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노하우는 곧 돈이다. 재테크에 대한 방법은 그 나라의 금융 환경이나 국민들의 의식 등에 따라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재테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고 재테크 방법은 무엇인지 저명한 금융전문가 메리 홈(Mary Holm)이 시사주간지 ‘리스너(Listener)’ 최근호에 게재된 내용을 간추렸다.
뉴질랜드인 신용카드 빚만 35억달러
뉴질랜드인들이 돈을 쓸모없이 사용한다는 사실은 금융 통계상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이들은 이자가 붙는 신용카드 빚을 약 35억달러나 가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콜마 브런튼(Colmar Brunton)’이 실시한 ‘2009 금융지식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은 매달 카드 사용금액을 전액 갚으면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나머지는 이 같은 기본적인 금융상식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된 금융 상담자로 51%가 은행을 이용하고 있으나 35%는 친구와 친척이라고 응답해 뉴질랜드인의 금융 지식 실태가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은퇴위원회가 웰링턴에서 개최한 ‘금융교육 09 서미트’에서 뉴질랜드인의 금융지식과 이해 수준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돼 내년부터 뉴질랜드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별도의 과목이 아닌 수학이나 사회 과목을 통해 추진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학생대출을 가지고 있어 사회생활을 빚과 함께 시작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금융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뉴질랜드 경기침체의 실질적인 서곡이었던 파이낸스 회사들의 연쇄파산은 주로 장년층에 피해를 미쳤고 금융교육이 젊은이나 빈곤층에만 한정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금융문맹’을 퇴치하자
금융교육의 분야는 사실상 매우 넓다.
메리 홈은 금융교육에 관한 토론이 일상적인 금전관리에 맞추어져 있고 뉴질랜드인에 부족한 투자의 개념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녀는 “차입금 이용, 리스크, 수익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현재 수입으로 개인의 부를 늘리는데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미국 재무부의 고문이자 다트마우스(Dartmouth) 대학 경제학 교수인 안나마리아 루사디(Annamaria Lusardi)는 ‘금융 문맹 퇴치’를 누구보다 주장하는 학자이다.
루사디 교수는 “금융지식이 빈곤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고 사람들을 저절로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중요한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따르면 금융지식이 높은 부류는 부모가 고등 교육을 받은 가문의 백인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루사디 교수는 대학 진학이 20%의 수익률을 주는 최상의 투자라고 추천했다.
낮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금융거래에서도 손해를 보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대학진학’이 20% 수익률의 최상투자
뉴질랜드인의 저조한 가계저축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키위세이버(KiwiSaver)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저축액에 따라 정부에서도 돈을 지원해 준다는 사실을 몰라 저소득 계층의 가입률이 낮은 형편이다.
메리 홈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키위세이버의 기본적인 내용조차 모르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말요? 키위세이버에 가입해서 매년 1,000달러를 저축하면 정부도 1,000달러를 입금해 주나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
그녀는 또한 키위세이버가 금융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호주인은 키위보다 파티나 바비큐 모임에서 재테크나 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원인은 모든 호주인은 의무적으로 노후연금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메리홈은 ‘소형차’ 가설로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한다.
즉 사람들은 은행계좌에 소형차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으면 갑자기 차보다도 그 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호주에서 일어난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연금계좌에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을 만큼의 1만5,000~2만5,000달러가 있으면 노후연금이 집 다음의 재산목록 2호가 되는 것이죠. 키위세이버도 이 같은 현상을 불러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주식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열중
뉴질랜드인들은 일반적으로 주식에 대한 투자를 기피한다.
메리 홈은 그에 대한 이유가 부분적으로 지난 1987년 있었던 주식시장 대폭락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 투자했고 주식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그들은 지금도 젊은 사람들에게 주식에 깊이 빠지면 곤란해 질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그러면서 은행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몰두하죠. 그러나 이 같은 부동산 일변도 투자는 집값 상승기에는 좋을 지 모르나 사정이 달라지면 자기 소유의 집도 없이 끝날 수 있습니다.”
메리 홈은 이 때문에 부동산 투자가 주식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본적인 것은 돈을 빌려 투자할 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메리 홈은 주식을 직접 투자하는 뉴질랜드인이 평균 2개 회사 이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소한 10개로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개 이상도 괜찮습니다. 그 중의 일부는 외국계 회사라면 더욱 좋고 분산투자의 이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재테크 기본은 ‘수리적 능력’ ‘위험분산’ ‘노후대비’ ‘절세’
뉴질랜드에는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는 커녕 아직 자동차 또는 대출 계약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남부 오클랜드의 변호사 카트리오나 맥레난(Catriona MacLennan)은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뉴질랜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문맹인지 안다면 놀랄 것이다”고 전했다.
계약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타인을 너무 믿어 고생하는 이들을 많이 보아온 맥레난 변호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한 건 계획적인 지출이라고 조언하는 금융전문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이론적인 얘기지만 실제 뉴질랜드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는 충분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재테크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수리적 능력이라고 말한다.
금융에선 항상 비교를 해야 하고 복리와 같은 중요한 재테크 개념을 이해하는 기술이 수리적 능력이다.
이를 이해하면 저축을 빨리 시작할수록 복리의 이점을 이용하게 되고 신용카드로 돈을 빌리는데 조심하게 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위험분산에 대한 개념이다.
다음으로 65세부터 노후연금이 지급되는 뉴질랜드에서는 덜 중요할지도 모르지만 장수에 대한 대비와 부를 축적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세금 혜택을 활용하는 것이다.
루사디 교수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금융 문맹이 되고 있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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