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살면서 한국과 이질적으로 느껴졌던건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하는 여성들. 버스기사라던지 무거운 짐을 나르는 공사현장에서도 남녀의 구분 없이 일하는 여성을 쉽게 찾아볼수 있다. 비단 물리적인 직업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각종 고위 직책도 여성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뉴질랜드의 우먼 파워를 상징하고 있는 헬렌클락 전 총리부터 실비아 카트라이트 총독, 앨리어스 대법원장, 마가릿 윌슨 국회의장, 테레사 거텅 텔레콤 뉴질랜드 최고경영자까지. 이들은 뉴질랜드의 여성 5인방으로 불릴 정도로 실질적인 뉴질랜드 핵심인물들이다.
한때 삼권이 수반을 모두 여성이 차지했었던 나라 뉴질랜드, 이처럼 여성의 사회활동이 두드러진 것은 오랜 전통의 평등사상이 밑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는 1983년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하고 1986년 세계최초로 여성부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토대가 되어 지난 2008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각국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에서는 뉴질랜드가 74.2%로 8위로 선정되기도 했으며(한국은 54.7%로 28위를 차지) 현재 120여명의 뉴질랜드 의원중 37명이 여성, 전체 74명의 시장중 19명이 여성일 정도로 이 나라 여성의 정계진출 및 경제활동이 활발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은 비단 뉴질랜드 여성뿐만이 아니다. 뉴질랜드 교민 여성들 또한 이 사회 구조 속에 정착하면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뉴질랜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28일에는 세계한민족 여성네트워크(KOWIN) 뉴질랜드지부에서 뉴질랜드의 각 곳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떨치며 일하고 있는 4명의 패널들과 함께 “세계속의 한인여성”이라는 주제로 여성포럼을 개최하였다. 이현경 변호사, 변경숙 치안판사(JP), 계춘숙 전 한국학교 교장, 멜리사리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패널은 발표와 토론식으로 포럼을 이어나갔으며 특히 “뉴질랜드 한인 이민 4반세기를 돌아보며”라는 소주제로 뉴질랜드에서 교민여성으로서 겪은 일들,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한인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다.
이현경 변호사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쟁취하라”라는 주제로 이현경 변호사는 뉴질랜드 이민 여성으로서의 모습에 보다 먼저 나서서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이변호사는 뉴질랜드로 이민 생활초기에 어려웠던 상황과 나이 마흔에 법대에 입학한 이야기들을 전하며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가만히 있는 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없을 것. 커뮤니티 센터도 찾아다니고 키위들을 만나며 잘 풀리지 않는 일이 있다면 몇 번이고 시도하여야 한다”며 매사에 적극적인 자세가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하였다. 또한 “뉴질랜드에서는 ‘여자이니까 할 수 없다’는 것이 없습니다. 여자라서 할 수 있습니다.”라면서 보다 여성들에게 기회가 열린 뉴질랜드의 사회적 구조를 이용하라고 전했다.
변경숙 치안판사(JP)
변경숙 판사는 한국에서 살다가 뉴질랜드로 이민 오게 된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처음 왔을 당시 법에 대해 잘 몰라 문화적 차이와 환경적 차이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 하였다. 또한 변경숙 판사는 JP의 업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처음에 많은 교민으로서 법을 몰라 자신의 권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에 관심을 갖고 자꾸 문의 하여야 자신의 권리를 찾고, 법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고 법에 대해 재차 강조하였다.
계춘숙 전 한국학교 교장 한국학교 교장이었던 계춘숙 전교장은 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어머니로서, 한인으로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현지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면서 부적응이라던지 따돌림 문제들이 심각하게 일어나지만 정작 대다수의 어머니는 모르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어머니들이 학생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갖고 칭찬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대화하라”고 강렬하게 부모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전하였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시기에 겪는 정체성 혼란에 대해서도 논하면서 “정체성 혼란은 성장기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정신적 문제가 될수 있다. 한국인으서 정체성을 잊지 않도록 부모들이 확립시켜 주어야 한다.”며 한인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멜리사리 국회의원 멜리사리 국회의원은 지난 방송생활을 포함해 현재의 국회의원까지 정치생활과 이민생활 22년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한국에 대해 말씀해 주시던 어머니 교육과 관심 덕분에 현재 이렇게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한인들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전하였다. 또한 뉴질랜드의 한인 여성 파워에 대해 역설하면서 앞으로도 많은 한인여성들이 뉴질랜드에서 중요한 위치에 설 것을 기대한다고 전하였다. 발표를 마치며 멜리사리 의원은 “뉴질랜드속의 한국인으로서 언제든지 어려움이 있다면 도울 것이며 함께 대안과 해결책을 찾아 가길바란다.”고 전했다.
한인회관 회의실에서 3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의 포럼에는 많은 교민 여성이 참여하여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면서 많은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각 패널들은 “자신을 이러한 자리에 불러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몸소 자신을 낮추었지만 이날의 청중으로 참가한 여성들은 포럼이 진행되는 동한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한 참가자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된 시간이었으며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 자신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주제의 강의나 토론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의 포럼을 주최한 KOWIN 뉴질랜드 지부 이청 회장은 “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여성을 위해 꼭 이와 같은 솔직하고 전문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이러한 포럼을 열게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여성을 위한 행사들을 많이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으로서, 한국인으로서,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교민으로서, 한남자의 아내로서, 아이의 어머니로서, 한인여성에게는 굉장히 많은 타이틀이 있다. 이번 포럼은 여성들이 그 많은 타이틀 속에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한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대화와 정보의 공유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앞으로의 뉴질랜드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계획해 가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우먼 파워의 중심인 뉴질랜드 속에서 더 당차고 멋진 한인여성들의 계속될 활약을 기대해 본다.
* KOWIN : Korean Women’s International Network
* JP : Justices of the Peace
학생기자 박정주 (
wowclubjj@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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