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유학 시장이 얼어 붙고 있다. 덩달아 교민 경제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되어 약간 돈이 더 많이 든다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빌게이츠 마이크로 소포트 회장을 비롯한 미국 재계가 H-1B 비자 확대와 유학생 졸업 후 체류 및 취업 허용이라는 인력 확대 법안을 만들고 있어 뉴질랜드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미국의 9.11 테러와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이후 양국이 비자 심사를 강화해 유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비자 받기가 수월한 뉴질랜드, 호주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 듯 했으나 뉴질랜드의 유학생 규모는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유학생 구매력에 의존도가 높은 교민 경제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초 1013원 하던 환율이 지금은 910원대로 급락해 외환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환율 하락은 곧바로 유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껴졌던 뉴질랜드 조기 유학과 비용면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대되어 미국으로 진로를 수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그 동안 비용 부담 때문에 미국 조기 유학을 주저했던 중산층 가정에서도 미국 유학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유학업체 관계자들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이 지난 해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며 이는 환율 하락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으로 인해 보통 학생 1명당 연 3000만~ 3500만원이 들어가던 미국 조기 유학 경비가 최근에는 2000만원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렇게 되자 외환위기 이후 미국 유학 대신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등으로 발길을 돌렸던 유학 흐름이 지금은 반대로 유학을 갈거면 미국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 뉴질랜드의 유학 시장은 어떤 상태인가? 여전히 부모중 한 사람이 가디언으로 입국하지 않으면 유학이 불 가능하고 뉴질랜드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 만 되풀이 하고 있다.뉴질랜드 정부는 한국등 아시안들의 유학과 이민은 줄었지만 이민 쿼트는 채워지고 있고, 특히 장기 부족 직업군을 중심으로 한 학과는 오히려 유학생이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들도 내부적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뉴질랜드는 유학생수가 지난 2~3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2005년 유학산업수입이 2004년에 비해 11%나 떨어진 18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3년만에 처음으로 2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고 뉴질랜드교육국(Education New Zealand)가 밝혔다. 유학생수도 7만3000여명으로 2004년에 비해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학산업은 뉴질랜드에서 관광과 낙농에 이어 3번째로 큰 수출산업이며 유학산업이 침체될 경우 숙박, 여행, 음식, 오락 등의 관련 분야도 침체해 경제성장세 둔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뉴질랜드교육국의 홍보담당자 스튜어트 보그(Stuart Boag)는 “유학생들은 학비 1달러당 기타 경비 1.8달러를 지출해 학비 외 숙식과 여행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이는 유학 산업이 뉴질랜드에 얼마나 중요한 산업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현재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뉴질랜드정부는 장기부족직업군에 속하는 학과에 입학하는 29세 미만의 학생에게는 졸업 후 취직증명없이 영주권신청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부양가족과 동반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고교까지 무료학비혜택을 주는 등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21일 한국을 방문했던 실비아 카트라이트 뉴질랜드총독은 뉴질랜드교육문화원이 개최한 한 모임에서 “뉴질랜드의 교육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 중에 하나”라며 한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적극 홍보했다. 그리고 “뉴질랜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삶의 질, 안전이 보장된 나라로 학생들에게 최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주한뉴질랜드대사를 지냈던 데이빗 테일러(David Taylor)뉴질랜드외교부 북아시아국장은 “미국중심의 유학시장이 9.11테러 이후 크게 바뀌었다”고 언급하며 한국 등 외국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유학시장 잠식에 대비하고 유학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영국도 향후 5년간 유학생 10만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2011년까지 외국유학생 10만명을 영국 내 대학에 유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지난 4월부터 추진 중에 있다.
고 밝혔다. 그는 대학의 유학생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까지 700만파운드(118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유학생들이 몰려드는 국제적인 장소로서 우리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장 수호를 다짐하고 있다. 미국도 하버드대 등 유수대학에서 유학생 유치로 연간 130억달러 이상을 벌이고 있고 이는 이들 대학재정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만큼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후발 참여국가들도 이러한 호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국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유학 산업의 판도 변화는 이미 시작 되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대학교육협회(ACC)의 번드 와치트 의장은 “한때는 유럽대학들이 교육마케팅을 하는 것 자체를 혐오했으나 이젠 우리가 잡지 않으면 다른 곳이 잡는다”며 유치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그 중심에 네덜란드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외국유학생은 약 250만명에 이르고 시장규모는 3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학시장은 계속 확대되어 2025년경에는 유학생수가 750만명에 이를 것으로 뉴스위크지는 전망했다. 미영의 이러한 불리한 조건의 반사이익과 늘어나는 유학산업을 잡기 위해 많은 국가가 국가적으로 매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2년까지 고교생을 포함한 유학생 12만을 유치하기로 정책을 입안했다. 이에 따라 국제학교 확충과 존스홉킨스의대 아시아분교 등 외국유명대학분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명문대들도 국제학부를 확충해 아시아권에서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그 결과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는 전체 학생의 1/4이 유학생이며 일본관련 과목 이외에는 모두 영어로 수업을 진행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최근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미 첨단 업체들이 외국 인력 확충 방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로비를 벌이고 있어 그 성사 여부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그들은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의 연간 쿼트를 2배 더 늘여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졸업후 취업 및 체류 허용도 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성사되면 현재 미국에서 유학중인 60만명의 학생뿐 만 아니라 새로 유학을 가려는 모든 학생들에게 등불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뉴질랜드 정부가 중요 정책으로 펴고 있는 장기부족 직업군 학과도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해 지고 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뉴질랜드 정부의 유학생 장려 정책은 미국과 다른 후발 유학국과 비교했을 때 실로 미미한 조치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우리 교민들도 같이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자기 반성을 통해 한때 유학생으로 넘실거렸던 뉴질랜드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상호 비방을 자제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형성한다면 그 동안 쌓였던 나쁜 소문들이 좋은 소문으로 늘리 퍼져 유학 산업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2007년 럭비 월드컵이 끝나면 예전처럼 환율이 5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학생의 발길도 자연히 뉴질랜드로 향하게 되고 교민들의 경제도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