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이민역사가 깊어지면서 한국으로 취업하는 교민 1.5세대들이 늘고 있다. 태어난 모국이지만 학창시절을 뉴질랜드에서 보낸 이들의 한국 생활은 어떤지, 꿈과 고민은 무엇인지를 비교적 취업 가능성이 높은 분야 가운데 하나인 영어 원어민 교사로 활동 중인 김준범(25세) 씨 사례를 통해 알아 보았다.
■ 뉴질랜드 이민과 학업
김준범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95년 10월 부모님을 따라 남동생과 함께 오클랜드로 이민 와서 11월 Form 1 학년으로 편입해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2002년 3년 과정의 오클랜드대학 Film & Media 학과를 입학한 준범 씨는 휴학 등으로 2006년 8월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과학 과목을 싫어해 문과를 지원해야 했는데 영화에 대한 관심과 아버지의 영향 등으로 Film & Media 학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미디어를 전공하는 30명 정도의 한인학생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 졸업 후 구직활동
준범 씨는 몇몇 선배들이 졸업 후에도 뚜렷한 목적 없이 대학원 등에 진학하는 모습을 보고 대학원 보다는 취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국에서 일하고 싶었으나 뉴질랜드 회사들은 현지인 선호 경향이 있고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일찌감치 한국으로의 취업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등을 통해 취업을 알아 보던 중 2006년 8월 영어 원어민 교사를 중개하는 한 리쿠루트 회사에 합격돼 대학 졸업식을 앞두고 한국으로 향했다.
당시 원어민 교사의 자격요건은 해외 체류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초ㆍ중ㆍ고ㆍ대학을 해외에서 졸업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 한국의 직장생활
준범 씨는 2006년 9월부터 2년간 경기 수원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9월 서울 광진구 소재 초등학교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는 통상 1년마다 계약을 맺는 계약직으로 주5일 22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원어민 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아직 어려운 실정이다.
영어 수업은 매주 3, 4학년은 1시간, 5, 6학년은 2시간씩 하는데 한국어는 쓰지 않고 영어로만 진행한다고 한다.
원어민 교사 3년차인 준범 씨는 학교 업무가 어렵지 않고 원어민 교사라는 직업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업무 진행 등의 이유 때문에 원어민 교사로 외국인 보다는 한국 교민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 한국에서 살아가기
원어민 교사에게는 집과 가구가 제공되기 때문에 준범 씨는 집세 부담 없이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준범 씨는 뉴질랜드 시민권자로서 한국 국적이 없어 군대는 면제됐고 현재 F4비자로 한국에서 체류하고 있다는 것.
F4비자는 2년마다 연장해야 하는데 한국 여권을 사용하는 재외국민의 경우처럼 2년 동안 해외에 나가지 않을 경우 여권이 무효가 되는 등의 규제는 없다고 한다.
그는 “원어민 교사는 1년마다 계약을 경신할 때 1개월치 월급 수준의 보너스와 함께 항공요금을 지원받는데 이를 이용해 지난해 1월 뉴질랜드에 다녀 왔다”고 말했다.
가족과 떨어져 식사와 빨래 등을 혼자 처리해야 하지만 어려움은 없으며 가끔 할머니가 김치와 밑반찬 등을 만들어 주시고 포장된 식품들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한국에서 혼자 살기가 편하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나와 한국에 친구들은 많이 없지만 오클랜드 대학 시절 유학와서 공부했던 한국 친구들과 이전에 근무했던 초등학교 교사들과 가끔 어울린다고 한다.
뉴질랜드 국적자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준범 씨는 아직 신용카드는 신청하지 않았지만 은행 계좌 개설, 핸드폰 가입 등 일반 경제생활에 아직까지 큰 불편은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직장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아 병원 이용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영어 원어민 교사의 월급은 교사 경력이 없고 테솔(TESOL) 자격증도 없을 경우 월 180만원 선이고 최고 280만원까지 매년 오른다고 한다.
집세가 들어 가지 않는 준범 씨는 월급의 60% 정도를 저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 취업시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
역시 영어가 가장 큰 무기라는 설명이다.
영어 때문에 원어민 교사로 취직된 것이고 어떤 기회에서든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준범 씨는 “한국에서도 영어가 많이 보편화됐다고 하지만 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영어 실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불리한 점은 해외에서 교육받고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그 동안 대기업 공채에 몇 차례 응시해 봤으나 한 번만 빼고 모두 서류심사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면서 “아무래도 외국에서 생활했고 한국 국적이 아닌 배경 때문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전반적으로 돈벌이는 뉴질랜드보다 한국에서 기회가 많다는 것이 준범 씨의 견해이다.
■ 향후 계획
준범 씨는 “원어민 교사는 30세까지만 하고 이후에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없으나 영어와 관련된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뉴질랜드에서 할 수도 있고 한국에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오후 4시 40분이면 퇴근해 여유 시간이 많은 편인데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부업을 찾고 있다.
그는 또 “나중에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으면 5세 이후에는 뉴질랜드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며“아이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다”고 말했다.
■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준범 씨는 “한국에 영어교사로 취업하려 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원어민 교사는 오랫동안 할 일은 아니며 목적을 이루기 위한 중간 단계이고 보다 큰 목적을 세우고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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