%로 이전 조사 때보다 증가했다.
지난달 1사분기 투자보고서를 발표한 보험 및 투자회사 타워(Tower)도 내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올해 주택을 구입할 것을 추천했다.
타워의 투자 담당 수석 샘 스텁스(Sam Stubbs)는 “올해 대출 증가와 높은 인플레이션, 환율 전쟁, 기업 인수합병 증가 등이 투자자들의 테마”라며 “따라서 높은 인플레이션의 위협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자산 부류인 부동산과 주식,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일반인들에겐 주택을 소유하거나 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모기지를 얻어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풋 앤드 톰슨(Barfoot & Thompson)의 피터 톰슨(Peter Thompson) 대표는 “올해 예정된 럭비 월드컵과 총선 등과 같은 요인들이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의 필립 보킨(Philip Borkin)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정보를 종합해 보면 주택시장이 지난해 중반 이후 지속된 저점을 형성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올해 중반까지는 집값이 계속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거르슨 이사도 “올해 상반기에는 주택시장에서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은 공급과잉이 예상된다”며 “향후 1~2년간의 주택시장을 전망해 보면 지난 2년 동안의 주택 건설 부족과 지속적인 인구 증가 등으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집값도 안정화되면서 주요 도시에서는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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