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엔이 개최한 ‘유엔환경총회(UN Environment Assembly)’의 제2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가 열렸다.
총 175개국에 달하는 참가국들은 사흘간 이어진 이번 회의를 마친 뒤인 6월 2일에, 올해 11월에 열리는 제3차 회의 전까지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수단’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협약 초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하는 획기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초안이 만들어지면 이를 통해 내년에는 협약을 마무리하고 오는 2025년부터 이를 시행하는 것이 목표인데, 내년 4차 회의는 5월 캐나다에서 그리고 협약을 마무리할 5차 회의는 한국에서 열린다.
이번 협정을 통해 지금까지는 단순히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거나 재활용률을 높이는 수준에서 이제는 아예 생산량 자체부터 감축하는 시도로까지 이어진다.
유엔 통계를 보면 지난 1950년부터 2017년까지 지구상에서 생산됐던 92억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제품 중 70억 톤이 그대로 버려지거나 매립됐다.
지금도 매년 최대 120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아무런 조치없이 그대로 있으면 2040년에는 그 양이 3배가 될 수도 있다.
이미 히말라야는 물론 극지를 포함한 지구의 모든 바다가 미세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플라스틱 성분으로 오염돼 어류를 포함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으며, 이들과 먹이 사슬로 연결된 인간 역시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플라스틱과 관련된 환경 보호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는 뉴질랜드 정부는 오는 7월 1일(토)부터는 일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single-use plastic products)’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금지 대상에는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히 관련된 사항도 많은데, 이번 호에서는 7월부터 금지되는 플라스틱 제품의 종류를 포함해 관련 정보를 ‘환경부(Ministry for the Environment)’에서 발표한 자료를 중심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 사용 금지되는 빨대와 허용되는 빨대
<전면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일회용 빨대>
환경부 발표의 맨 앞에서 판매 금지가 안내된 제품은 ‘일회용 플라스틱 음료용 빨대(single-use plastic drinking straws)’이다.
여기에는 ‘퇴비화가 가능하거나 생분해성(compostable or biodegradable)’인 빨대도 포함되는데, 다만 실리콘(silicone) 빨대처럼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은 제외한다.
또한 주스나 우유 상자에 부착된 빨대처럼 포장의 일부로 볼 수 있는 빨대는 2026년 1월 1일까지는 금지 사항 적용이 일단 면제된다.
한편 장애인과 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또는 대리인)은 필요시 구입 및 사용이 가능하며 영양이나 사회적 문제 등으로 빨대의 대안이 적절하지 않을 때도 사용이 가능하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는 슈퍼마켓과 약국, 식음료 업소, 교육기관, 자선단체, 보건 및 장애 지원 서비스 분야에서는 판매 및 제공할 수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위의 기관과 단체에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 빨대의 매장 전시(display)는 허용되지 않으며, 또한 장애인과 건강 상태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요청 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아도 된다.
일회용 빨대의 대안은 금속이나 실리콘처럼 재사용이 가능한 빨대나 종이 빨대, 그리고 빨대 자체가 달린 용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 금지되는 식기류와 허용되는 식기류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류도 금지>
7월 1일부터는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와 수저(single-use plastic tableware and cutlery)’는 판매는 물론 제조도 금지된다.
여기에는 빨대와 마찬가지로 퇴비화가 가능하거나 생분해성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이 모두 포함되며, 이들 제품은 흔히 ‘일회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 주발이나 접시처럼 폐기 전에 몇 차례 더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포함된다.
또한 수저류에는 일회용 포크나 숟가락, 티스푼, 칼, 젓가락이 모두 포함되며, 아이스크림에 담겨 나오는 숟가락이나 샐러드 팩의 수저 등 아래 그림처럼 포장에 딸려 나오는 수저류도 모두 금지된다.
▲ 사용이 금지되는 포장에 딸려 나오는 일회용 수저류
이와 같은 일회용 식기와 수저류는 그동안 푸드 마켓이나 파티, 축제 및 지역사회나 스포츠 모임 같은 곳에서 폭넓게 그리고 자주 쓰였지만 이제는 판매 및 제조가 일체 금지된다.
한편 식기와 수저류 금지에서는 아래 경우에는 이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 플라스틱 컨테이너(예: 뚜껑 달린 컨테이너의 일부인 플라스틱 그릇 또는 접시) * 참고: 폴리스티렌 그릇 및 뚜껑 달린 용기(plastic type 6)는 이미 2022년 10월부터 금지됐다.
- 음식을 먹거나 준비에 사용하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예: 의약품, 보충제, 분유 또는 세제와 같은 제품을 위한 계량스푼 또는 스쿱)
- 플라스틱 안감을 댄 다른 재료(예: 종이, 대나무 또는 사탕수수 펄프)로 만든 식기류
- 2022년 10월부터 금지된 ‘발포 폴리스티렌(expanded polystyrene)’으로 만든 컵을 제외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
한편 금지되는 일회용 식기와 수저류 대용품은 세라믹이나 스테인레스 스틸, 멜라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이미 가정에서는 흔히 이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 사용이 금지되는 비닐봉지
<지구상에서 연간 5천억 개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봉지(single-use plastic produce bags)’의 판매 또는 제조 역시 7월부터는 허용되지 않는데, 이는 상점에서 과일과 채소를 담기 위해 제공하는 봉인되지 않은, 흔히 말하는 ‘비닐봉지’를 말한다.
유엔 통계를 보면 지구에서는 매년 5천억 개나 되는 갖가지 용도의 비닐봉지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조치는 가정주부를 포함해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봉지에 대한 사용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변화일 것으로 보인다.
이때도 역시 ‘일회용’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사용이 금지되는 봉지는, 실제로 가정에서는 이를 쓰레기통 안에 까는 등 폐기나 다른 용도로 전용하기 전에 여러 차례 사용했던 게 흔한 우리의 생활 습관이었다.
여기에는 재활용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그리고 식물성 또는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이 모두 포함되며, 한편 일회용 비닐봉지 금지에 대한 예외 조항은 없다.
하지만 일회용 비닐봉지가 미리 포장된 농산물 포장의 일부인 경우에는 금지하지 않는데, 사전 포장이란 판매되기 전에 포장된(밀봉 또는 밀봉되지 않은) 과일 또는 채소를 의미한다.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래 그림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사용이 허용되는 사전에 포장된 신선 제품과 봉지
환경부는 일회용 비닐봉지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으면서 종이 봉지나 재사용이 가능한 가방을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한편 ‘도량형 법(Weights and Measures Act)’에 따라 소매업체가 식품 포장 무게에 대해 청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대부분의 최신 계량기에는 ‘테어 기능(tare function)’이 있으며 업소 측에서는 상품의 무게를 측정하기 전에 포장 또는 용기 무게를 ‘0’으로 만들거나 자동 제외하는 데 이를 사용한다.
업체는 용기 무게를 조정하거나 자기 가방을 사용하는 손님에게는 계산대에서 무게를 측정하기 전에 가방에서 과일과 채소를 꺼내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는데, 정부는 업체와 소비자 모두 재사용이 가능한 가방을 비닐봉지의 대안으로 고려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 가정용 퇴비화 기준 충족 못 한 상표 부착 금지
<과일에 부착하는 상표는 ‘가정용 퇴비화 기준’ 충족해야>
한편 7월 1일부터는 위 그림처럼 과일 등에 붙은 상표 중 ‘비 퇴비화 플라스틱 제품 상표(non-compostable plastic produce labels)’는 판매가 중단된다.
비 퇴비화 플라스틱 상표는 ‘가정용 퇴비화 기준(home compostable standard)’을 충족하지 못하는 재료로 만든 과일이나 채소에 부착되는 상표인데, 이때 가정에서 분해 가능하다는 것은 농산물 라벨이 다음 표준 중 하나를 충족함을 의미한다.
- AS 5810-2010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정용 퇴비화에 적합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 NF T51-800 플라스틱: 가정용 퇴비화에 적합한 플라스틱 제품
국내 판매를 목표로 해 국내에서 재배한 농산물에 부착되는 모든 플라스틱 상표는 가정용 퇴비화 가능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편 해당 규정은 수출하는 농산물 상표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7월 1일 이전에 상표가 부착돼 판매 중인 제품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상표 ‘접착제(glue)’는 2025년 7월 1일까지 가정 퇴비화 규정이 일단 적용이 안 되는데, 현재 전 세계에서 상표 제조업체들이 가정용 퇴비화가 가능한 접착제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는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 농산물의 상표는 2025년 7월 1일까지 가정 퇴비화가 가능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렇게 하면 상표 제거 비용을 피할 수 있고 다른 국가가 가정용 퇴비화 상표로 바꿀 시간을 주게 된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정부는 재배자와 유통 및 소매업체가 ‘가격표(signage)’ 및 다른 상표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생산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면서 가능한 상표가 없는 농산물 판매를 권장하고 있다.
▲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북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섬
<업체는 주문 중단과 재고 조절, 직원 교육 필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소비자는 물론 해당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제조업체와 또한 이를 구입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 이를 영업 과정에 사용해 온 업체들도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제조업체는 대체품을 개발하고 판매업체는 신규 주문의 중단과 제조업체로의 반품 가능성 여부를 포함해 기존 재고의 처리 문제와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빨대처럼 앞으로도 장애인 등 허용되는 일부 그룹을 대상으로 판매가 가능한 업체나 기관은 재고를 얼마나 보유할지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
또한 재활용 업체를 통한 재고 처리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나아가 업체에서는 종업원 사전 교육을 통해 바뀐 내용을 숙지시키고, 이번 조치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행된다는 점을 고객에게도 알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새로 도입된 정책을 위반하면?>
모든 사업체는 변경된 규정을 준수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 환경부는 먼저 사업체들이 준수해야 할 규정과 책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조언하는 등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규정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단속에도 나선다면서 변경된 규정을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된다는 점도 아울러 경고했다.
특히 조직적이나 지속해서 규정 위반이 발생하면 ‘폐기물 최소화법 2008(Waste Minimisation Act 2008)’에 따라 업체는 기소될 수 있으며 유죄 판결을 받으면 위반 한 건당 최대 10만 달러에 달하는 상당한 액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공식 기소 결정은 해당 법률에서 정한 ‘기소 정책(Prosecutions policy)’과 ‘집행 의사 결정 정책(Enforcement decision making policy)’에 따라 이뤄진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변경 조치와 관련돼 위반이 의심되는 사항은 7월 1일부터는 온라인(https://paperform.co/)의 양식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