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집값이 1년전 가격보다도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연간 기준으로 떨어진 것은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집값 하락의 후폭풍으로 뉴질랜드 가구의 순자산이 크게 줄었다. 집값 하락 추세가 최근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주택가치 1년 전 밑으로 하락
부동산 감정평가회사 쿼터블 밸류(QV)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치가 9개월 연속 떨어지면서 9월말 기준 1년 동안 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으로 주택가치가 하락한 것은 2011년 6월 이후 11년 만이다.
전국 평균 주택가치는 95만6,592달러로 연초에 비해 9.2% 하락했다.
9월말까지 3개월 동안 주택가치는 5.4% 하락해 8월말까지의 3개월 하락치에 비해 0.1%포인트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하락 추세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QV의 데이비드 나겔(David Nagel) 매니저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시중은행들의 대출 강화, 생활비 급등, 신규 주택 증가 등이 집값을 억누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겔 매니저는 “집값 하락은 주택시장 정점에서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과 요즘 주택을 팔려는 사람들에게 우려되는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20년과 2021년에 발생한 이례적인 집값 급등은 많은 사람들의 주택 구매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지금과 같은 집값 조정은 일부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구매가격 결정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나겔 매니저는 “주택시장에 예년과 같은 봄의 활기는 보이지 않지만 주택시장에 구매자들이 여전히 있고 많은 매물들로 구매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으며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지역별로 보면 퀸스타운은 7~9월 0.2% 오르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택가치가 상승한 지역으로 남았다.
주택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은 웰링턴으로 3개월 동안 9.6%나 하락했다.
웰링턴에 이어 타우랑가가 7.7%로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타우랑가의 집값은 지난 1년 동안 1% 떨어진 107만8,431달러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집값은 지난 1년 8.8% 올라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주택시장이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크라이스트처치의 평균 집값은 지난 분기 2.5% 하락하면서 76만4,150달러로 나타났다.
오클랜드는 3개월 동안 평균 주택가치가 5.8% 떨어지면서 9월말 기준 135만8,710달러를 기록했다.
오클랜드 지역 주택가치는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지난 1년 동안 2.4%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센트럴 오클랜드(-5.4%), 와이타케레(-4.4%), 노스쇼어(-3.2%), 마누카우(-0.9%) 등에서 연간 주택가치가 마이너스를 보인 반면 로드니(2.6%), 파파쿠라(3%), 프랭클린(4.7%) 등에서는 플러스를 기록했다.
오클랜드 지역 휴 롭슨(Hugh Robson) 평가사는 “9월 들어 오클랜드 주택시장의 활동이 다소 활발해졌다.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경매 결과도 개선됐다. 하지만 주택 매물이 여전히 많아 구매자 우위의 시장에 있으면서 가격 움직임을 제한했다”고 말했다.
롭슨 평가사는 “많은 매물들이 실제 호가로 광고되고 있고 전체 구매자들 가운데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오클랜드 카운슬의 신규주택 건설 승인 건수가 계속 높게 유지되고 특히 고밀도 주택에 대한 건설 승인이 많아 앞으로 1~2년에 신규 주택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고 밝혔다.
오클랜드 주택 절반 이상 감정가보다 시세 낮아
집값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오클랜드에서 판매되는 주택의 절반 이상은 이제 감정가(CV)보다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CV는 오클랜드 카운슬이 재산세를 산정하기 위해 3년마다 발표하는 것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원래 예정보다 늦은 지난 3월 오클랜드 주택 소유주들에 전달됐다.
하지만 그 평가는 주택시장이 정점에 가까웠던 작년 6월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오클랜드 주택의 절반 이상은 현재 시세가 그때보다 낮아졌다는 것이다.
원루프(OneRoof)와 그 데이터 제휴사인 밸로시티(Valocity)가 지난 9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오클랜드 주택의 56.4%는 CV 이하로 팔릴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 277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120개 지역에서 CV 이하로 팔릴 주택의 비율이 50%를 넘었다.
특히 베이스워터(97.6%), 스톤필즈(94.4%), 스탠리 포인트(93.0%), 원트리 힐(92.2%), 그린레인(91.5%) 등의 지역은 CV보다 낮은 가치를 가진 주택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과 부동산 중개인들은 주택의 시장가격을 결정하는데 CV를 염두에 두지 않도록 조언하지만 많은 오클랜드인들은 주택 매매를 할 때 CV에 집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밸로시티의 웨인 섬(Wayne Shum) 조사 분석가는 CV는 지방 카운슬들이 재산세를 부과할 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금방 뒤떨어진 수치가 된다고 지적했다.
집값 하락으로 전체가구 순자산 감소
주택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체 가구의 순자산이 올해 2분기에만 3.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집값 하락과 주식시장 침체, 키위세이버 수익률 부진 등으로 889억달러의 전체 가구 순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분기 순자산 감소의 절반 이상이 자가 주택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데 따른 것이고, 주식, 키위세이버, 투자 기금 등 금융 자산의 가치는 그 다음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 순자산은 모든 가구가 소유한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말한다.
뉴질랜드 가구 순자산은 1분기 401억달러에 이어 2분기에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889억달러가 줄면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는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현금과 저축은 지난 2분기에 32억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폴 파스코(Paul Pascoe) 매니저는 “가구 순자산이 부동산 가격과 주가 하락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5.2%인 1,290억달러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구 순자산은 2분기 연속 하락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지난 2020년 12월 수준보다는 높다”고 밝혔다.
가구 순자산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집값 상승에 힘입어 10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뉴질랜드 집값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의 재정•통화 확장 정책으로 시중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올해 3월까지 19개월간 41% 넘게 올랐으나 금리 인상에 직격탄을 맞고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금리 인상 기조가 가계 회복력 시험할 것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기조에 뉴질랜드 가계와 사업체가 회복력의 시험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6개월 정기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지속가능한 수준을 넘는다며 가계부채 증가와 순자산 감소로 내년 소비 성장이 제한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전 세계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 부동산시장까지 침체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책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내놓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폭등으로 이어지고, 대출자들에겐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가 모니터링한 세계 주요 18개국 중 9개 국가에서 주택가격 하락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택시장 붕괴가 위험한 이유는 가계부채 폭탄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불길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개인소득 중 대출 상환에 투입해야 하는 비중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개인 재정 상태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주택시장 위험 지표상 상위 10개 국가 현황 (자료: 영국 이코노미스트)
국가명 |
2021~2022년 10월 18일 기준금리 인상폭 |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
2019~2022년 2분기 주택가격 상승률 |
캐나다 |
3.00% |
186% |
41.7% |
네덜란드 |
1.25% |
222% |
39.7% |
호주 |
2.50% |
203% |
26.7% |
뉴질랜드 |
3.25% |
122% |
38.1% |
노르웨이 |
2.25% |
241% |
26.4% |
스웨덴 |
1.75% |
203% |
32.2% |
룩셈부르크 |
1.25% |
187% |
34.7% |
미국 |
3.00% |
101% |
45.3% |
포르투칼 |
1.25% |
126% |
29.0% |
영국 |
2.15% |
148% |
23.6% |
중앙은행은 지난달 23일 올해 마지막 열린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것은 1999년 현 통화정책 틀을 도입한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3.5%에서 4.25%로 올라 2009년 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중앙은행 아드리안 오르(Adrian Orr) 총재는 “물가 안정을 위해 경기침체까지 조작하겠다”고 발언했다.
오르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은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라며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계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리가 마이너스 GDP 성장 기간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7년여 만에 처음 올리기 시작해 이번까지 9번의 정례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올렸다.
또 중앙은행은 지난 4월 회의에서부터는 5회 연속 0.75%포인트 인상의 빅스텝 행보를 이어왔다.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통화정책 위원회는 물가를 중기 목표 범위로 떨어뜨리기 위해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근원 물가가 너무 높고 실업률이 지속가능한 최대 수준을 넘어섰으며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은 내년 뉴질랜드 경제가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은 “내년 2분기부터 경제가 4분기 연속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물가상승률이 현재 7.2%에서 올해 4분기 7.5%로 오를 것이며 내년 말에는 5%로 둔화하겠지만 2025년 후반기에도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 범위인 1~3% 중간점으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자이언트스텝 단행을 예측했지만 공격적 금리 인상 시사에 충격을 받았다.
중앙은행은 최종 금리도 더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앞서 중앙은행 최종 금리는 4.1%로 예상됐지만 이날 5.5%로 더 높아졌다.
ANZ은 “중앙은행이 현시점에서는 강한 긴축에 나서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고강도 긴축을 반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