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달러가 지난 달 23일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미화 80센트 선을 돌파했다. 뉴질랜드가 1985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였다. 이후 81센트 선을 넘으며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뉴질랜드달러의 고공행진은 지난달 26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정점으로 꺽이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달러는 과연 고점을 지난 것인가.
대미환율 7월하순 사상 처음 80센트선 넘어
뉴질랜드달러의 대미환율이 80센트를 넘은 건 지난달 23일. 26일로 예정된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농후해지면서 뉴질랜드달러는 거침없이 심리적 장벽인 80센트를 상향 돌파했다. 24일에는 81센트도 넘어 원화 환율도 740원대까지 급등했다. 중앙은행은 환율이 76센트선을 오르내리던 6월 중순 사상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으나 키위달러화 가치의 상승 추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앙은행은 이례적으로 키위달러가 고평가되어 외환시장 개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4분기 소비자물가지수가 중앙은행의 전망치보다 높은 1%로 드러나면서 물가안정을 지상 최대 목표로 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된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흘러 나왔다.
고환율로 인한 경제 파장을 우려한 마이클 쿨렌(Michael Cullen) 재무장관은 통화정책의 목표를 인플레이션 안정 보다는 환율 안정에 두어야 한다고 중앙은행에 경고를 보냈다. 정부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 침범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까지 금리 인상을 막아야 겠다는 의도를 보일 정도로 고환율은 이미 정부의 최대 두통거리로 등장했다.
재계는 재계대로 금리인상, 환율상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인플레이션의 주범인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양도소입세 도입 등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정부 당국에 요구했다.
중앙은행 금리인상을 기점으로 환율 하락세로 반전
쿨렌 장관과 알란 볼라드(Alan Bollard) 중앙은행 총재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간 기준금리 인상은 결국 볼라드 총재가 26일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마무리됐다. 이로써 뉴질랜드 기준금리는 사상 최고 수준인 8.25%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금리가 4%임을 감안할 때 뉴질랜드의 금리는 OECD 평균금리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올 들어 네 번째 금리인상을 발표하면서 볼라드 총재는 "뉴질랜드 경제는 강하고 국제 상품 가격, 특히 낙농 제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것은 뉴질랜드에 좋은 소식이고 뉴질랜드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볼라드 총재는 그러나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높은 가동률, 유가 상승, 식료품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1~3%의 상단까지 높아져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볼라드 총재는 "대출이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고 원자재 압력은 완화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올들어 네차례 금리인상으로 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중앙은행“고환율, 중기적으로 유지못될 것”
볼라드 총재는 환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뉴질랜드달러화 가치가 최근 미달러화의 약세와 뉴질랜드인의 높은 대출 규모 등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고환율은 중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이를 이해해야 한다. 높은 금리는 이제 뉴질랜드인에게 저축할 수 있는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월 26일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발표하자 뉴질랜드달러화는 미달러화에 대해 80.36센트에서 80.07센트로 하락했다.
25일 81.6센트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대미환율은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 발표와 함께 더 이상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확산되면서 하락하기 시작해 28일에는 5센트나 급락한 76센트 선을 기록했다.
30일에는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키위달러 매각에 나서면서 75센트 선까지 떨어져 일부에서는 롤러코스터 등락을 거듭했던 키위달러화가 엔캐리 청산 등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폭락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됐다. 향후 뉴질랜드 경제가 과열 양상을 보이지 않고 이에 따라 추가 금리인상 조치가 없을 경우 앞으로 3개월 안에 대미환율이 70센트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대미환율 향후 3개월래 70센트 하락 전망도 나와
여기에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문제로 인한 신용경색 공포가 현실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이에 따라 엔캐리 자금 청산 우려도 커졌다. 지난 10일에는 엔캐리 투자대상 통화였던 뉴질랜드달러와 호주달러 등은 급락 양상으로 돌아섰다.
뉴질랜드달러화는 이 날 오전 웰링턴 시장에서 75센트 아래로 거래돼 미달러화에 대해 2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뉴질랜드와 호주 통화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대상 통화로 부각되면서 올해 엔화 대비 뉴질랜드달러는 약 28%, 호주달러는 약 17% 절상됐다. 뉴질랜드는 기준금리가 8.25%로,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가 중에서는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 번째 높은 금리수준을 보이고 있어 저금리 통화의 대표격인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주요 투자대상으로 부각돼 왔다.
뉴질랜드 고금리 상당기간 지속 예상
국제자본시장의 유동성 급감을 가져오는 엔캐리 청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적으로 아직은 본격적인 엔캐리 청산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뉴욕 외환전문가들은 지난 9일 캐리트레이드가 증시 움직임에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증시가 강세를 보인다면 캐리트레이드가 최대 이슈로 등장하며 뉴질랜드 달러화와 호주달러화, 캐나다달러화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반면 엔화와 미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8월초 엔화 가치가 주간 기준으로 3주 만에 약세로 반전한 것을 두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가속화되던 상황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의미를 두었다. 다시 말해 그 동안 청산이냐 부활이냐를 두고 말이 많았던 엔캐리 트레이드가 후자쪽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양상이다.
급격한 엔캐리 청산은 없을 듯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앞으로 중앙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네차례 연속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충분히 인플레이션 압력을 막았다고 중앙은행이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8.25%라는 고금리가 단기간에 낮아지는 것도 어려울 전망이다.전문가들은 최소한 1년 동안 지금의 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15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로이터 조사 결과 내년 중반 안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는 3명에 불과해, 고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뉴질랜드의 계속되는 고금리로 환율의 최대 변수인 엔캐리트레이드는 청산과 재개를 반복하겠지만 단기간내 본격적인 청산은 없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