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했던 겨울도 물러가고 봄이 다가 오면서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도 커져 가고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근원지였던 미국 경제가 3분기를 끝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각종 경기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30년래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을 맞았던 뉴질랜드도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 섞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업률과 뉴질랜드달러 강세 등 문제들이 남아 있어 아직 완전한 경기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데...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지난 3월 31일 마감한 2008년 회계연도에서 뉴질랜드는 -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1992년 이래 첫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1월부터 3월 31일까지 3개월간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 전년동기 대비 2.7%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부터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뉴질랜드 경제는 이로써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2008년 초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농산물 수출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시작된 뉴질랜드의 경기침체는 언제쯤 끝날 것인가.
경제전망 분석기관인 뉴질랜드경제연구소(NZIER)가 최근 실시한 기업동향 분석에 따르면 올해 말께부터 경기가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0년에는 정상 수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NZIER은 내년 초부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고용사정은 당분간 계속 악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2분기 9년래 최고치인 6%를 기록했던 실업률은 내년 7.8%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께부터 경기 회복 전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OECD는 뉴질랜드가 올해 -2.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뒤 내년에 +0.6%를 나타내고 실업률은 내년에 8%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OECD는 또 6월 소비경기를 분석한 결과 뉴질랜드의 소비자신뢰지수가 100.1로 30개 회원국 중 한국(103.5). 덴마크(100.9)에 이어 핀란드와 함께 세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소비자신뢰지수는 향후 6개월내 소비자 경기를 전망한 것으로 100 이상은 호황, 100 이하면 침체를 의미한다.
뉴질랜드의 6월 경기선행지수(CLI)는 101.3으로 전달의 99.9보다 1.4포인트 상승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인 1.2포인트보다 높은 수치다.
CLI 절대치는 이탈리아(103.3), 프랑스(101.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CLI는 산업활동 동향, 주택 동향, 금융∙통화 현황, 국내총생산 흐름을 복합적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통 4~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쓰인다.
CLI가 100 이상에서 상승하면 경기 팽창, 하락하면 경기 하강을 의미하며 100 이하에서 CLI가 오르면 경기 침체에서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 및 비즈니스 신뢰도 7년래 최고
지난달 발표된 뉴질랜드 TV의 조사에서는 소비자 신뢰가 7년래 가장 높았다.
뉴질랜드 TV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60%가 향후 1년간 경기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했고 향후 경기를 암울하게 보는 응답자도 39%에서 2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택시장 회복과 저금리 효과로 분석됐는데 2분기 주택가격은 알란 볼라드(Alan Bollard) 중앙은행 총재가 2010년까지 저금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피력하면서 2007년 이래 처음으로 상승했다.
내셔날 뱅크의 7월 비즈니스 전망 조사에서도 비즈니스 신뢰도가 7년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1년간 비즈니스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보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19% 많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ANZ 내셔날 뱅크의 카메론 바그리(Cameron Bagri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의 터널 끝에서 막 빛이 보이는 것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경기회복 ‘V’ 자형이냐, ‘W’ 자형이냐 관심
호주에서 살다 귀국하는 뉴질랜드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5월까지 호주에서 살다 귀국한 뉴질랜드인은 4,000여명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2008년과 200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500여명이나 많은 숫자다.
게다가 1월부터 5월까지 영주나 장기 거주 목적으로 호주로 이주하는 뉴질랜드인의 숫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500명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여 년 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뉴질랜드 경제에 큰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뉴질랜드 언론들은 보도했다.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이주하는 사람들보다 뉴질랜드에서 호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일자리를 얻는 게 쉽지 않게 되면서 그 같은 추세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경기에 민감한 AMP 캐피탈은 최근 뉴질랜드의 경기침체는 이미 끝났다고 선언하며 “이제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이 ‘V’자형이 될 것인지, ‘W’자형의 이중 침체가 될 것인지를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AMP 캐피탈의 제이슨 웡(Jason Wong) 수석투자전략가는 “뉴질랜드의 경기침체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심각하지 않았고 세계 경제와 함께 회복할 것이다”며 “낙농제품과 수출 부문에 대한 영향이 핵심 리스크이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으로 뉴질랜드달러 약세가 경기침체 탈출의 서곡이었지만 이번 사이클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관건은 수출 부문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률과 환율 걸림돌
이처럼 각종 경제지표들이 경기회복을 뒷받침 해주고 있지만 실업률과 고환율 등 아직 문제들도 남아 있다.
2분기 실업률은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감원과 감산을 단행한 결과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5.7%를 웃도는 6%까지 치솟았다.
이에 정부는 실업률이 소비에 타격을 미칠까 전전긍긍하고 있고 중앙은행 볼라드 총재는 기준금리를 2010년까지 사상 최저로 유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골드만삭스의 버나드 도일(Bernard Doyle)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률은 모든 국가의 관심사”라며 “뉴질랜드 경제가 이번 분기 성장세로 전환될 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볼라드 총재는 지난 7월 현행 2.5%의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뉴질랜드달러 강세는 성장 전망에 도움이 안되고 환율이 떨어지지 않는 한 경기회복 둔화의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제조업체 및 수출업체 협회(NZMEA)의 최근 비즈니스 환경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후퇴는 둔화됐지만 회복은 여전히 불확실한 것으로 요약된다.
6월 총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국내판매의 경우 3% 증가했지만 수출판매는 19%나 감소해 전체적으로 6% 줄었다.
회원사들의 신뢰도도 5월 -58%에서 6월 -27%로 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으나 마이너스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현재성과지수는 전달 88.5에서 91로, 교환지수는 94에서 96으로, 전망지수는 90에서 96으로 3개 지수 모두 상승했지만 여전히 축소를 나타내는 100 이하였다.
NZMEA 존 왈리(John Walley) 회장은 “정치권이 이번 경기회복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낼 의지를 보여줄 지는 시간 만이 알려줄 것”이라며 정치권의 경기부양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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