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최근 900원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다. 유학생 가정을 비롯하여 한국에서 송금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높아만 가는 환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의 환율 상승 원인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알아 보았다.
키위달러 가치 상승률 원화보다 휠씬 높아
지난 2007년 7월 뉴질랜드달러가 미화 80센트 선을 돌파할 당시 원화 환율은 740원대까지올랐다.
2년여가 지난 요즘 대미환율은 75센트 내외로 당시보다 떨어졌지만 원화환율은 오히려 800원대 후반으로 사상 최고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환율 등락의 원인은 양국 화폐가치의 상승폭 차이 때문에 나타난 것.
지난달 14일 기준 작년말 대비 미달러화에 대한 통화가치 상승률을 보면 뉴질랜드는 26.9%로 한국의 8.1%보다 휠씬 높았다.
사실상 뉴질랜드는 호주(29.1%)만 제외하곤 영국(8.0%) 유로(5.7%) 태국(4.5%) 싱가포르(2.9%) 대만(1.7%) 등 대부분의 나라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뉴질랜드 환율방어 수단 없어
문제는 수출 위주의 한국은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나 뉴질랜드의 경우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외환 당국은 1,150원선을 방어선으로 지난달 들어 개입 강도를 높이며 환율 방어 의지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외환 당국은 한국내 외환시장뿐 아니라 역외시장에서도 달러 매수를 통해 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 속에서 외환 당국이 무리하게 원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LG경제연구원은 미달러화 약세라는 큰 흐름 속에서 당국의 개입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 추세라면 4분기에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50원선 안팎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15개월래 최고
뉴질랜드달러는 올해 초만 해도 미달러당 50센트를 밑돌았고 경기 부양을 위한 뉴질랜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반등이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시장에서 미달러화의 공급이 넘치면서 3월 이후 환율 상승을 촉발했다.
매매기준율 기준 892원으로 900원에 근접했던 지난달 22일 뉴질랜드달러는 장중 한때 76.35센트로 76센트선을 넘으며 2008년 7월 22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3월 3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 49.23센트에 비해서는 50% 이상 절상된 셈이다.
이같은 뉴질랜드통화 가치 상승은 키위달러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고 9월 이후 미달러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신흥시장국의 통화가치가 대부분 미달러화에 대해 크게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미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위험통화와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출구전략 지연으로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달러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3분기 들어 미국 경기 개선과 맞물려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내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 이머징 마켓 쪽으로 자금이 공급되고 있고, 미국이 달러화 약세 기조를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는 점도 ‘약달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겉으로는 강달러를 지지하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약달러로 무역 및 경상수지 감소에 따른 글로벌 불균형 해소, 디플레이션 압력 완화 등을 노리고 있고 약달러를 방관하면서 달러화에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다.
맥콰리 프라이버트 웰스(MacQaurie Private Wealth)의 브래드 고든(Brad Gordon) 분석가는 “미국은 통화 가치를 낮출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뉴질랜드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양국의 금리차는 점점 벌어져 환율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키위달러는 호주통화와 같은 움직임
이제 국제시장은 미달러화의 운명에 대해 커다란 논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미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블룸버그는 최근 세계의 많은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에 미달러화 대신 유로와 엔화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로서는 키위달러가 현재 미국 통화의 가장 인기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었다는 점이 문제이다.
국제 투자 세력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보고 두 나라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수출 위주의 두 나라는 중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고 있고 뉴질랜드는 호주에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기 위해 곧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게 국제시장의 시각이다.
고금리는 또 외국자금을 끌어 들이고 환율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제로금리 국가의 투자자들에게 5.5% 이율의 AAA등급 뉴질랜드 국채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향후 몇 달간 키위달러 강세 불가피
경제전문가 버나드 힉키(Bernard Hickey)는 최근 “대미환율이 곧 1달러를 돌파하는 날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한 이유는 전적으로 미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기반을 빠르게 잃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그렇게 될 경우 수출 부문은 큰 타격을 입게 되겠지만 수입품이나 해외여행에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미환율이 마지막으로 1달러를 기록했던 때는 지난 1975년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키위달러 가치가 더욱 높아 그 해 8월에는 매도율 기준 뉴질랜드 1달러당 미화 1.2579달러를 기록했다.
5년 평균을 기준으로 했을 때 뉴질랜드달러는 19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BNZ은 키위달러가 올해 77센트까지 오르고 내년 3분기에 80센트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BNZ의 외환 전문가 다니카 햄프턴(Danica Hampton)은 “환율의 상승 추세는 계속되겠지만 지난 6개월간의 빠른 상승폭을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키위달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 사람들이 뉴질랜드 경제성장 전망에 대해 재평가를 내릴 것이다”고 말했다.
BNZ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는 “앞으로 몇 달간 미달러화에 대한 키위달러의 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중앙은행은 긴축 통화정책을 시작해야 할 어떤 긴박한 사안도 없다며 현행 2.5%인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세를 위협하고 싶지도 않을 뿐 아니라 현 통화 가치에 불을 붙이지도 않고자 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발표 이후 뉴질랜드달러는 미달러에 대해 급락, 전일 74센트선에서 71센트선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다음날 뉴질랜드달러는 반등했고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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