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클락의 시대는 끝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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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20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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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동안 헬렌 클락(57세) 총리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부동의 뉴질랜드 선호총리 1위였다. 그러나 새로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락 총리의 시대는 이제 마감을 고하고 있다. 어렵게 세 번째 연임에 성공한 클락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4기 연속 집권의 역사적인 과업을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정당, 총리 지지도 모두 노동당 열세
오는 13일은 3년마다 실시되는 뉴질랜드 지방선거일이다. 뉴질랜드의 지방선거는 정치색이 많이 배제돼 있으나 내년 실시되는 뉴질랜드 총선의 판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달 발표된 페어팩스 미디어-닐센(Fairfax Media-Nielsen) 여론조사 결과는 제1야당 국민당의 지지율이 50%로 34%에 그친 노동당을 크게 앞서며 다른 정당의 도움없이 단독 집권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노동당에 위기 의식을 불러 왔다. 특히 총리 선호도에서 국민당의 존 키(John Key) 당수가 41%로 부동의 1위였던 헬렌 클락(Helen Clark) 총리의 34%보다 앞서 클락 총리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8년의 총리 재임 동안 클락 총리가 총리선호도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은 키 당수가 처음이다.
차기 집권 예상 정당에 대한 질문에 국민당 62%, 노동당 26%, '잘 모른다' 12%로 나타났고 노동당 지지자들의 40%도 국민당이라고 답해 노동당의 패배의식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랜 집권에 따른 누적된 피로감과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선한 피가 요구되고 있는 노동당의 상황에서 클락 총리는 어느 때보다도 힘든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클락 총리 재임기간 최대의 도전 직면
클락 총리는 종종 그 자신을 제3의 인물로 언급했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면 "누군가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상황이 좋아지면 스스로 '유능하고 인기있는 총리'라고 평가했다.
총리로 재임하면서 스스로를 그같이 평가하는 경우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클락 총리의 언급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성과 솔직함, 지독한 자기 단련으로 뉴질랜드 정치 무대를 장악해온 클락 총리는 12월 10일이면 총리로 8년째를 맞게 된다.
내년 10월 제3기 임기를 무사히 채우게 되면 클락 총리는 리차드 세돈(Richard Seddon), 윌리엄 매시(William Massey), 케이스 홀요아키(Keith Holyoake), 피터 프레이저(Peter Fraser)에 이어 뉴질랜드 역사상 다섯 번째로 긴 재임기간을 기록한 총리로 남게 된다.
2004년 돈 브래쉬(Don Brash) 전 국민당 당수가 오레와(Orewa) 연설로 한때 노동당의 지지도를 앞서며 바람을 일으켰으나 클락 총리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2005년 총선에서 박빙의 승부를 연출한 바 있다.
지난 81년 정치 입문, 93년 당권 거머줘
클락 총리의 인생 역정을 살펴 보자. 클락 총리는 해밀턴에서 농업을 하는 집안의 4녀 중 장녀로 태어나 오클랜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모교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지난 81년 마운트 알버트 선거구에서 노동당의 깃발을 들고 당선됨으로써 정계에 진출했다. 같은 해에 오클랜드 대학교수인 피터 데이비스(Peter Davis)와 결혼, 정치생활과 결혼생활을 동시에 시작함으로써 81년은 그녀의 인생 역정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그녀는 정계에 입문한 뒤 정치학자로서 닦은 이론과 현실감각을 살리며 노동당의 국제부문과 여성부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침으로써 일찌감치 당 내외에서 지도자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노동당 내각에서 노동부장관, 주택부장관, 보건부장관, 부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지도력과 행정경험도 착실하게 쌓아 나간 클락 총리는 이 같은 정치적 입지를 바탕으로 93년 12월에는 드디어 노동당 당권을 거머쥐는 비범한 승부사의 기질도 보여 준다. 짐 볼저(Jim Bolger) 총리의 국민당 정부 집권 시절로 그녀 나이 불과 43세때 였다.
그로부터 6년 뒤 클락 총리는 짐 볼저 총리로부터 총리직을 승계한 국민당의 제니 쉬플리(Jenny Shipley) 총리를 총선에서 쉽게 물리치고 뉴질랜드 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여성 총리가 되는 영광을 맛봤다.
정치적 성향은 중도 좌파
정치적 성향이 중도 좌파로 분류되고 있는 클락 총리의 정책은 시장경제 시스템에 의해 모든 문제가 해결되도록 놔두면 사회정의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신념이 바탕에 깔려 있어 뉴질랜드가 사회주의로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클락 총리는 자기 신념에 투철하고 소신과 힘이 넘치는 평이한 연설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으나 반대파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고 모든 일에 일일이 개입하는 식의 미시 정치를 하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노동당 국회의원 주디스 티자드(Judith Tizard)는 핵 재앙이 있은 후 지구상에 남을 유일한 생물을 가정한다면 '바퀴벌레'와 '헬렌 클락'이라고 말한 정도로 클락 총리의 생존 기술은 정평이 나있다.
클락 총리는 또한 다른 어떤 뉴질랜드 총리보다도 총리가 되기 위해 사생활을 포기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오랜 결혼생활에도 불구하고 슬하에 자녀가 없는 사실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총리 되기 위해 사생활 희생
작년 발간된 '국회의원들 안내서(Guide to MPs)'라는 제목의 책에서는 클락 총리가 지배욕이 강하고 대인기술이 부족하며 '아주 총명하다기 보다는 그저 총명할 정도'라고 평가했고 키 당수에 대해선 '타이밍의 중요성을 아는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이 저서는 정치인들을 오랫동안 옆에서 보아온 정치 컨설턴트와 로비스트들이 저술한 것으로 대중이 잘 아는 정치인들의 다른 면을 묘사해 화제가 됐었다.
키 당수는 파고들 뚜렷한 약점이 없고 클락 총리와 같이 급진적 개혁보다는 중도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키 당수는 클락 총리보다 젊고 기세는 그에게 기울고 있는 듯한 상황이다.
언제나 노동당의 최강자였던 클락 총리가 과연 내년에도 홀로 노동당을 구할 수 있을지 관심가는 대목이지만 현재의 여론조사대로라면 그녀는 내년 말에 새로운 직업을 구해야 한다.
클락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국회의원 뒷자리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고 대학교수로 돌아가거나 유엔(UN)의 적당한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이다.
클락 집권 경제지표는 안정적
클락 총리는 여론을 따라 가기 위해 계속적으로 정부 조직을 개선했고 언론의 생리를 이해했으며 국내외 행사에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었다.
한편 지난달 28일 발표된 헤럴드-디지폴(Herald - DigiPoll) 결과에 의하면 클락 총리의 선호도가 46.8%로 42.2%의 키 당수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당의 지지율도 8월 조사 때보다 2.8% 포인트 상승한 39.6%를 기록했으나 국민당의 지지율 44.8% 보다는 여전히 뒤졌다.
만약 클락 총리의 시대가 내년에 끝난다면 그녀는 세금을 많이 걷고 지출 또한 많이 했던 총리로 기억될 것이다.
클락 정부는 보건, 교육, 노후연금, 유아교육, 근로가정 등에 예산을 퍼부었다.
클락 총리가 권력을 잡은 1999년 이후 경제 지표는 다음과 같은데 비교적 합격점에 가깝다는 평가이다.
■ 국내총생산(GDP) 1999년:0.5%, 2002년:3.5%, 2005년:4.2%, 2007년:2.2%
■ 물가상승률 1999년:1.3%, 2002년:2.7%, 2004년:2.7%, 2007년:2.0%
■ 실업률 1999년:6.8%, 2002년:5.2%, 2004년:3.9%, 2007년:3.6%
■ 중앙은행 공식이자율 1999년:5.0%, 2002년:5.75%, 2004년:6.5%, 2007년:8.25%
■ 정부수당 받는 근로연령 인구 2000년:365,272명, 2002년:343,264명, 2005명:291,958명
■ 풀타임 세전 평균임금 2000년:36,186달러, 2002년:38,572달러, 2005년:42,920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