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인의 호주행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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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20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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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인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호주로 이주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이주 행렬이 더욱 많아져 뉴질랜드가 마치 장래 오시(Aussie, 호주인을 의미)를 위한 양성소라는 자조 어린 탄식이 나오고 있다. 무엇 때문에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타스만을 넘어 호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영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 1년간 3만5000명 호주로 이주
뉴질랜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지난 1년 동안 호주로 이주한 뉴질랜드인들의 숫자는 3만5,000여명으로 지난 10년간의 평균보다 24%나 많았다.
매일 95명 이상이 호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이다.
반면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돌아온 뉴질랜드인 숫자는 8,000명에 불과, 호주에 뺏긴 순인구가 2만7,000명으로 드러났다.
이는 같은 기간 인구 자연증가분 3만4,000명보다는 적었으나 경제 전문가들은 호주 경제가 뉴질랜드 경제보다 계속해서 좋을 경우 뉴질랜드인들의 호주 이주 러시는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당의 록우드 스미스(Lockwood Smith) 이민담당 대변인은 뉴질랜드인들의 호주 이주가 커다란 걱정거리로 등장했다면서“노동당 정부가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정부가 너무 간섭하는 정책을 펴면서 더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기회가 더 많은 호주로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국간 임금 격차 심화
우선 호주의 근로자 임금 수준이 뉴질랜드보다 높아 호주행을 결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CIS(Centre for Independent Studies)의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일을 하는 양국 근로자의 임금 차이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질랜드달러로 환산한 덤프트럭기사의 연봉이 오클랜드에서는 4만5000~6만달러선이나 시드니에서는 7만3000~8만4000달러로 2만 달러 이상 차이 났다.
마찬가지로 건설업계 주요 인력의 경우 오클랜드 4만5000~5만5000달러, 시드니 5만8000~8만4000달러, 시니어 공인회계사의 경우 오클랜드 9만~15만달러, 시드니 14만7000~21만1000달러, 시니어 의사의 경우 오클랜드 11만3500~16만3500달러, 시드니 15만~20만3000달러로 모든 직업에서 임금 격차는 확연했다.
보고서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소득 차이가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지만 뉴질랜드의 노동 생산성이 호주보다 떨어지고 있어 그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 같은 원인은 뉴질랜드 기업들의 신기술과 설비 투자 부족 때문이며 결국 뉴질랜드 정부가 만들어 낸 불확실한 투자 환경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조사를 담당한 필 레니(Phil Rennie) 연구원은 “뉴질랜드에는 투자를 저지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며 “다른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역시 정부의 정책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여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클 쿨렌(Michael Cullen) 재무장관은 “정부가 투자의 불확실성을 조장했다는 주장은 웃기는 것이다” 며 “노동당 정부 기간 뉴질랜드는 실제로 호주의 경제 성장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 실패 비난 높아
CIS 보고서에 따르면 또 뉴질랜드인의 평균소득은 3만6,400달러로, 호주인의 평균소득 4만8,000달러보다 1만1,600달러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는 항상 뉴질랜드보다 소득이 높았지만 호주가 갑자기 앞서기 시작한 건 불과 지난 30년간이고 소득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양국의 소득 격차의 주된 원인은 뉴질랜드 정부의 시장간섭과 과도한 규제, 높은 세금 등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호주는 세금이 감면됐으나 뉴질랜드는 오히려 세금이 늘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뉴질랜드는 영어를 사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세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
레니 연구원은 호주는 뉴질랜드보다 기계 설비 면에서 앞서 있고 노동생산성이 3분의 1 정도 높아 소득 격차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담세율은 뉴질랜드가 높아
OECD의 2005년 통계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GDP의 31%를 세금으로 내고 있지만 뉴질랜드인들은 38%를 세금으로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뉴질랜드의 1인당 GDP는 30개 OECD 회원국 평균보다 15% 낮으나 호주는 13% 높아 양국의 차이는 28% 포인트를 보였다.
그러나 양국간 가계소비 차이는 22%로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호주 국내총생산의 많은 부분은 투자와 정부지출, 수출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양국의 실업률은 1990년대 초 이후 꾸준히 낮아져 뉴질랜드는 3.5%, 호주는 4.3%로 3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성장과 이와 관련된 호주의 광물 붐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뉴질랜드의 노동시장은 장기적, 구조적, 무차별적으로 타이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뉴질랜드기업들 인력 확보 난 예상
뉴질랜드 통계청의 노동력 성장 예측에 의하면 향후 5년간 노동력 성장은 지난 5년보다 더욱 낮게 이뤄지고 그 다음 5년간은 더욱 낮게 이뤄지다가 2020년대 중반에는 아예 성장이 멈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역사적인 평균 자연 인구증가율과 연간 평균 순이민 1만명을 기초로 산출된 것이다.
지난 1년간 순이민자는 이보다도 못한 7,500명에 불과했다.
앞으로 뉴질랜드 기업들은 1990년대의 풍부한 인력시장 환경과 달리 인력 확보와 유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경제환경을 맞게 될 전망이다.
소득 격차 해소 단기에는 어려울 듯
오시가 키위보다 더 생산적이고, 결국 더 부자인 이유는 그들이 더 똑똑하거나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근로자당 주어지는 기계 설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질랜드도 이에 관해 최근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6월말 기준 1년간 공장과 기계류에 대한 비즈니스 투자는 5년 전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 45% 높고 10년 전에 비해서는 83%나 높다.
지난 10년간 자본투입량은 33% 증가로 11%의 노동투입량보다 3배나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본과 노동 투입량은 증가했지만 이들을 활용하는 효율성은 떨어졌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산성이 경제성장률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2000년 이후 생산성이 경제성장률에 차지하는 비율은 단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3.4%의 평균 성장률 가운데 0.7% 포인트를 차지했다.
이는 사회간접자본, 기술부족, 작은 경제 규모의 경제적 어려움 등 때문으로 기본적인 제약이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뉴질랜드가 호주나 기타 OECD 회원국과의 소득 격차를 단시일 내 빠르게 좁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