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에 유리한 세제개혁안

부자에 유리한 세제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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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에 의해 지난해 5월부터 활동한 조세연구그룹(Tax Working Group)이 마침내 지난 1월 20일 그동안의 연구조사 결과를 정리한 ‘뉴질랜드 미래를 위한 조세체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가 제안하고 있는 세제개혁 내용은 무엇이고 시행 가능성은 있는지 짚어 본다.

조세연구그룹 ‘중요한 변화’ 주문

조세연구그룹은 지난해 5월 정부가 뉴질랜드 조세제도를 정비하고 중기적인 조세정책을 세우기 위해 빅토리아 대학과 재무부, IRD, 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했다.

이 조세연구그룹은 7개월여 연구조사활동을 마치고 “현행 조세제도는 잘못됐으며 더욱 공정하고 효율적인 조세 체계를 위해 중요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주문했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6월 30일 기준 1년간 전체 세수 541억5,000달러가운데 47.76%는 개인소득세에서 나왔고 부가가치세가 21.33%, 법인세가 17.1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소득이 10만달러를 초과하는 최상위 계층은 전체 인구의 3%인 11만8,000명으로, 이들이 전체 소득세의 26%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인구 과반수 이상인 58%를 점유하는 1만~5만달러 소득 계층이 납부하는 소득세는 전체의 35%로 상대적으로 적다.

조세연구그룹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소득세를 낮추는 한편 감소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일부는 조세회피를 찾아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다.

부가가치세 인상, 소득세 인하가 개혁안 요지

조세연구그룹이 제시한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법인세를 다른 나라, 특히 호주와 경쟁할 수 있도록 인하하고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며 ▲부가가치세를 15%로 인상하는 대신 저소득층에 대한 보상이 뒤따라야 할 것 등이다.

조세연구그룹은 또 낮은 세율의 토지세를 도입하고 공장 건물과 설비에 적용되는 20%의 감가상각을 없애며 복지정책과 연계된 세금 체계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 등을 제안했다.

지금의 조세 체계는 크게 잘못됐기 때문에 현행의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조세연구그룹의 옵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세금을 어떻게 개편될지 결정하는 올해 정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연구그룹의 보고서에 대해 빌 잉글리시(Bill English) 재무장관과 피터 던(Peter Dunne) 조세장관은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잉글리시 장관은 “어떤 변화이든 공평하고 공정해야 하며 가계와 경제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며 “앞으로 6년간 재정적자를 고려할 때 재정상으로 중립적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한 부문에서 세수가 감소하면 다른 부문에서 증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만약 소득세를 삭감하면 다른 부문에서 수입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몇 달간 예산편성 과정에서 때 이 보고서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키(John Key) 총리는 “조세연구그룹의 개혁안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 총리는 전부터 부동산의 양도소득세 도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해서는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 왔다.

양도소득세가 도입되면 금액이 커서 다른 세금을 적게 부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행 과정에서 복잡한 사항들이 많아 IRD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제 개혁안 부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

이번 세제 개혁안이 현실화된다면 가장 타격을 받는 계층은 은퇴한 주택 소유주인 반면 봉급 생활자는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개혁안이 소득세를 삭감하는 대신 투자 부동산에 대해서는 무거운 잣대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안은 부자들이 과다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명목상의 트러스트나 회사를 세우고, 심지어 뉴질랜드를 떠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최고 소득세율을 트러스트에 부과하는 세율과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간소득 7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부과되는 최고소득세율이 현행 38%에서 30%로 인하되면 결국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조세 개혁안이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상위 소득의 세금은 줄지만 하위 소득의 그것은 줄지 않고 부가가치세만 늘어나는 것을 보고 서민들이 이것이 정말로 공평하고 공정한 개혁인지 반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1986년에 10%로 처음 도입되어 1989년 6월 12.5%로 인상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부가가치세를 15%로 인상하는 것은 개혁안의 핵심 부분이다.

사실 부가가치세는 상품이나 용역에 무차별적으로 부과되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인상은 곧 서민들의 주머니와 직결된다. 저소득자는 고소득자에 비해 소득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특히 키 총리와 집권 국민당은 부가가치세 인상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장려하며 경제성장에 피해를 덜 미친다고 판단하여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서민들의 살림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높다.

부가가치세가 15%로 인상될 경우 정부는 21억5,000만달러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게 된다.

개혁안은 부가가치세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피해를 소득세 삭감으로 보상한다고 하지만 야당인 노동당은 충분히 보상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모두가 만족하는 세제 개혁은 어려워

부동산에 대한 개혁안은 0.5%의 토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투자용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는 것이다.

토지세 부과 방안은 세율이 낮으면서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많은 규모의 세수 증대를 가져 올 것이지만 마오리 트러스트나 농부, 은퇴자 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 경우 실제적인 집행의 복잡성과 불공정성이 야기될 수 있다.

렌트용 부동산에 적용되는 세금을 집주인의 렌트수입에 부과하는 체계에서 무위험 수익률(risk free rate of return) 방법으로 변경하는 방안은 과소하게 과세되는 이 부문을 타겟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순가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렌트용 부동산 시장을 부추기고 그 부담은 세입자들에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건물과 설비 등 적용되는 감가상각을 폐지하는 방안은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감가상각을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야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마련된 세제 개혁안은 근본적으로 재정상의 문제점과 공평∙공평하는 당위성의 제약을 안고 있다.

결국 세입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세금을 삭감하면 다른 한 쪽은 반드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두가 만족하는 조세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옵션은 많지만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세제 개혁안, 정부의 선택에 서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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